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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얼마전 '그들에게 린디합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론에 기대야하는 문학의 용도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표한 적 있었습니다. 적당한 모호함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일방적일 수 있는 독자와의 관계를 적극적 해석을 통한 개입이란 쌍방향으로 바꾸는 매력이 예술로서 문학의 큰 특징일겁니다. 반면 지나친 개방성은 어설픔이란 취지였지요. 이 책에 '더 유닛'의 감독 데이비드 매멋(David Mamet)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명 불가침 원칙이란 메모를 발송했는데요. 플롯을 진척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독립적이지도 않은 장면은 불필요함 장면은 극적이어야 한다 장면이 시작할 때 주인공에겐 문제가 있어야 하고 절정에 이를 때는 주인공이 좌절하거나,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이른바 인과관계 없는 느슨한 ..
장면 #1 대학수업에서 묘지 정문을 설계하라는 과제가 나왔습니다. 한 학생이 작업을 시작합니다. 우선 묘지까지 이르는 길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영구차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을 그려 넣고, 커튼처럼 물푸레나무로 길 주변을 두른 뒤에 회색빛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그려 넣었습니다. 장면 #2 현대 건축 5원칙을 만든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설계한 롱샹 성당은 곡선의 유려한 외관은 물론, 경사면을 이용해 포용적인 느낌을 주고, 은은한 빛이 성당 내부를 감도는 성스러운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곳은 관람객만 가득하고, 롱샹의 주민은 그 밑 다운타운의 평범한 다른 롱샹 성당에 다닌다고 합니다. 장면 #3 당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는 서울 소재의 명문 대학입니다. 지방 출신의 학생도 많아 기숙시설이..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을 읽고 신유물론의 매력에 푹 빠졌더랬습니다. 길게 보는 미래와 지구적 시간의 관점에서 환경과 인간의 존재의미, 관계를 두고 다양한 실험적 사고를 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배우고 상상을 자극하는 지점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내친 김에 데이비드 하비를 읽었습니다. 사회주의를 지리학에 접목한 천재란 소리만 듣고 꾸역꾸역 읽었지만 하나도 재미 없었습니다. 논증은 촘촘하지만 모든걸 사회주의와 공간의 개념으로 붙잡아 두는데 질렸달까요. 본인에겐 재미날지 몰라도 독자는 고역이었습니다. '지리한 지리학'이라고까지 생각했었지요. 사변적 내용은 대개 한챕터 정도만 재미날 경우가 많지요. 반면, 이 책은 그냥 경제사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집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읽는 동안 앞의 두 책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빵은 왜 맛있지? 초콜릿은 왜 달고 맛나지? 저 이는 왜 아름답지..?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아름다움과 좋음은 크기, 질감 같은 절대적인 물리 특성이 아닙니다. 진화를 통해 좋게 느껴지는 거죠. 예컨대 단맛은 탄수화물이 풍부해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입니다. 단맛을 좋게 여긴 어떤 개체들은 단맛 나는 먹거리를 추구하여 더 많이 살아남았고, 단맛을 쓴맛처럼 싫어한 개체들은 아마도 진화적으로 패퇴했을겁니다. 그래서 우린 단맛이 좋은 맛이라고 느끼는 후손인거고요. 미학도 그러합니다. 대칭과 발색 등 성적 건강함을 잘 드러내는 상대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우연히 갖고 태어난 무리는 후세가 융성했고, 성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개체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들은 (당대에는 멀쩡했을지라도) 후손이 적거나, 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