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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 정승일의 격정대화

Inuit 2006. 1. 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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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쾌도난마라는 제목만큼이나 경쾌하게 복잡한 세상사를 경제학이란 렌즈를 통해 해부한 책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꽤나 날렵하고, 구어체의 대화를 기반으로 정리했기에 알아듣기 편할만큼 단정적이다.
장하준 선생은 '개혁의 덫'에서 세계관의 단면을 읽은 바 있지만 정승일 교수와의 주고 받는 대화속에서 논점이 더 잘 드러나서 재미있다. 적절히 템포를 조절하고 추임새를 넣는 엮은이 이종태의 감각도 좋다.

이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닥가닥 단편이 아닌 세상을 보는 경제학적 구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가령, 신자유주의가 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라는 공식을 받아들인다면, 저성장, 저투자, 고용불안을 본질적으로 옹호하는 금융자본의 속성상 현재의 안정적 저성장의 경제 현상이 쉽게 설명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근간에 유래없는 청년실업 문제를 야기한 '고용없는 성장'도 일맥상통일 수 있다.
이는 금리가 올라가면 통화량이 어떻게 되고 하는 국부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금리를 내리려 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중 일부는 읽는이가 꽤나 불편할 수 있다. 예컨대 박대통령 시절의 경제 성장에 대한 옹호나 재벌에 대한 인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관점없이 맹목적으로 박과 재벌을 비판하던 청맹과니 같은 이들이라면 한번 귀기울여 들어봄직한 소리다.

결국 이들의 세계관을 요약하면 반자유주의+민주주의이다.
정치로서의 민주주의는 추구하되 자유주의에 내맡긴 경제는 우리 스스로가 주도하기 힘들다는 논리이다. 일견 의미있는 지적이지만,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지나친 부정에서 결론이 비약한점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주주 자본주의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성급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going concern으로서의 기업의 운명에 이러한 단기적 최적화가 독약임을 기업 스스로가 잘 알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CSR이니 BSC니 여러가지 개선책을 채용중에 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악한 주주라는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떨치기 힘든 주주 자본주의의 암울한 운명에서, 자율과 통합적 최적화라는 개선방향을 고려하면 밝은 미래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나라 정치계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은 저자의 지적처럼 반드시 짚어야 하는 문제같다. 시장에 반하는 정책은 고려의 대상도 못되고 입에 담기도 힘든 것처럼 믿는 것이나, 무디스의 신용등급 발표가 겁나 제살에 든 멍을 고치기 보다는 대강 가리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제학은, 아니 어떤 사회과학도 사후적으로 인과를 설명할 뿐이기 때문이다. 경제와 문화와 역사가 다른 경제체계에서라면 다른 처방을 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