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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순수 문학 vs 참여 문학 논쟁 (김수영과 이어령)

Inuit 2025. 5. 24. 17:44

김수영 글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419 혁명 당시 정부와 엘리트들에게 카랑카랑 고함치는 글에도 눈물을 흘렸었고,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칼을 휘둘러 안달난 권력에 두눈 부릅 글에서도 눈물 흘렸었다. 아직도 땅에 계엄이 선포되고, 아직도 광화문 여의도로 시민들이 몰려나가는 데자뷔에 한탄하고, 지금보다 살벌한 상황에서 그의 오롯한 정신에 찬탄하며 눈물 흘렸었다.

오늘 글은 미묘하다.

 

몰랐는데, 1968 이어령과 김수영이 희대의 한판을 벌였었나 보다.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에 관한 공개 논쟁이다.



이어령: '에비가 지배하는 문화- 한국문화의 문화성' (67.12)

시인들이 '에비'같은 유아의 마음으로 권력에 주눅들지 말고, 예술가다운 예언자적 목소리를 회복하라 시전.

 

김수영: 지식인의 사회 참여 -일간신문의 최근 논설을 중심으로 (68.1)

지금 한국의 '에비' 막연한 명사가 아니라, 가장 명확한 금제(禁制). 대문호와 대시인의 씨앗이 볼온을 걱정없이 발표될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이어령: 누가 조종을 울리는가? 오늘의 한국문화를 위협하는

참여론은 문학이 아니다. 문화를 정치활동의 예속물로 만들어선 안된다. 현실의 들판에서 자라는 진짜 백합의 순결한 꽃잎과 향기는 외부의 선물이 아니라 해충, 비바람과 싸워 얻은 ! (이딴 소리)

 

김수영: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이어령씨와의 '자유 불온' 논쟁 첫번째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모든 살아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이어령: 문학은 권력이나 정치이념의 시녀가 아니다 -오늘의 한국문화를 위협하는 것의 해명

진보가 불온이고, 불온이 전위고 전위가 예술이 되는게 아니다. 지금 한국의 위정자는 이데올로기를 예술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만 하지 말아라 라고 이야기하는 뿐이다. 관심없는 소극적 검열이다. 진짜 두려워할 대중의 검열자다. (..)

 

김수영: 불온성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 -이어령 씨와의 '자유 불온 논쟁 두번째 (68.3)

불온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은 불온한 작품이니 그런 문화풍토에서 문학이 말살된다는 궤변은 뭐가. 전형적인 기관원의 논법아닌가. 똑똑한 기관원은 이런 비과학적 억측마저 하지 않는다.


김수영 팬심으로 이어령에게 박하게 요약이 되었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평론가가 창작자에게 '권력을 겁내지말고 마음껏 말해라.' '문학의 테두리 밖을 겨냥하지 말고 순수하게 예술만 하라,' 이런 말을 어찌 있는지. 최소한 동료 작가가 말했다면 모를까, 무슨 오만인지. 

 

김수영 시인의 마지막 김수영 시인이 사망하며 논쟁은 어물쩍 일단락 되었고, 수십년 지나, 이어령이 김수영과 일로 사이가 틀어진걸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평론가, 비평가, 해설가, 심사자 남의 가치에 빌붙어 먹는 사람이 갖춰야할 덕목이 있다. 최소한 목숨 걸고 창작하는 사람에 버금가게 걸고 이야기하라.

 

, 내가 울컥했던거.

지금은 예술의 지향점에 대해 논의라도 하나. 돈이라는 잣대 말고 순수든 참여든 주장이라도 하나 살짝 아쉬움.

그리고, 그나마 핵심은 있는 우아한 논쟁과 달리, 작금의 한국에선 공약하나 없이 선거 후보자 토론에 입만 달고 나와 말싸움만 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발전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