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1️⃣ 한줄 평

라인은 좋겠다, 이런 UX 라이터가 있어서

 

♓ Inuit Points ★★★☆☆

서비스 규모가 어느 정도 되어야 별도의 전문직을 둘 수 있는게 UX 라이터입니다.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대충 커버하곤 하죠. 책은 흔치 않은 직종의 희소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덤으로 UX 라이팅의 몇가지 핵심을 배울 수 있는데, 이건 UX 라이팅과 별개로 고객 대하는 마음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됩니다. 유익한 독서였고 별 셋 줍니다.

 

🧑‍❤️‍👩  To whom it matters

• 모바일 앱 관련, 기획, 개발, 디자인 하시는 분들
•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통해 퍼널의 유입 과정에 관심이 지대한 분
• 다국어 앱을 운용 중이거나, 예정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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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현실에선 뵌 적 없지만, 제 페이스북 친구입니다. (disclaimer)
• UX 라이터가 되는 경로는 다양할진대, 저자는 국문학 베이스로 출발해 석박사 및 기획 업무를 거쳐 UX 라이터로 수년간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런 이력을 참고하여 글 읽으면 더 흥미롭습니다. 

전주경, 2023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제가 와디즈 광고를 질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스타 보다가 관심가는 물건이 있어 링크를 클릭하면 꼭 물어봅니다.

'앱깔고 편하게 볼래요. vs 불편하지만 웹으로 볼래요!'

다운로드 클릭 유도하는 문구인거 뻔히 아는데도 빈정거리는 말투에 기분이 상당히 나쁩니다. 그 뒤론 세심히 보고 와디즈 광고는 아예 거르고 클릭을 안하죠. 아마 저만 그렇진 않을텐데, 그 집은 광고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잘 모를겁니다.

 

이런 다크 패턴이 잘못 알려진 UX 꿀팁로 알려지는 현실에서 이책은 출발합니다.

한국의 2023년 현실에서 기본이 되는 UX글쓰기는 어떤점을 고민해야 할까.

 

글로 사람을 다 알순 없지만, 어떤 글에선 사람의 품격이 배어나오는 글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을 탐독하다 제 현실 친구가 된 분도 많습니다. 저자도 짧게 쓰는 페북 글이 눈에 띄었던 분입니다. 위트가 풍성하지만 배려가 넘치는 글들. 그러면서 강박에 가까운 모국어의 절차탁마. 그런 그가 책 쓴다는 소식에 집필 때부터 기대가 되었었습니다. '무슨 내용이든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죠.

 

책은 크게 두 덩어리입니다. UX 라이팅의 기본 원칙을 설명하고 세부적인 실무 팁이 뒤에 매달리는 구조입니다.

기본 원칙은 무슨 말을 할지와 어떻게 말할지로 또 나뉩니다. 메시지와 목소리의 결이라고도 하겠는데요.

메시지는 세가지 뼈대를 말합니다. 정확함(clear), 간결함(concise), 일관성(consistency).

그리고 목소리의 결은 ~요, ~습니다의 적절한 혼용 같은 한국어 특정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적절한 유머나 위트의 비중 또는 고객과의 심리적 거리 관리하기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꽤나 건조합니다만, 이게 저자의 의도같기도 합니다. 사술 부리는건 당연히 지양할 일이고, 개성조차 섣불리 드러내면 재미보단 불편함이 되는 게 범용 서비스의 고민 지점이니 경력으로 체득한 중용인거죠.

 

그래서 책을 관통해 기본기가 많이 강조됩니다. 이 기본은 UX 글쓰기의 목적 또는 존재가치와도 닿아있죠. 결국 모바일 앱 사용자의 사용성을 최적화하는겁니다. 고객이 스스로 편하고 합목적적이라서 오래 머물기만 한다면 결국 서비스는 돈을 벌게 될거라는 다짐과 인내심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UX라이터가 서비스 개발과 기획과정에서의 고객 입장을 대변하는 페르소나를 가져가는 점이 흥미로왔습니다. 물론 회사의 구성원이고, 개발 팀의 일원이니 전후 맥락은 고려하지만, 곧잘 상충하는 의견 속 고객 입장을 배려한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독성에서 콤포넌트의 선정 및 오류 메시지까지 전방위 적이죠.

 

책 내용을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약간 도덕책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는 UX 글쓰기가 아닌 경우를 상상해보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지저분한 UX들입니다. 기술적으로 미흡하여 구매 완료하기도 어려운 페이지부터, 네-아니오 버튼을 부러 바꾸어 클릭 실수를 조장하거나, 초장에 설명했던 미묘한 다크 패턴까지 말이죠. 그래서 이책은 UX라이터가 아니더라도 모바일 기획자라면 읽어둘만 합니다. 

 

깨달음이 있어 메모해둔 말들입니다.

• 얼굴보고 할 수 없는 말은 온라인으로도 하지 말라
• 에러메시지는 대안 또는 해결책이 중심이다
• 상황이 망한거지, 사용자가 망한건 아니다
• 고객 이름 개별화는 긍정 표현 위주로만 제한하는게 좋다
• 선택할 수 없는데 의문문 쓰지 말고, 선택할 수 있는데 평서문 쓰지 말라.
• 한국어 읽기 속도는 202WPM(단어/분)다
• 툴팁은 괄호다. 가급적 없이 설명되어야 한다. 어쩔수 없으면 정말 모를 것 같은 정보만 담자
• 팝업은 길막기다. 진짜진짜 중요하거나, 의사결정을 받아야 할 때 아니면 지양하라

모바일 앱의 UX 문장은 매우 협소한 공간입니다. 시간과 노고를 압축한 몇 단어 속에 접혀 있는 다채로운 세계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리고 유머를 좋아하는 저자가 책 한권 내내 드립 참느라 고생했을 것도 상상되어 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