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파리의 수집가들 본문
1️⃣ 한줄 평
책보다는 수집품으로 가치가 있으려나?
♓ Inuit Points ★★☆☆☆
컬렉터, 수집광인 작가가, 평생에 걸쳐 알고 지낸 파리의 다양한 수집가들에 대한 단상을 삽화와 함께 적은 책입니다. 작가나 작품보다는, 수집가에 주목하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주제입니다만, 지금 시대 한국 독자에겐 썩 와 닿는 내용은 아닙니다. 최애가 되긴 힘들어 보이지만, 수집 목적으로 서가에 두기엔 알맞은 책이고, 당연히 종이책이 의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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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르 르-탕은 20세기 일러스트레이션의 마스터로 불리우는 그림 작가입니다.
- 뉴요커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장기 연재를 했고, 그의 그림체가 아예 잡지의 스타일로 자리잡았습니다.
- 그의 취미는 컬렉션이고, 남의 컬렉션을 방문해서 봤던 내용에 기반합니다.

Quelques Collectionneurs
Pierre Le-Tan, 2013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을 산 이유는, 르탕의 그림 때문입니다.
해칭의 귀재 같습니다. 단순한 형상과 채색에 해칭만으로 모양을 잡는데 그 솜씨가 기막힙니다. 펜화 특유의 인간적이며 단순한 미감이 봐도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모든 글엔 그가 사교했던 수집가들의 초상과 구경한 컬렉션을 르탕 특유의 형식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그림집만으로도 저는 만족했습니다.
어릴 때 우표를 좀 모아 본 뒤론, 한번도 수집을 취미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둘러봐도 요즘엔 수집이 취미인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습니다. 아마 아파트란 공간이 무언가를 수집하기엔 비효율적인 공간이라서 그럴까요. 그나마 수집이라면 미술품 정도가 목격되는 요즘입니다.
책에 나온 수집가들도 주로 미술품을 모읍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수집의 감각을 개발해온 르탕은 유명해지기 전의 미술품들을 먼저 수집했던 경험이 많다고 적습니다. 행간에 있지만, 그가 은근 자부심을 갖는 심미안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수집가는 무한정 수집만 할 수 없지요. 그
는 돈이 필요할 때, 공간을 비워야할 때 그의 수집품을 선뜻 팔고 다시 삽니다. 가격으론 훗날 더 오를 걸 모르진 않겠지만요.
결국 그의 수집은 미감의 시험대이자, 한시적 소유의 즐거움 같습니다.
그래서 부유한 친구 중 안목이 비슷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팔기도 합니다. 그의 집에 놀러가서 예전 수집품을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이쯤 되면 애잔한걸 넘어서, 약간 집착하는 애인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팔아버린 수집품에 대한 사우다지(saudade)는 르탕 뿐 아니라, 다른 수집가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르탕이 그려둔, 몰락한 귀족의 벽지가 인상적입니다. 그림이 오래 있던 자리는 색이 달리 변해 선명하게 액자의 모양대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말년에 돈이 필요해 판 주인은, 그 빈자리를 다른 작품으로 가리지 않고 비워둡니다. 걸려있던 작품을 떠올리기 위함일까요.
미술품 이야기가 많지만, 독특한 수집품도 있습니다.
무라노의 유리 공예품만 모으는 사람, 온갖 종이를 모으는 사람, 세라믹 제품만, 혹은 인형만 모으는 수집가도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건, 지하실에 범죄자의 실제 머리를 차곡차곡 모아둔 이의 이야기입니다.
책을 다 읽을 때 쯤이면, 이들은 왜 모으는지, 본질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소유의 재미일까요 독점의 짜릿함일까요. 아니면 물성의 존재감일까요.
르탕의 말에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많이 가져봤고 누구보다 많이 보내본 입장에서, '끝까지 갖고 싶은 수집품이라면, 그의 아이들이 만든것, 선사해준 것이 아닐까'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결국, 재화적 가치보다, 추억과 행복의 연결고리, 이게 수집의 목적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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