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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심사

Inuit 2004. 8. 27. 00:51
오늘 산업기술평가원에 정부과제 심사를 갔었습니다.
심사를 받으러 간게 아니고, 심사를 하러 갔었지요. -_-

제가 심사를 할 형편이 아님을 다 아시겠지만, 원래 회사의 대표로 가기로 약속했던
연구소장님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타로 가게 되었습니다.
연구 관련한 것이 아니고 사업심사니 제가 적당하다고 이사님들이 적극 추천하셔서
얼결에 OK를 했는데, 바로 날라온 수천페이지의 계획서와 보고서.. -_-

어제도 제가 하던일을 급히 끝내고 밤 여덟시부터  10시까지 초치기로 보는데,
후우~ 완전 외계어더군요. -_-
꼭 예전에 어셈블리어 보던 기분이랄까.
부분부분은 알겠지만 이게 전체적으로 무슨소리인지 수백페이지 읽고나면 머리에 남는게
하나도 없는..

아무튼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아자!) 임기응변으로 (유후~) 때우기로 맘먹고 그냥
퇴근을 했습니다. -_-

애초에 이사님 말씀으론 오전에 셋톱박스 관련한 심사만 해주고 바쁘면 와도 된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같이 프로젝 하는 후배에게도 점심먹기전에 간다고 약속했는데,
왠걸.. 참 빡센 하루였습니다.

10분만에 1년과제를 평가하고 또 10분만에 향후 과제의 go / no go 판단을 하고
그에 필요한 질문을 하고 나면 또 다음 팀이 들어오고 점심먹고 바로 또 같은 식..

따분하거나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정신적인 텐션이 심한 하루였습니다.
게다가 일정 퍼센트의 과제는 강제탈락이라서 맘 약한 심사위원들 가슴아파 하며
왜 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했지요.

재미난 것은, 꽤 비중있는 과제인데도 사기꾼도 있었고 (물론 금방 발각이 되었습니다.)
성질을 못참아 전투적으로 심사위원과 맞받아 싸우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질문에 센서티브하니까 무언가를 숨기는 인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더군요.
(물론 다 떨어졌습니다. -_-)

또 한가지는, 1차년도 과제는 대학과제고 2차년도는 업체의 사업화 과제인데
2차년도를 갈것인가 말것인가 판단하는 심사위원회였는데, 대부분 연구 성과는
좋지만 업체의 수준이 떨어져서 사업화에 의구심이 가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심사위원중 벤처출신들이 많아 열심히 하려는 업체는 도와주자는 분위기에
몇개가 살았습니다만, 과제 주위에 맴도는 업체들의 현실을 잘 알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물론, 과제 평가 자체에서 업계 돌아가는 소식을 배우고 과제의 심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수있었던 것은 이루 말할 수없는 소득이었지요.

아무튼, 심사비도 나온다니 유익했던 하루지만, 프로젝트 마감이 내일인데 하루를 공쳤으니
갑갑하기도 했던 하루입니다.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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