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를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잘 듣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지요. 전에 세가지 수준의 경청에 대해 말한 적 있습니다. 결국, 효과적인 사람은 의사전달을 명확히 하는 사람입니다. 의사소통의 출발이자, 성과의 기초이니까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예전과 같이 세가지 수준으로 비유합니다.Level 1: 귀
일단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부분이 기초 중 기초입니다. 쉽게 들리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1 Your language
영국사람에게 한국말로 떠들면 소용 없듯,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상대방이 알아들을 용어와 화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눈높이와 상황을 고려해야지요. TPO (Time, Place, Occasion)를 새겨볼 만 합니다.
1-2 Into the ears
또한 상대방의 귀까지 들어갔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흔히 이메일이나 문자로 의사를 표명하고는 제 할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겨서 상대가 못받으면 책임 소재와 상관없이 나의 소통은 실패한겁니다.
Level 2: 머리단순히 나의 언어가 전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뜻이 알려져야 합니다. 물론, 이 단계는 복잡하고 중요한 메시지부터 적용되는 수준입니다.2-1 Right ears
가끔, 여러 명을 참조로 놓고 메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아무도 답을 안 합니다. 책임의 분산 때문이지요. 또한, 언어로 전달하는 경우도, 속으로는 A 들으라고 이야기하지만, 혼자만의 속셈일 뿐 A는 못 알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언어 자체는 전달되지만 메시지는 머리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지요.메일이라면 정확한 수신처 지정이 중요하고, 언어라면 에두를지언정 상대가 충분히 알아듣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래 2-2 참조)2-2 Feedback뜻이 알려졌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메시지 수용자의 피드백입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의 언어로 다시 표현해 보도록 요청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여러분이 상사의 지시를 받는 경우라면, 'A를 다음주 수요일까지 B라는 방법으로 마감하고 보고하면 되겠습니까?'라는
식으로 확인해 보십시오. 여러분의 메시시 수신율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업무의 효과는 배가됨을 느끼게 됩니다. 상사의 신뢰는
덤이구요.2-3 Point메시지가 복잡할수록 요점을 잘 강조해야 합니다. 20분 떠들고 그중에 내 의중을 담은 말이 있었다고 해서 그 말을 상대가 주목해 알아들으리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들으면 우스워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 많습니다. 특히, 몇 십줄에 걸친 이메일 끄트머리쯤에 이상 소견을 달아놓고 나서 나중에
자기는 이미 다 공지했다며, 지나간 메일 프린트해서 증거삼는 사람이 그 예입니다. 이는 비겁할 뿐더러, 결과로서의 성과를 바라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게 중요한 메시지였다면 당연히 메일 초반에 이야기하고, 또 전화로 확인했어야지요. 마찬가지로, 중요한 메시지를 이메일의 첨부파일로 넣어 놓아도 소통이 어렵습니다. 저는 미리 공지를 합니다. 제게 보고할 때 첨부파일은 안 보니 본문에 중요 내용을 언급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보고 받지 않았다 간주한다고.2-4 10 times rule교장선생님, 사장님이 한소리 또하고 또하고 잔소리가 지겨운 적이 없었나요? 하지만, CEO의 커뮤니케이션은 그렇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메시지는 반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피드백을 받기도, 핵심만 추리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열번
말해지지 않은 CEO의 메시지는 소통하지 않은 바와 다름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꼭 CEO가 아니더라도, 어떤 메시지는 반복을 통해 효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귀에 못박기' 기법입니다. Level 3: 가슴
사람 몸에서 가장 먼 부위가 머리에서 가슴이란 말도 있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수준은 가장 어렵지만, 가장 효과가 큰 수준입니다. 경청과 마찬가지로 가슴의 문제이기도 하구요.
설득, 커뮤니케이션, 대화술, 심리학 등 많은 경영 서적이 이 부분을 지향하기도 합니다. 기법의 문제로 가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저는 주변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워드는 한가지, 행동(Action)입니다.
마음을 열고, 마음을 통하고
소통을 했으면 그 결과는 행동으로 나와야 합니다.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행동하게 될지 아닐지를 놓고 소통하는게 중요합니다.
그 방법을 동참으로 갈지, 인지부조화로 할지, 협상을 택할지, 이도 아니면 관계형성으로 갈지는 단지 방법론 상의 문제며 전술일
뿐입니다. 소통의 점검은, 행동으로 이뤄질지 아닐지를 지표로 삼으면 됩니다.
세상 살이도, 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집니다. 그 중심에는 소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시작하는 소통은 의사 전달이
핵심입니다. 발산하는 모든 메시지를 100% 전달하긴 힘들지만, 필요한만큼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기술은 직업과 인생에 중요한 삶의
기술 (life skill)입니다. 특히 1, 2 수준의 소통이라고 무시하면 안되겠지요.
귀-머리-가슴을 형상화 하는 소통, 잠시만 스스로를 돌아보면 꽤 큰 효과를 얻을 겁니다.
아이에게 독서 교육 중입니다.제가 몇가지 목적과 조건에 부합하는 책을 주면, 아들이 읽으면서 계속 토론합니다.
다 읽으면 숙제를 통해 다시 내용을 되새기고 넘어갑니다.
일전에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었습니다.
