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1️⃣ 한줄 평
삼국지 같다. 세월 지나 다시 읽으니 완전 새롭다.
♓ Inuit Points ★★★★☆
릴케가 후배라 할 수 있는 카푸스에게 쓴 10통의 편지를 엮어 만든 책입니다. 시인으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필요한 조언을 아낌없이 적었습니다. 이 중 삶의 태도에 관한 부분이 특히 곱씹을 만합니다. 항상 어려운 길을 택하라 말하는 부분이, 제 최근 사색의 결론과도 같아 놀라웠습니다. 릴케가 제게 쓴 편지 같아,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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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는 우리나라 문인들이 열렬히 사랑한 외국 작가입니다.
- 윤동주, 김수영, 백석 등이 작품에서 명시적으로 릴케를 언급할만큼, 애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 이번에 알았는데, 릴케는 연인을 위해 장미를 꺾다 가시에 찔린 상처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 편지의 수신인은 프란츠 카푸스(Franz Xaver Kappus)로, 릴케가 다녔던 소년군사학교의 후배입니다.
- 카푸스가 릴케의 시집을 들고 있는걸 본 신부님이 릴케가 졸업생이란걸 알려줘 릴케에게 편지를 썼고
- 이후 5년에 걸친 서신을 주고 받았습니다.
- 이중 릴케의 답신만 열개 추려 카푸스가 출간했습니다.
- 카푸스가 한참 후배도 아니고 고작 8년 차이 남에도, 한 세대가 벌어진듯 식견의 높이가 다릅니다.
- 릴케가 유독 카푸스에게 잘한건 아닌 것 같지만, 편지는 다정하고 사려 깊으면서 매섭기도 합니다.
- 릴케 생애에 약 7천통의 편지를 썼다고 하니, 당시 편지는 상당한 소통 수단이었나 봅니다.
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
Letters to a young poet
Rainer Maria Rilke, 1929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사람마다 처지 따라 다르겠지만, 전 릴케의 박력있는 한 문장에 완전 매료되었습니다.
"쉬운 길로 가지마라. 어려운 길이 답이다."
살아 있는 모든 건 어려움을 향해 있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어려운 길을 택하는게 맞다고 카푸스에게 말합니다.
우선 고독입니다.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드는 고통을 비탄으로 견디라 합니다. 고독을 버리고 값싼 유대감에 유혹될때 쉬운 길을 택한 셈입니다. 결과는 고유성을 잃으면서 당혹하게 됩니다.
사랑도 어려워야 합니다. 릴케는 사랑이 상대를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는 숭고함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고독을 외면한 사랑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승화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죠.
슬픔도 마찬가집니다. 마음을 모아주고 고양시키는 감정은 순수하고, 한쪽 면만 붙들어 자신을 일그러뜨리면 순수하지 않은 나쁜 감정입니다. 한편, 슬픔은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을 식별하는 작용이므로 기쁨보다 슬픔이 더 정확한 가이드가 됩니다. 그래서 어려운 길, 슬픔을 택할 수 있어야하고요.
어려운 길이 답이라는, 꽤나 심오한 진리를 릴케는 깨달았고, 카푸스에게 힘주어 알려줍니다.
시에 대한 조언도 재미납니다.
우선, 릴케는 비평가를 매우 싫어합니다. 그래서 카푸스의 습작에 대해 크리틱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개성이 없고, 독자적이지 못하다고 정중하게 현 상태를 짚어줍니다. 대신, 비법을 알려주죠. 우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합니다.
"글을 쓸수 없다면 차라리 죽음인가?"
그렇다 생각하면, 보고, 듣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은 것을, 이 세상 맨 처음 사람처럼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책 읽으며 당시의 우편 시스템이 어땠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릴케는 파리, 로마, 등등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삽니다. 그럼에도 우편물은 잘 오고 가는게 신기합니다.
깊은 고독을 전제한 인간 탐구에 열심이었던 릴케.
시 만큼이나 영롱한 문장을 꽤 남겨두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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