Inuit Blogged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본문
팀장이라니. 영어로 대체 뭐라 썼길래?
처음 봤을땐 제목이 그래서 웃고 넘어갔습니다. 두번째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듣고는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봤습니다.
부제: Be a kick-ass boss without losing your humanity
Kim Scott, 2017
원제는 좋습니다. 정확히 책의 요약입니다. 한글 제목은 요상합니다. 기묘하게 독자를 내쫒는 느낌입니다. 팀장 레벨에서 쓸만한 팁이 있지만, 이건 팀장으로 좁혀서 이야기할 독자층이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Radical candor라는 핵심 개념을 책에서는 '완전한 솔직함' 정도로 번역해두었지만 '지독한 진솔'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듣는 사람에겐 혹독할수 있어 말하는 사람이 겸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덕목입니다.
먼저 책의 지향점을 봐야겠네요. 책은 상사, 보스(boss)의 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 기준, 매니저는 기계적이고, 리더는 뒷짐지는 모양새가 싫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소매 걷어 붙이고 책임지는 사람, 보스를 논합니다. 일반적인 경영서에서 보스는 안 좋은 뜻을 내포합니다. 권위주의와 비합리로 관리자(manager)보다도 못하게 여겨지지요. 대개 경영서는 매니저에서 리더로 어찌 성장할지를 다루지만, 스콧은 아예 보스로 퇴행하여 설명합니다.
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특성이 진하게 배어서 그렇습니다.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규모가 커지면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매니저가 늘어나면서 영혼이 사라지고 창의성이 사멸할 때, 리더가 필요해 집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면 현장에 뛰어들어 같이 문제를 해결하고 같이 성장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흔히 올라운드 플레이어, 땜빵 임원(gap-filler) 등으로 불리우는 역할이죠.
따라서 이 지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책이 잘 이해됩니다. 정신없고 들쭉날죽한 스타트업에서의 보스는 군대로 치면 소대장 정도 되는 간난의 영예니까요. 결국 보스의 책무는 GSD(Get Stuff Done) 입니다. 팀을 (발로 걷어차고 가르쳐서라도) 움직여, 지속적으로 결과를 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 짧고 굵은 '지독한 진솔'이 필요해지는거죠. 여기부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립니다. 지독한 진솔은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담근 술이 아닌 화학적 알코올에 가깝습니다. 레시피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독이 되거나 폭발합니다.
그래서 전형적 미국-백인-고소득층에 속하는 저자도 신중을 기합니다. 신신당부가 책의 대종을 이룹니다. '그냥 지독하게 말하면 안되니 평소에 관계를 쌓아라.' 다른 말로 두가지 원칙을 만합니다.
- Care personally
- Challenge directly
두개가 교집합을 이루면 지독한 진솔입니다. 만일 보살핌 없이 들입다 갈기는건 고약한 적대(obnoxious aggression)이 됩니다. 개인적 관계 속 두루뭉수루 넘어가면 재앙을 부르는 공감(ruinous emphathy)가 됩니다. 둘 다 모자라면 원만한 부정직(manipulative insincerity)으로 최악의 결과죠. 소셜 용 미소랄까요.
그래서, 한국의 경영 현실에는 조건적으로 적용됩니다. 일단 안정적인 대기업에선 적용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외맥락적인 내용이고 대기업에 맞는 편한 도구들이 이미 많이 있으니까요.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도 곧이곧대로 적용은 무리입니다. 일단 개인적 유대(care personally)는 문화적으로 이미 적정수준 작동하고 미국보단 수준이 높으니 덜 어렵습니다. 다만 직접 지적하기(challenge directly)는 매우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합니다. 미국도 어려워서 책 한권이 필요한데 한국은 보다 세심해야합니다. 길가다 만난 사람 존대말만 부족해도 공격당하는 느낌인데 지독한 말(radical feedback)은 의미 이전, 형식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저자의 논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를 만드는게 자연스러운지 품이 많이 들지를 곰곰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찌어찌 힘들게 문화를 만들어도 새로 사람 들어올때 매번 다시 알려주고 연습시키고 하는 훈련지옥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외려 꼭 잊지말아야할 건, 지독한 진솔의 타이밍입니다. 스콧의 radical은 직접적인 언급만큼이나 시기적 즉시성을 중요시 여깁니다. 즉 말의 직접성이나 급진성보다 말하는 시기의 즉시성에 집중한다면 지독한 진솔의 장점을 충분히 취할 수 있을겁니다.
Inuit Points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보스'역을 이렇게 자부심 있고 체계적으로 쓴 건 처음 보는듯 합니다. 저 또한 생각할 점이 많아 좋았고요. 채용공고에 아예 팀 문화(team fit)까지 써두라는 거나 rock star-super star 구분은 지금 제가 풀고 있는 문제에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반면 번역은 근년들어 최악의 수준입니다. 원문과 거꾸로 해석하거나, 같은 단어를 나올 때마다 제멋대로 다르게 번역해서 독자를 골탕먹입니다. 무지의 혐의가 짙습니다만 무심한건 확실합니다. 괜찮은 책의 뼈를 흩어 놓는 신박한 번역입니다. 독자가 한줌도 안되는 한국의 경영서 시장의 한계를 보는듯 해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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