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

어느날 갑자기 사무실로 배달된 책.
제목은 'The Shinhan Bank Way'.
웬 짝퉁이람..
대충 제목을 들춰보니 신한은행 만세 이런 스토리였다.
일도 바쁜데 짜증스러워져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려는 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신인을 보니 절친한 후배.
연락한지도 오래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했다.
후배가 말했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고..
그탓에 연락도 잘 못했다고..
정신의 자식같은 책이니까 버리지 말라고.. -_-
저자는 따로 있지만 책의 기획 및 자료수집부터 편집까지 고생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책장에 꽂아놓고도 선뜻 손이 안가 한참을 묵히다가, 어느 하룻밤을 내어 읽어보았다.
책은 의외로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예전에 신한은행은 녹색 로고시절에 재일韓商들이 만든 은행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가 갑자기 파란 S로고의 신한 지주로 바뀌는 과정등에서는 사실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은행이고 아는 선후배들이 많이 가길래 사람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정도였다.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읽어보니 전반적으로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친절을 내세우는 신한은행만의 독특한 문화적 차별성은 있었나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에서 아직 이거다 할 것이 없는 신한지주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과연 무엇이 shinhan way이고, 그 핵심에 어떤 implication이 있다는 말인가.
결국은 이렇게 되고 싶고, 이렇게 인식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을 표현한 사보의 양장판에 불과하지 않은가.
짐작컨대 조흥과의 합병을 두고 "to be" 모델을 만들고 싶은 뜻은 장하지만, 책속 곳곳에 숨어있는 갸륵한 컨텐츠를 '7 secret'이라는 과장으로 포장하여 예견된 (서적의) 흥행실패를 작심한 것은 사뭇 아쉽다.

차라리 목적을 명확히 하고 중립성을 지키며 잘 했던 점, 잘못했던 점을 소상히 밝히는 케이스 중심으로 갔다면 국내에 흔하지 않은 좋은 서적이 될 뻔 했다.
최소한 스스로 우리의 팔뚝은 참 굵기도 하지요 하는 용비어천가의 냄새만큼은 빼야지 좀 팔리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재미난 컨셉의 마케팅 툴을 만드느라고 고생 많았을 후배에게 진심으로 노고를 치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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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경락 2010.02.08 14:06

    용비어천가의 냄새라는 말씀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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