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스파이크 본문
1️⃣ 한줄 평
뇌라는 OS 사용설명서라 생각했는데, 함수 라이브러리였네.
♓ Inuit Points ★★★☆☆
뉴런의 동작 원리를 꼼꼼히 적습니다. 스파이크가 튀며 생기는 생화학적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기적 같은 뇌의 작용이 얼추 짐작갑니다. 과하게 이론적임에도, 유려한 문장이라 잘 읽힙니다. 일선 연구자답게 정세하면서도 유용하게, 뉴런과 뇌작용 탐구의 현황과 전망을 알려줍니다. 왜 평이 좋은지 이해갑니다.
❤️ To whom it matters
- (저처럼) 뇌의 사용성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재미 없습니다.
- 뇌과학이라고 흔히 알려진 이론이나 지혜의 밑단 이야기입니다.
- 단순한 세포가 모여 어찌 뇌가 되는지 궁금해본 사람에겐 딱입니다.
🎢 Stories Related
- 좀 더 실용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은 'On task' 가 낫습니다.
- 반면, 문장의 미려함과 전달력은 '스파이크'가 앞서 갑니다.
- 책 읽으며 알게된 사람이 월터 피츠(Walter Pitts)라는 천재인데, 영화에 나올만한 사람이더군요.
- 맥컬럭이란 학자가, 뉴런의 스파이크는 바이너리(0 또는 1) 특성임을 발견합니다.
- 당시 맥컬럭이 집에 데려다 돌보던 천재 청년 피츠가 논리회로의 형태로 뇌의 기능이 가능함을 밝힙니다.
- 폰 노이만은 이들의 기념비적 연구에 영감 받아 컴퓨터로 모사합니다.
- 즉, 뇌를 컴퓨터로 비유할 필요 없이, 컴퓨터가 뇌을 모방한 것입니다. 소자의 구성과 딥러닝의 소프트웨어적으로. (책을 읽다보면 이 둘은 같습니다.)
The spike: an epic journey through the brain in 2.1 seconds
Mark Humphris, 2021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1 뉴런의 스파이크는 디지털이다.
2 흔히 상상하듯, 스파이크는 단일 뉴런에서 다음 뉴런으로 1:1 릴레이 되는게 아니다. 하나의 뉴런이 스파이크를 발생하려면 상당히 많은 주위 뉴런 '군단'의 점화를 받아야 한다.
3 심지어 한 스파이크가 다음 뉴런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4 게다가 뉴런 중 90%는 외부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암흑 뉴런(dark neuron)'이다.
5 스파이크의 목적지는 사물(highway what)과 행동(highway do)을 감지하거나, 뇌량을 타고 좌우 뇌 싱크를 맞춘다.
6 종착지에서 스파이크의 의미를 살피는데, 단기적으로는 타이밍, 좀 더 길게는 스파이크 개수로 신호를 의미화하고, 외부세계에 맞는 행동양식을 결정한다.
7 그 중 중요한 곳은 선조체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행동은 유보된 억제를 풀어 움직이는 간접경로와 손가락등을 바로 구동하는 직접경로가 있고 이건 바닥핵을 통한다.
8 중요한건, 대다수의 뉴런은 외부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스파이크를 튄다. 왜일까.
책의 두가지 키워드라면 암흑뉴런과 자발적 스파이크입니다. 겉질 중 사용하지 않는 90%의 뉴런도 모자라, 애써 에너지를 낭비하며 자발적으로 튀어대는 스파이크라니. 진화적으로 비용이 감당 안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게 뉴런 연구의 개가로, 뇌의 진화적 열쇠입니다.
통상 뇌과학이 말하는 진화적 이득은, 행동이 유보된 생각이라는 겁니다.
수많은 가능태 중 어떤 양식으로 행동하기 전까지 감안할 점이 많습니다. 물리적 환경, 맥락, 내 몸의 상태 및 자세, 행동 이전과 이후의 예측 등이죠. 간단히 물한잔을 집어도 엄청난 정보과 계산이 필요합니다.
단세포 상태의 뉴런은 0과 1만 표현 가능한데 이를 모아 집합적으로 고기능 뇌를 구성하는 핵심이 암흑뉴런과 자발적 스파이크입니다. 노이즈 말고 진짜 신호를 알려면 군단이 필요하고 이때 투표자 역할을 하는게 암흑뉴런입니다. 또한, 뇌가 새로운 경로를 만들때도 암흑뉴런이 매체가 됩니다. 유연한 뇌의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단지 신호의 레귤레이터 역할과 뇌기능의 예비군을 위해, 가장 비싼 자원인 뇌 겉질 뉴런의 90%를 잉여로 간직할만큼 진화의 비용이 싸진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당장의 과제 해결에 자발적 스파이크가 관여합니다. 그게 뭘까요.
스파이크 자체는 전기신호지만, 나트륨이 유입되고 칼륨이 방출되는 생물학적 게이트를 통과한 후, 화학적 과정을 통해 전기가 발생합니다. 즉 전달은 전기적 속도지만, 발생은 생물학적 속도에 좌우됩니다. 따라서 스파이크의 전달은 매우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린마저 순간 반응을 할 수 있는건 자발적 스파이크 덕입니다. 스스로 반짝 거리며 점화하기 직전의 고스트 상태를 유지했던 경로를 타면 순식간에 스파이크가 전달됩니다.
예비점화의 속도도 부수적 결과론이고, 굳이 왜 스스로 깜박이며 에너지를 낭비하는지는 정당화가 필요합니다. 그 답이 책의 마지막 장이자 제가 가장 놀란 부분입니다. 이유는, 켜짐에 가까운 고스트 상태 자체가 예측입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감각하는 모든것은 예측의 보정입니다. 우리 뇌는 암흑뉴런의 자발적 스파이크라는 기제를 통해 상시적 예측을 하는 겁니다. 따라서 실제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실시간 보정이 이뤄지고 빠르게 반응하며 유보되었던 생각을 적절히 펼쳐 행동합니다. 베이지안 추론(bayesian hierarchical inference)이지요.
결국 생화학적 스파이크에 매몰되며 뇌의 전기배선을 따라 다니던 책의 여정은 멋진 신세계에 당도하며 끝납니다. 뇌의 작용을 말하는 모든 책에서 말하는 '예측'이 뉴런 배선의 구조적 특성이란 점이죠. 진화를 거슬러 생각하면 오묘하고 기적같지만 합리적입니다. 논리소자에 불과한 온-오프(on-off) 뉴런을 잔뜩 모아 감각과 생각을 걸러내 최적의 행동을 펼치고 진화적인 우위를 점합니다. 인간 뇌는 그 불안정한 소자의 모음을 견제하고 집대성하기 위해 군단뉴런과 전달실패등의 과정을 거치고, 궁극적으로 예측을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합니다. 그 덕에 우주를 상상하고 뉴런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엄청난 발전을 하지요.
저자의 재미난 문장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정도로 세포단위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결론 하나로 다른 뇌과학 책과 하부구조를 이어준 멋진 책이었습니다. 결국 이자발적 스파이크 집단의 유지된 패턴이 나(self)이자, 우리의 기억, 몽상, 숙고, 계획, 묵상의 WIP(Work in Process; 재공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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