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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딸이 정한 답사 장소는 8개다. 첫번째 방문지는 경동 교회.그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합장한 듯 모은 손의 형상도 압권이지만, 이 곳을 답사지로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성소와 속세를 가르는 매력의 계단이다. 경동교회는 동대문과 장충동 사이, 구시가 한 복판에 있다.매우 낙후되고 번잡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다.건축가는 건물 옆에 슬몃 돌아 감기는 계단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그 짧은 순간을 지나며, 속세에서 정화된 곳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계단 윗편이자 벽돌담 끝편, 건물 뒷면이며 예배당 앞편이 되는 마당에 닿으면 산간의 절이라도 온듯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받는다이건 사진으로 알아채기 힘들고, 이야기 들어서도 100% 와닿지 않는 신기한 경험이다.사람과 환경이 물리적 공간에서 상호작..
지구 표면적의 1/7을 차지하는 나라. 동-서간 시차가 11시간 나는 나라. 한때 미-소 경쟁 중 한 극의 주축이 되었던 나라 러시아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몇가지 키워드 이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머나먼 나라다.한-소 수교가 이뤄진 것이 1990년 즈음이고, 그 전까지는 냉전 시대의 대결구도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중공'이라 불리웠던 중국보다도 러시아는 먼 나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몇가지 흔한 오해도 많다.모스크바는 시베리아 한 가운데 있어 춥다. 모스크바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쯤 위치해 있다. 러시아 아가씨들은 다 이쁘다. 생각과는 다르다고만 하겠다. 책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주제를 외줄타듯 간다. 그래서 경박하지는 않지만 딱히 남는 인상도 없는 밋밋함이 특징이다. 책을 ..
꿈을 정한 딸.이젠 주저없이 움직일 때다. 첫째 과제는 인트로 성격의 책 읽기.서현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읽도록 했다.그리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국내 건축물 10곳을 고르라 했다.직접 데려가서 다 보여주겠다고. 그리고, 내가 아끼던 DSLR을 주었다.가까이에서나 먼 곳에서나 편히 건축물을 잡을 수 있고, 아름다운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말라고. 내 랩탑도 주고 싶었다.사진 정리, 답사 결과 기록 등, 이제 컴퓨터 작업도 많이 해야 한다.또한 정리를 넘어 설득과 제안을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tool을 익혀야 한다.하지만, 나도 집에서 종종 글쓰기나 데이터 싱크 등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내 랩탑을 공동으로 쓰되, 딸아이 계정을 하나 열어 주었다.아빠 랩탑과 달리, 자신만의 설정과 공..
작년 말, 한해를 결산하며 올해 가장 의미 깊었던 일이 무엇인가를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경력상이나 개인적인 성취도 많았지만, 내가 주저없이 말한 것은, '우리 딸 꿈찾아 준 일'이었다. 딸 중학교 가자마자, 내가 준 세가지 인생 퀘스트가 있었다.-책 많이 읽기-운동하기-평생의 꿈 찾기 사실 셋째 질문은 어른도 찾기 힘든 과제다.속성상, 완료형이라기보다는 진행형이기도 하다.문제는, 불완료나 미래형인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딸과 함께 근 2년을 논의하고, 돌아다니고, 고민하다가 결국 모양을 잡았다.그 날이 2012년 12월 16일이다. 하도 기뻐 일기에 적었기에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 따님이 평생 추구할 꿈은 건축가다. 물론 '건축학개론' 영화가 영향을 미치거나 한 것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