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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이 개념이 연애를 만나면, 수많은 공식이 생겨납니다. '남자는 사냥꾼이니 일단 거리를 두며 밀당을 해라.'에서 시작해 문자 씹는 법, 튕기며 시간 끄는 법, 남자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여우가 되라는 등 여러 '초식'이 전승되어 오지요. 스낵 같은 '연애 지침서'도 많이 나왔고요. 이런 조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하버드에서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해서 유명해졌던 내용을 책으로 냈나봅니다. 책의 지향점은 충분히 수긍가고, 좋은 논점도 많습니다. 다만 진화생물학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아예 남녀의 차이 자체를 부정하여 논지를 달성하려는데서는 다소 의아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남녀가 다르게 태워났다고 믿을 경우, 변화를 위해 우..

행위자 연결망 이론(ANT, actor-Network Theory)이라고 있습니다. 인간이든 아니든 세상 모든 존재는 상호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말이 어렵지요. "사무라이는 검객과 칼의 제휴로 이뤄진다"는 게 제가 예전에 읽었던 ANT 사례입니다. 당시, 꽤 기이하지만 흥미로운 발상이구나 정도로 넘어 갔었습니다. 누군가의 호평과 아방가르드한 제목에 끌려 읽은 이 책, 실로 경이롭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고의 전복을 시도합니다. 책은 지식의 최전방에 서 있는 25인 학자의 주요 견해를, 우리나라에서 동일 주제를 연구하는 25인 학자가 한명씩 맡아 소개하는 형식으로 적었습니다. 관점이 다양하되 들쭉날쭉하고, 극단을 향하되 보폭도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점묘로 큰 그림이 완성되듯, 각각의 점을 보다..

연초에 뜻한 바 있어, 습관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저답지 않은 일, 가장 미친 생각(craziest idea)을 하나 실행하자 해서 스윙 댄스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댄스 교습을 오가며 귀찮음을 이기고 힘을 내기 위해 읽던 책입니다. 춤추는 신경과학자 둘이 함께 쓴, 이 책은 여러 모로 독특합니다. 고대 인류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을 춤을, 현대과학의 정수인 뇌과학으로 해부합니다. 춤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서, 건강, 노화, 사회생활 면에서 꼼꼼히 훑습니다. 춤추며 몸 움직이면 좋으리라 대략 짐작 가지만, 과학적으로 왜 그런지 알게 되고 이런 작용도 있구나 새로 깨닫기도 합니다. 예컨대 춤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건 자명합니다. 그러나 신..

제 정체성 중 하나는 엔젤투자자입니다. 그래서 부트업 단계나 초기의 스타트업과도 대화가 많습니다. 근사한 사업계획과 열정 넘치는 프리젠테이션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대개 그렇듯 사업설명의 대화가 투자까지 이어지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의외로 아이템에 대해 많은 가중치를 두지 않게 됩니다. 시장의 가능성과 팀, 특히 창업자가 중요하지요. 이렇게 말하면 창업자의 불같은 추진력이 중요하겠구나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꽤 그럴 듯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템이 나빠서가 아니라 CEO를 더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입니다. 창업자가 실력과 실행력은 당연히 있다 해도, 자신감과 허황됨, 야망과 현실감 사이 밸런스가 없다면, 지속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