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본문
1️⃣ 한줄 평
단번에 내 SF 최애작가로 등극했다
♓ Inuit Points ★★★★☆
과학이 양자로 넘어가면 직관을 배반합니다. SF 입장에선, 딛고 서기 불안정한 토대지요. 이야기가 난해해지고, 인과율을 벗어나니 재미내기가 어렵죠. 그러니 지금 시대 SF는 IT와 SW를 포함해야할 겁니다. 켄 리우는 동시대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러 중 하나 같습니다. 특히 제 취향을 직격하네요. 별 넷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SF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이 궁금한 분, 꼭 보세요.
- 그냥 재미난 이야기가 필요한 분, 보세요
🎢 Stories Related
- 저자 켄 리우는 약간 천재과입니다.
- 중국 란저우 출신으로 미국 넘어가 공부하며 미국화 된 이민자입니다. (네이티브인 테드창과 다르죠.)
- 하버드 영문학과 나와서 MS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무슨 연관일까요)
- 이후 다시 하버드 법학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답니다. (무슨 연유일까요)
- 그 유명한 '삼체'의 영문 번역자입니다.
- 테드 창의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힙니다. (한 편은 테드 창 오마주가 들어 있습니다)
- 이 단편집은 '한국판 오리지널'이라고 칭하며, 우리나라 출간용으로 큐레이션 했습니다.
Ken Liu, 2023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단편 모음인데, 제 보기엔 크게 세 부류입니다.
1. IT 픽션
과학보단 SW와 IT의 정세한 정보를 기반으로 소설을 써나갑니다. 책 제목이자 허리역할을 하는 3부작이 있습니다.
The Gods Will Not Be Chained (신들은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
The Gods Will Not Be Slain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
The Gods have not died in vain (신들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의식이 클라우드에 업로드된 이후의 일들을 3부에 걸쳐 이야기합니다. 의식이 생존의 부산물이라는 뇌과학의 최신 명제와 매우 부합해서 놀랐습니다. 감각의 방대함과 처리능력의 무한성으로 생긴 권능 때문에 '신'이 된 소프트웨어가 구름위인 클라우드에서 방화벽을 넘나들며 전쟁을 벌이는 전개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편, 박진감 넘칩니다.
Single-Bit Error (1비트짜리 오류)
고대에서 출발해 수천만년을 넘어온 양성자가 충돌합니다. 소프트웨어 타입 에러를 일으켜 값지정이 서브루틴을 가리키는 포인터 에러를 만드는 상황이 모티브입니다. 사람이 신앙에 이르는 과정을 한비트 오류가 야기하는 비유로 설명하는 탁월한 작품입니다. 여기서 오류는 잘못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초월적 경험을 실물화하지요. 제가 프로그래밍을 몰랐다면 이렇게 감탄하며 읽을 수 있을까 싶고, 반대로 이걸 쓴 저자는 얼마나 담대하고 명철한지 놀랍니다.
In the Loop (루프속에서)
이건 백퍼센트 AI 방론인 human-in-the-loop에서 나왔을 것 같습니다. 드론 조종 AI의 윤리엔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 실크펑크와 환상문학
1번 카테고리는 잘 쓴 작품이고 충분히 지적이지만, 2번 카테고리는 상상력의 진수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스팀펑크 환상 문학적 토대 위에서, 기(氣)와 기관술의 결합으로 만든 새로운 장르고 저자는 이를 실크펑크(silk punk)라 부릅니다.
Beidou
배경이 왜란을 당한 임진년 조선 땅입니다. 명에서 조선을 도우려 병력을 보내는데 중과부적입니다.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려 젊은 장수는 기발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늘에 등을 띄워 GPS를 구축해 전쟁의 승부를 돌리는 내용입니다. 대안역사에 환상 한 스품 추가되니 매우 매력적입니다. 진행 과정에선, 정화의 원정에서 손 뺀 명조의 무능함을 책망하는 책망도 느껴집니다.
Knotting Grass, Holding Ring (풀을 묶어서라도, 반지를 물어와서라도)
결초함환(結草銜環) 고사를 활용한 대안역사물입니다. 정사가 외면한 양주학살과 항쟁의 이야기를, 양주십일기라는 얄팍한 사료에 기대어 매력적 필치로 재구성합니다. 마지막엔 꾀꼬리가 환생하는 장면으로 환상적 마무리를 합니다.
The Ussuri Bear (우수리 불곰)
근대가 배경입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원한관계를 중국까지 장시간 장거리에 걸쳐 풀어갑니다. 여기도 기계 말(mechanical horse)이 등장하며 환상적인 스팀펑크를 구사합니다.
The long haul (장거리 화물비행선)
비행선이 화물을 담당하는 어떤 세계입니다. 디스토피아 만화의 한장면처럼 묘사가 세밀하고 정서가 매력적입니다. 놀랍게도 큰 드라마 없이 설정에 공들이고는 이내 마칩니다. 아마 후속이 나올듯합니다.
3. 전통적 SF
You'll Always Have the Burden With You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위에)
루라 행성의 사가를 발견하는 고고학이야기인데, 반전이 재미나고, 엔딩은 현실의 재현입니다. 이건 반전이 묘미라 더 이상 설명은 안합니다.
Cassandra
재미나지만 통상적 SF의 범주입니다. 촉수예지능력을 가진 자가 주인공입니다. 예지한 불행을 막으면 결국 예언이 틀리는 딜레마를 말합니다. 문장과 구성의 매끈함을 주목합니다.
정보기술 및 과학적 장치의 엄밀함 속에 철학적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 놓는 솜씨에 감탄하다가, 실크 펑크의 노스탤지어 같은 상상력과 탄탄한 SF적 문장에선 매료되어 버립니다. 테드 창을 최애삼다, 감질나는 과작과 확장성의 한계에 아쉬움을 느끼던 제겐 새로운 별을 발견한 셈입니다. 테드 창보다 살짝 젊고 에너지가 넘치니, 향후가 더 기대되는 켄 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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