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1395)
Inuit Blogged
제가 존경하는 석학 러셀입니다. 전에 행복의 정복 읽고, 스스로 그의 정신적 제자된 마음이지요. 이 책도, 제목만 보면 3류 수필집 같지만 믿음과 기대를 갖고 읽었습니다. (Title) In praise of idleness 일단 도발적인 제목의 내용부터 정리하지요. 러셀의 주장은 단순합니다. 근로 자체가 미덕이냐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전역적 실업으로 인류의 반은 손 놓고 굶는데 나머지 절반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하는 인구가 과감히 자신의 일을 반으로 줄여서라도, 나머지 사람까지 모두 함께 일하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따라서 게으르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일하지 않음(idleness) 또는 여가에 대한 재조명입니다. 딱히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뚜렷한 청년실업 상황의 21세기 대한민국에도 ..
세번째 방문이라, 베를린에 딱히 더 가볼 욕심나는 곳은 없고, 이번 출장은 일정상 여유시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잠시 짬이 났을 때도 어딜 가볼까 고민만 하다가 느닷없이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고궁을 향했습니다. 샬로테의 성이란 뜻 그대로, 빌헬름 3세의 왕비인 샬로테를 위해 지었다는 궁전입니다. 정궁은 아니고 여름궁(sommerpalast)이라 정교하고 화려한 맛은 떨어집니다만, 그래도 그 규모와 궁 곳곳에 스며있는 왕가의 위엄은 대단했습니다. 베를린 최대의 고궁이라할만 합니다. 샤를로텐부르크에서 내내 느낀건 딱 한가지입니다. "역시 베르사이유야." ㄷ자 모양의 건물이나, 궁앞 철창, 철창의 금장식이며 보자마자 베르사이유가 떠오를 정도로 구조가 닮았습니다. 베르사이유는 실상 유럽 궁전의 전범이지요..
얼마전 아들과 손잡고 걷던 중, 아들이 예전 이야기가 떠올랐나봅니다. 들으니 저도 기억이 생생하더군요. 5년 전, 아들이 여섯 살 유치원생이던 시절. S: 아빠, 걸을 때 어딜 보고 걸어야 해? I: 어딜 보고 걷다니? S: 땅을 보면 앞이 안 보이고, 앞을 보고 걸으면 발이 안보여. I: 하하하... 저기 저만치.. 전봇대 쯤을 보고 걷도록 하려무나. ^^ S: 와. 진짜 편하다! 이야기하면서 아들 스스로도 우스워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당시에 무척 진지한 질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를 혼자 잘하고 똘똘한 아들, 딸이지만, 제 혼자 스스로 큰건 아니지요. 먹는 법, 걷는 법 부터 하나하나 가르쳐 준 엄마, 아빠의 덕을 나중에는 알까요.
베를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vivid입니다. 통일된 독일의 수도로서 정치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유럽의 관광객 유치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IFA를 필두로 수많은 전시회와 베를린 영화제, 베를린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가 손님 몰이에 한 몫을 합니다. 그러나, 큰 행사를 유치할 만한 베를린의 매력과 힘, 도시 전체를 떠받치는 하부구조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IFA만 해도 그렇습니다. 약 23만명이 참관한 대규모 전시회입니다만, 제가 가본 전시회 중 가장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전시장 동선이며 곳곳의 식사시설은 대규모 인원이 효과적으로 전시회를 활용하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친 다리와 눈에 쉴 기회를 주는 중앙광장(Sommergarten)은 베를린 메세만의 장점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