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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차원에서 본 이글루스 인수

Inuit 2006. 3. 8. 19:53
어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글루스 영업양수 소식으로 블로그계가 시끌벅적합니다. 좋아하는 블로거분들이 이글루스에 많은지라 관심을 갖고 관련글을 몇개 읽다가 생각나는 점을 적어봅니다.

1. 인수가격 산정방식
금번 영업양수도의 가격은 15억원입니다.
이글루스 가입자를 10만명이라고 추산할때 인당 만오천원에 팔려간다고 분개하시는 분도 있고,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가치산정 방식이냐고 반박하는 분도 있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가입자당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per Subscriber)는 몇몇 특수한 경우에 유용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물건을 전달하지 않고 (다른 말로 변동비가 거의 작고), 가입자 기반이 규모의 경제를 강하게 주는 경우 ARPU(객단가, Average Revenue per User)가 사업의 본질을 말해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케이블 TV가 그러한 사례인데, 통상 고객 1명당 40~50을 적정가격으로 보고 있습니다. C&M의 외자유치때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인당 39만원으로 산정된 적이 있고, 예외적이지만 작년 말 GS홈쇼핑이 강남케이블을 인수할때 고객당 177만원으로 산정한 바 있습니다.

물론 실제 인수를 위한 기업가치 산정은 어느 한가지 방법으로 한정하지 않고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크로스 체크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인수 가격의 의미
그렇다면 15억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쉽게 말해서 인당 만오천원을 회수할 수 있으면 인수측이 성공이라는 말이겠지요.
이글루스의 경우 두가지 측면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무료로 운영되었고 현금 잠재력(cash implication)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때, 인당 만오천원이라는 미래가치가 꽤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향후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여 넉넉잡고 5년이내에 순수하게 가입자당 현재가치 만오천원을 회수한다고 보면 별로 무리한 딜은 아닙니다. 물론 가입자 탈퇴(churning) 및 마케팅+운영자금의 추가 투입을 고려한 순수익(net return)개념에서 말입니다.
게다가 이글루스라는 이름이 내포하는 블로그 산업에서의 대표성, 브랜드, 균질하고 충성도 높은 사용자 기반, 양질의 컨텐츠를 현금으로 환산하여 산입하면 제가 보는 입장에서는 꽤나 저렴하게 인수했다고도 볼 수 있는 성공적인 딜입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인수측에서는 구입가격이 낮기 때문에 성급히 유료화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어떠한 형태로든 유료화 부분이 들어가겠지만 무료기반의 가입자 규모 확대가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보입니다.

3. 전략적 운영방향
현 이글루스 블로거들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 같습니다.
유료화 가능성에 대한 민감도와 싸이월드와 유사하게 운영됨에 따른 이글루스 정체성 상실 가능성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SK커뮤니케이션즈와 온네트 당사자들이 깊이 고민하고 있을 부분이지만, 제가 인수자라면 큰 틀은 꽤나 명쾌할 것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어요, 싸이월드'와 '우린 전문 블로거랍니다, 이글루스'라는 두가지 개념을 병존하여 전체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변동성에 대응하기 쉽겠지요.
현재로서는 이글루스가 대중성을 지향하기보다는 양질의 포스팅이라는 컨텐츠 확보와 블로그라는 전략적 플랫폼의 구축이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RSS, Trackback 등의 개념을 일반에게 바로 전파해서 초등학생이나 40대도 쉽게 쓰긴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면 싸이월드는 누구나 쉽게 개설하여 그안에서 소통하는 홈페이지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가입자 기반 확충은 용이하지만 토론과 정제된 사고의 문자화라는 컨텐츠 측면은 약합니다.
통합을 통한 시너지가 이렇게 크지 않은데 굳이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은 당장은 무리라고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이글루스는 싸이월드와는 다른 정체성을 갖고 가는 것이 타당하고 이점은 SK커뮤니케이션즈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4. 기타
글을 쓰다 떠오른 몇가지 생각들..

1. 이글루스의 솔루션과 브랜드만 15억이라고 판단하고 산 것이 아니라면, 핵심 자산인 컨텐츠 유지와 블로거 이탈방지가 인수성공의 한가지 척도라고 보이는데 왜 적극적 대응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료화 모델에 대한 의중이 있어 잠잠하길 기다리는지, 아니면 지금 목하 고민중인지..
제 블로그에서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자주 설명을 드렸지만, 사람이 모일수록 그 집단의 가치가 높아지고, 빠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이글루스에서 열혈 블로깅하는 분들이 하나 둘씩 빠지면 점점 매력이 없어지는 것이 자명합니다.
어쩌면 향후 운영의 유연성을 위해서는 말많은 고객은 일찍 빠져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2. 온네트는 성공한 딜일까요?
지금까지 2년정도 운영을 했다고 보면 자금은 5~7억정도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글루스가 나름대로 성공한 모델이라고 보면 (그것도 성공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IT판에서!) 좋은 딜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책없이 돈만 태우는 상황(이 바닥에선 매출없이 자금만 소요되는 것을 cash burning이라고 합니다.) 지속되느니 적정한 가격에 사업을 넘기고 다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온네트의 다른 사업이 속시원한 것이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지금 기사를 검색해보니, 3/6일 일본 익사이트에서 RSS관련 기술제휴로 투자를 받았나봅니다.
결국은 RSS관련 솔루션을 사업기반으로 하려나 봅니다. 큰돈에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향후 이글루스 같은 성공모델은 또 금방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뭐 내부사정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바로 견적이 나올듯 합니다.

-생각할수록 흥미롭지만, 남의 일이기도 하고 저녁을 먹어야하니까 여기까지만!

(3/9 00:34분)
댓글로 주신 의견중에 공통적인 부분이 있어서 제 견해를 추가합니다.


이글루스와 싸이월드간의 연동에 대한 의구심이 하나의 쟁점 같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싸이는 일종의 폐쇄형 플랫폼이고 이글루스는 개방성을 지향하는 블로그 서비스입니다. 따라서 두 서비스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시너지가 미약할 것 같다는 예측을 해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근거로 이글루스를 싸이월드내에 가두는 것은 블로그로서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제 생각은 두가지 상품을 당분간 병행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글루스의 유료모델은 싸이와 달라야겠지요. 만일 그밥에 그나물이면 15억원에 이글루스라는 간판하고 서버 몇대만 사오는 결과니까요.
오히려 싸이식의 아이템 형태보다는, 컨텐츠(UCC) 자체를 상업화 하는 부분에 치중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자원이 버텨주는 상태에서 돈주고도 고용하기 힘든 대졸이상의 전문직 필자를 몇천명 가진 회사가 돈으로 연결할 사업이 과연 그들 돈을 직접 우려먹는 것 뿐이겠습니까.
저라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고 그를 통해 몇가지를 건져가며 모양을 잡아나갈 것입니다.
지금 핫 이슈인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 당시부터 지금의 모양을 확정하고 서비스 론칭을 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소비자와 트렌드와의 상호교류에 의한 진화의 결과겠지요.
자금력이 받쳐주는 상태에서 마케팅 비용이다 생각하고 몇가지 모델을 생각해보면 재미난 아이템이 많이 나옵니다. 이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머리에 막 떠오르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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