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니다 보면 낯선 도시의 낯선 브랜드 속에서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브랜드라면 색다르게 경험하고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암스테르담 갔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 들렀을 때가 그랬어요. 여행 전까지 하이네켄은 제겐 애매한 맥주였습니다. 카스보다 살짝 윗길 정도 느낌. 미국에 크래프트 맥주 유행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알려졌지만, 실은 유럽 어느 동네 가도 맛난 맥주가 많은 그 정도니까요.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본진에서 금방 담근 하이네켄은 훌륭했고, 여러 나라 로컬에서의 파생본과 차원이 다른, 원본의 진가를 알게 되었지요. 이후로 제겐 굳이 찾진 않지만 있으면  가는 정도로까진 격상되었으니,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는 남는 장사를 셈입니다.

두명의 마케팅 전문가가 여행을 다니며 경험한 브랜드 관찰기라니 제겐 맞는 책인듯 해서 집어들었습니다. 페이지를 읽으며 갸우뚱하다 읽고선, ' 실수했다.' 싶었습니다. 제가 원하던 책은 아니었습니다.

 

브랜드라는 주제 위해 기획하고 출장가서 살피고 정리하여 내용을 만드는 정도로 공들이길 기대한건 아닙니다. 전업작가가 아닌한 쉽지 않음을 압니다. 하지만 제가 가졌던 심상, 어떤 브랜드나 서비스경험에 대해 체계적으로 씌여진다는 수준의 균질함에서 모자라도 한참 모자랍니다.

 

글이 시종일관 들쭉날쭉합니다. 간김에 보고, 본김에 생각난걸 그냥 적어둔걸 인쇄한 정도랄까요. 아니, 모은 블로그 글이 차라리 읽기는 편할겁니다. 잘 쓴 블로그 포스팅은 독자와의 교감능력이나 표현 능력이라도 낫기 마련입니다.

 

, 이 책은 여행 단상에 브랜드 냄새 몇방울 떨어뜨린 책이지, 브랜드라는 재료를 고아 여행이란 조미료를 투적해 만든 책이 아닙니다.

 

이 부분이 제 기대와 크게 어긋난 지점입니다. 브랜드와 마케팅 경험 책인줄 알았는데, 이건 그냥 본인 여행 잡기입니다. 끊임없이 맥락없이 불쑥불쑥 드러내는 저자의 취향을 읽어야합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 저자의 개인적인 팬이라면 관심있을지도 모르지만, 책을 사서 시간들여 읽는 독자가 어떤 지적 전달물을 기대했을 때는 괴리가 큽니다.

 

그래도 몇가지 새겨둘만한 점은 정리하는게 공정하겠네요.

제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미국 3대버거, 파이브가이즈, 인앤아웃, 쉐이크섁 비교였습니다. 생생하고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버거사랑으로 구체적인 맛과 음식의 프리젠테이션 비교, 브랜드 스토리를 꼼꼼히 담았고, 매장 경험 측면에서 기다림의 설계도 비교했습니다. 아마 한권을 내내 이런 품질로 썼다면 별 다섯도 줬을듯 합니다.

 

파네라의 $8 커피 구독 서비스와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키오스크 배치나 도미니크 앙셀의 오전엔 크로넛, 오후엔 쿠키샷 시간차 매출도 흥미진진했고,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의 우주피스(uzupis) 공화국 이야기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Inuit Points ★★★

중간에 덮을까 생각하다 어영부영 마쳤습니다. 읽기 힘든게 문투도 실망스럽습니다. 교열을 하기나 했나 싶을 정도의 비문과 갈피 잡히지 않는 , 이보다 은근해서 전반적으로 읽히는 작가의 미묘한 시선도 편치 않습니다. 공동집필이라 이중화자란 문제도 있지만, 이야기 안에서도 선망과 과시의 이중적 태도가 거칠게 느껴집니다. 편집이라는 훌륭한 프로세스를 건너뛴듯한 느낌입니다. 어떤 화자는 오감성애자처럼 감각에만 집착을 해서, 브랜드가 오감을 모시는듯 뒤집힌 본말도 거슬립니다.

 

책이 제게 가장 교훈은, '혹시 내가  또 쓴다면 편집자 고르고 무조건 잘듣자'입니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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