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것 본문
1️⃣ 한줄 평
지구인과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외계인이 만든, 인간 사용 설명서 (user manual)
♓ Inuit Points ★★★☆☆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소녀가 커서 이학 박사가 됩니다. 툭하면 멜트다운이 오는 스스로나, 주변 사람과 세상 모두 이해하기 힘들어 스스로를 외계인처럼 여겼다고 합니다. 그가 공부한 과학을 통해, 인간세상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적은 글입니다. 일상을 평범으로 받아들이는 비장애인에게는 아주 신선한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문득문득 깨닫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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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이 나쁘다는 이유로 평점이 안좋은 책입니다.
- 11개 챕터에 과학 이론이 나옵니다. 물리, 화학, 생물, 정보학 등 다양합니다. 과학적 번역은 훌륭합니다.
- 반면, 문과적 번역은 품질이 떨어집니다. 묘하게 뉘앙스 놓치거나, 오역도 더러 있네요.
- 본문 번역보다는 책의 제목이 마케팅적으로는 더 크게 발목 잡았다고 생각해요.
- 인간 사용 설명서에 가까운 내용인데, 긍정심리학처럼 느껴지는 제목이라니.
- 저 문장은 책을 마무리하는 중 한 문장이고 책의 기둥을 받치는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 이 조차도, Don't apologize for being yourself. 너 다움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라는 뜻인데, 존재에 사과하지말라니, 뉘앙스가 완전 달라졌죠.
-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말일뿐더러, 제목에서 연상되는 내용전개랑 책이 완전 별개라 평점을 박하게 받았을 책입니다.
- 내용은 신선합니다.
Explaining humans
Camilla Pang, 2020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저자는 자폐스펙트럼과 ADHD, 아스퍼거 3관왕을 차지했다고 스스로 말하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인물입니다. 사회의 미묘한 시그널을 못 읽어 무례해지거나, 반대로 별일 아닌 시그널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그가 안간힘을 쓰며 인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 이론에 기대어 세상의 모델을 새로 구성해 나갑니다. 이런 식이죠.
두려움 - 빛과 굴절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단파장은 고굴절하고 장파장은 저굴절합니다. 마찬가지로 불안과 걱정도 오래가는 불안과 잠깐의 불안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따라서 총체적 두려움이라는 백색광을 마음의 프리즘으로 가르면 다루기 쉽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오래가는 두려움과 잠깐의 두려움을 구분만 해도 대응하기 좋다는 거죠.
이런 마음의 프리즘을 얻기 위해서는 투명함과 밀도가 필요합니다. 투명함은 두려움이란 감적에 솔직해지기입니다. 밀도는 경험에서 얻은 내공이죠. 이건 저에게도 매우 좋은 모델이고 새겨둘 점이 많았습니다.
완벽주의 - 열역학
열역학 2법칙이 말하길, 무질서는 자연의 목적지입니다. 반면 질서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죠. 따라서 완벽한 통제라는 환상을 내려두되, 인생의 중요한 일에만 에너지를 써서 부분적 질서를 유지하는게 현명하다는 걸 배웁니다. 더 나아가 무질서가 살아있음 자체이자 숨쉴 공간이라고 말하는 그의 문장은 멜로디같이 들렸습니다. 저같이 신경전형성(neuritypical)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니까요. 만물은 흐른다는 헤라클레이토스나, 불가의 가르침도 한궤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이래요.
괴상함(weirdness) - 단백질
연결(connection) - 화학 결합과 기본상호작용(fundamental forces)
공감(empathy) - 진화와 베이지안 확률
조화(harmony) - 파동이론과 공진
어울림(corofrmity) - 분자역학
에티켓 - 게임이론과 복잡계
학습 -딥러닝
의사결정 - 기계학습
목표 설정 - 양자역학과 네트워크 이론
책의 재미는 카밀라 팡만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두개의 렌즈입니다.
하나는 신경다양성입니다. 마음이 찢어지고 사는게 힘든 대신, 다른 사람이 의식도 못한 채 자연스레 돌아가는 세상 이치 중 결코 거저가 아닌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다른 하나는 과학이란 렌즈지요. 이론을 알지 못해도 정확히 작동하는 그 이치입니다.
저자 덕에 두가지를 분리하여 재결합해 보며 많은 점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OS만 깔려있는 컴퓨터에 앱을 하나하나 깔며 내 과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어느 지점이 더 좋아지는지 정확히 알게 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