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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스티브 잡스

Inuit 2005. 12. 3. 22:16

사용자 삽입 이미지William Simon &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대상일지라도, 다른사람의 연대기를 읽는 것처럼 시간낭비가 있을까.

이는 나이먹어 삼국지를 읽지 말라는 투의 이미 많이 진행된 삶에 남의 행적이 참고가 얼마나 될소냐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서전류의 책들은 물론 사실의 재구성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진실과는 일정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표피를 가지고 실체를 유추해야 하는 과정이 무척 피곤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손이 안간다.

iCon은 그런 유추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통짜로 사실이랴만은, 궁금했던 내용의 200%이상을 알 수 있어서 손익분기점은 분명히 넘겼기 때문이다.

아득한 옛 시절, '애플=스티브 잡스'라는 등식이었던 거인이 자신의 왕국에서 쫒겨났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고, NeXT라는 신개념의 PC를 만든다는 소식과 함께 의구심에 대한 기사를 보았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그가 픽사라는 회사와 함께 잠시 신문의 한귀퉁이를 장식했고 또 잊을만 하니 여기저기 떠들어대는 iPod를 가지고 화려하게 나타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간간히 나타나는 제품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연속성은 어떤 사연으로 비롯되었는가?
내가 몸담은 산업상의 관심도 있고 선배 기업가로서의 족적도 궁금했지만, 한때를 풍미했던 그의 인생이 알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은 그에 관해 알았던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은 대개 신화였다고 말한다.
애플부터 매킨토시까지 그가 실제로 했던 것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인터뷰를 통한 저자의 의견으로는 그가 소프트웨어에 무지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외관에 집착했고 그로 인해 작고 예쁜 매킨토시가 나왔지만 그 작은 사이즈때문에 확장성 문제로 몰락을 겪게 된 것이다. 


심지어 픽사를 인수할 때는 이것이 하드웨어 회사인줄 알았다고 한다.
더우기, 그나마 애플의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 iMac역시 전임자였던 길 맥길리오가 이미 길을 닦아 놓은 것임은 처음 알았다.
한때 내가 흠모했던 Handspring 역시 그가 Palm Pilot을 인수하려하자 개발자들이 반발하여 박차고 나가 만든 회사였던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컴플렉스와 너무 일찍 엄청난 성공을 해버린 탓에, 오만하고 모난 성격으로 평생 불화를 몰고 다녔었다. 몇번의 실패를 겪고난 중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남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게된 것이다.
제대로 사업을 알기도 전에 이미 성공한 CEO가 된 그는 진정한 경영을 몰랐었고 HR과 조직관리의 기본은 커녕, 시스템적 사고가 결여된 micro-manager였던 것이다. 가장 친한 룸메이트이자 창업초기부터 중책을 맡았던 친구마저도 loyalty가 없다는 이유로 몇천억 부자가 되면서 땡전 한푼 안준 속좁인 인간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의 명성이 통째로 폄훼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아이콘이라는 책의 제목이 명확히 상징하듯, 그는 실체를 향하여 사람의 이목을 끌고 세상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통로의 역할로서 이미 소임을 한 것이다. 또한, 철저히 감성적었기에 틀에 박힌 사고로는 이루기 힘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첨병역할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전형적인 벤처형 사업가이다. 그 뜻은 어떤 유동적 상황에서 응집력을 발휘해 돌파하는데 강점이 있겠지만, 내실을 다지며 키워나가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나, 모든 브랜드 자산을 자기 한몸에 압축시켜 놓은 상황에서 post-Steve 시대가 도래할 때 애플의 미래를 말살해버린 점은 경영하는 내 입장에서 좋게 봐주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그는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저자의 pun 하나만 소개하고 끝내야겠다.
iPod, iTunes, therefore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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