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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경제학

Inuit 2005. 8. 16. 23:32

Steven Levitt

경제학의 진정한 가치가, 그 이름과는 달리 큰 돈을 벌거나 최소한 돈을 아끼는데 기여하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주변의 여러 이코노미스트들을 보면 선비와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부유하다기 보다는 삶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잘못을 보고 일갈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돋보이는..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툴이 제공할 수 있는 분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뽐내는 듯하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만 해도 그렇다.
90년대 미국의 범죄율 급감의 원인에 대해, 경제성장설, 경찰업무 혁신설 등 무수한 가설이 난무했지만 설명력이 미흡한 것을, 저자인 레빗은 먼 옛날 73년 낙태금지법의 완화로 인한 사회적 효과임을 데이터로 밝혀낸다.
(블루오션에도 나왔던 빌 브래튼 뉴욕 경찰청장의 경찰업무 혁신은 적절한 타이밍에 우연히 깜짝쇼가 이뤄진 것 뿐이고 이미 범죄율 감소는 그 3년전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줄리아니에게 팽당한후 캘리포니아 경찰을 맡은 후 브래튼은 같은 방법을 도입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사회적, 윤리적 압박이 극심했겠지만 데이터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할텐가.

또한, 학업성취도와 상관관계가 깊은 요소들을 통해, (단정적인 포지션을 취하지는 않지만) 공부잘하는 아이가 나올 확률이 높은 집안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자. 책이 많은 집하고 책을 매일 읽어주는 집하고 어느 집 아이가 공부 잘할 확률이 높은가?

다음, 경제학적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보자.
경제학의 기본가정이 사람은 경제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투입과 산출을 뒤틀어 버리는, 혹은 의도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것이 인센티브인데, 스모선수와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독특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가져온 경쟁원칙의 시장원리의 실패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한다. (여기에서의 시장 실패는 일부러 져주기 및 시험성적 올리기 등의 cheating이다.)

괴짜경제학은 돈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서도 경제학적 사고의 틀을 잘 느낄 수 있어 경제학이 더 좋아지는 특이한 책이다.
단, 이책을 통해 경제학을 한번에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접근을 삼가기 바란다.
톱과 대패로 장난감을 만들어 실컷 갖고 논후, 그것들로 지은 산너머 통나무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단번에 미루어 짐작하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한마디 첨언하자면, 이공계 독자들이라면 오히려 이러한 경제학적 사고의 틀이 낯설지 않고 편안히 느껴질 수도 있다.
단지, 실험을 할 수 없어 막대한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과학적 한계만 인정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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