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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 경영 시사점

Inuit 2006. 2. 18. 17:34
하나의 작은 도시국가에서 출발하여 서구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의 비결이 무엇일까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며,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 보다 못한 로마인들이 어떻게 그러한 제국의 영광을 이뤘는가?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그 이유를 보면, 현대의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1. 매뉴얼을 통한 시스템화
지금도 이탈리아 인들을 보면 알겠지만, 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체격도 왜소한 로마 병사들이 갈리아 병사든 게르만 병사든 북아프리카 병사든 누구를 만나도 연전연승을 한 이유는 바로 그들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입니다.

로마군은 전쟁을 하기 전에 먼저 견고한 사각 진지를 구축합니다. 숙영지를 아무렇게나 짓는 것이 아니라, 교본대로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짓습니다. 교본은 아주 자세하게 되어 있어서 초기 로마의 교본을 수정 없이 제국시대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숙영지를 짓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본대보다 앞서서 당번장교가 1개 소대를 이끌고 척후를 나섭니다. 그리하여, 물이 가깝고 방어가 용이하며 2만명이 묵을 수 있는 평지를 선정합니다. 그 한가운데 깃발을 꼽아 중심점을 잡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주 넓은 중앙로입니다. 적의 습격이나 화재등 변고가 생겨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안전하기 위해 중앙로를 먼저 위치잡고 그 길 양 옆에 성화대를 설치해 놓습니다. 그리고 교본대로 걸음으로 길이를 재어서 중요 건물부터 위치를 잡아 깃발을 꼽아 놓습니다. 본대가 도착하면, 척후가 깃발을 꽂아 놓은대로, 집정관의 천막으로부터 시작하여 장교, 사병의 천막을 짓고 교본대로 배수로의 폭, 천막과 천막 사이에 몇보를 떨어뜨리는 것까지 그대로 공사를 하여 위에서 보면 가로세로 각이 딱 맞도록 합니다. 마지막에 마구간을 병영 둘레에 배치하고 참호와 울타리를 세워 사각형의 숙영지를 완성합니다. 심지어 숙영지 완성후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하는 것, 변소의 설치까지 다 교본대로 따릅니다. 유일하게 교본에 없는 것은 식사 메뉴라고 합니다.

미련해 보일 지라도 이 같은 작업을 로마군은 한 하루를 자더라도 원칙대로 짓습니다.
이렇게 교본 위주의 전투를 하는 것은, 로마가 제국시대 전까지는 직업군인이 없고 매번 전투마다 새로 모병을 하기 때문에 능수능란한 대장만 있으면 항상 같은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로마는 전투에 패해도 전쟁에 패한적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망한 것도 스스로 안일에 빠지고 나태해져서 망한 것이지요.

2. 신상필벌로 규율 확립
로마군의 특징 중 하나는 엄격한 규율과 명확한 상벌입니다.
무슨 공을 세우면 어떤 상을 줄지까지 다 정해져 있습니다. 벌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군의 벌을 보면 그 용맹이 어디서 나왔는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로마에서는 장수가 패배해도 절대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초를 게을리하면 몽둥이로 사형에 처합니다.

로마군이 가장 무서워 하는 벌은 ‘10분의 1 처형’입니다. 이는 반란을 일으켰거나, 전투에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부대 전체가 잘못을 했을 때 집단으로 내리는 벌입니다. 10분의 1처형이 결정되면 추첨을 통해 벌받을 부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병사를 뽑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가 이들이 죽을때까지 채찍으로 때려야 합니다. 이는 같이 잘못을 하고도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라서 병사들이 심리적으로 죽고 싶을 만큼 괴로와 합니다. 명예에 관한 벌입니다.
이렇게 10분의 1만 처형을 하여 나머지 병력은 다음 전투를 위해 보존하되 전 부대에 벌을 확실히 주는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엄격한 상벌 때문에 로마군은 항상 군율이 강하게 있습니다. 이것이 또 다른 승전의 원인입니다.

3. 솔선수범과 책임의식
다음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로마의 병사들이 군역을 행하면서 왜 그리 열심히 싸웠겠습니까. 바로 권한과 책임입니다.

제정시대 전까지 로마에서는 노예는 병사가 될 자격이 없었습니다. 오직 참정권을 가진 시민만이 명예롭게 전투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귀족은 말할 것도 없지요. 전쟁은 시민의 의무이면서 권리기 때문에 심지어는 때에 따라 자신의 전투식량을 지참하고 종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로마인들은 이러한 명예 때문에 열심히 나라를 지키고, 다시 돌아와서 정치에도 건전한 참여를 한 것입니다.

4. 실용주의
또 하나의 강점은 그들은 진정한 프로였다는 것입니다. 전쟁사를 볼 때, 동양은 전략이 발달하였지만 서양은 평지에서 양 진영이 꽝 하고 부딪혀 싸우는 단순한 전쟁형태였습니다. 심지어 전략이나 책략을 쓰는 것은 신사답지 못하다는 생각까지도 갖고 있는 것이 서양입니다.

그러나, 로마병사들은 실용적이었습니다. 도시국가에서 출발하였기에 전쟁에 패하면 나라가 바로 망하는 것을 알기에 당시에 말해지던 “정정당당”이라는 개념을 싫어했습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전략을 사용하여 최대로 효율적인 전투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비록 로마군의 숫자가 많아도 그대로 쳐들어가 작은 군대를 이겨버렸습니다. 이기는 것이 기정사실이라도 한사람이라도 더 살아서 돌아가야하기 때문입니다.

5. 목표위주의 실행력
로마의 마지막 강점은, 전략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실행력이 탁월한 까닭이었습니다. 로마군의 최대 명예는 포상이 아니라, 지휘관인 백인대장이 되는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지금으로 따지면 대대장급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사령관의 작전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양동작전을 펼치는데 한쪽에서 소극적으로 나오면 다른 쪽으로 상대의 병력이 집중되어 아군이 궤멸합니다. 반대로 양쪽에서 맡은바 임무에 따라 적극적으로 싸우면 상대방은 힘이 분산되어 패퇴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로마의 고민은 백인대장이 너무 열심히 싸워서 전사율이 가장 높은 계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한된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라면, 이러한 로마의 강점을 잘 되새기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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