아이는 다음 세가지를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 비난하지 말기
- 관심사에 대해 말하기
- 진심으로 칭찬하기
1. 비난하지 말기왜 남을 비난하면 안될까?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요.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무조건 나쁜건 아니란다.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모두의 기분을 좋게하기 힘들기 때문이지. 군주론 읽을 때도 그랬잖아. 군주의 목적은 나라를 온전히 보전하고 부강하게 만드는거지, 인기를 얻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건 좋지 않아. 그 사람의 의욕을 꺾고, 너에 대한 원한을 남기기 때문이야. 비난하지 말고, 담담히 지적해라.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우선이란다. 2. 관심사에 대해 말하기네 친구들이 많잖아. 근데 그 친구들은 각각 어떤걸 좋아하지?
...
사람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해. 자기가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거지.
그러려면 상대의 관심사를 잘 알아야 해.
사람 사이의 관계와 대화의 출발은 관심사에서 시작하는거야.
상대의 관심에 귀기울이면 상대도 마음을 열고 너와 대화를 할 것이야.
단, 진짜로 상대방의 관심을 알아야 한다. 알겠지?
3. 진심으로 칭찬하기진짜 칭찬은 뭐지?
아부하지 말고 상대방을 솔직하게 칭찬하는거요.
맞아. 칭찬은 있는 사실을 칭찬해야 하는거지. 그렇지 않으면 아부나 거짓이 되는거야.
칭찬할 사실을 알기 위해선 사람을 깊이 들여다봐야 해.
그사람의 장점을 알아야 칭찬도 할 수 있거든.
칭찬처럼 주는 것에 비해 효과가 큰게 있을까.
네가 친구에게 5,000원을 준다 쳐봐.
네가 며칠을 용돈 모으거나 일을 해야 그 돈을 만들지만 받는 친구에겐 또 그 돈이 그리 큰 돈이 아니잖아.
하지만 네가 친구의 장점을 진심으로 칭찬해주면 어떨까.
그 친구는 마음이 밝아지고 더 잘하고 싶어지겠지.
너에겐 좋은 느낌과 고마움까지도 갖게되고.
너는 작지만 중요한 노력으로 그 사람을 성장시킨거야. 이만큼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
4. 경청관심사와 장점을 알기 위해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지.
경청은 소통의 대부분 차지하는 중요한 기술이야.경청은 여러 단계가 있다. 그냥 듣는거, 집중해서 듣는거,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가서 듣는거.이 중에 남의 마음에 들어가서 듣는게 제일 중요해.예를 들어볼까. 친구에게 뭐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딱지를 좋아한다고 해보자.
거기서 그런가 보다 듣고 그냥 오면 경청한 것이 아니야.왜 딱지를 좋아하는지 친구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듣고 와보자.
예를 들어 어떤 친구는 딱지를 통해 친구랑 노는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어. 이런 경우는 어울리는걸 좋아하는게 진짜 관심사야. 이 친구는 딱지 뿐 아니라 축구, 야구도 좋아할지 모르지.어떤 친구는 뭔가 모으는걸 좋아해서 그렇게 답할지 몰라. 이 경우는 우표, 카드 등 수집의 한 방편이 되는거야.어떤 친구는 단지 용돈 쓰는걸 좋아해서 그럴지 모른다. 이때는 쇼핑을 좋아하는게 관심사인 것이야.
이해가니?
5. 숙제다음은 숙제를 내 줬습니다.Q1. 내가 생각하는 인간관계론의 핵심은 [ ]와 [ ]이다.A1. 아들의 답.[격려]와 [진심]이다.
Q2. 개학하면, 친구들과 대화하고 경청하여 다음의 표를 완성하세요.
당신이 전하는 메시지 중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정도일까요? 커뮤니케이션 강의 들어본 분은 지겹도록 듣는 'Mehrabian의 법칙'이 있습니다. 단어(Verbal) : 말하는 톤(Vocal) : 몸짓(Visual) = 5% : 38% : 55%
각각 메시지 전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하지요. 보시듯 비언어적인 요소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블로깅이나 온라인에서 가끔 말다툼이 나는 이유도, 적힌 단어로만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입니다.하물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한근태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리더십=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저는 상당부분 동감합니다. 팀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리더십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리더십의 처음과 끝은 커뮤니케이션이지요.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그 점입니다. 제목은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이지만 책의 상당량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내용입니다. 다른 책에서 쉽게 접할 내용이지요.사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을 따로 추리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물론 리더의 입장에서 새겨둘 부분이 몇개 있습니다.
책의 강조와는 별개로, 제가 뽑은 리더 커뮤니케이션의 덕목입니다.첫째는 경청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지요. 아니 인간관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둘째, 스토리로 말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구뇌에 바로 전달하므로 실행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셋째, 피드백이 실행력을 높입니다. 리더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싶습니다.넷째, 중요한 메시지는 반복해야 합니다.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습득정보의 70%를 한달이면 잊습니다. 잭 웰치 회장도 10번 말하지 않은 내용은 커뮤니케이션 되지 않았다고까지 했지요.다섯째, 적절한 질문이 중요합니다. 지시는 몸을 움직이지만 질문은 머리를 움직입니다. 특히 아래의 질문은 매우 효과적이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정말 잘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합니까?
성과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합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느낍니까?
지난 3개월간 당신이 정말 잘한 일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3개월간 반드시 해야할 일과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은 무엇입니까?
내년 이맘때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있기를 원합니까?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바르면, 부하직원을 다루는 마음도 바르고, 그렇게 뜻이 통하면 성과도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리더가 되어야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필요해지는게 아니라, 이미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여야 리더의 지위에 오른다는 뜻이지요.
물론
가끔 내재된 소통력과 직위가 안맞는 사람이 있지만, 이런 사람은 'Peter'가 처리해 줄테니 걱정하지 말자구요.
바로 앞의 '불의 화법'에 대한 포스팅에 june님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일상생활에 적용 가능한 방법을 물으셨지요.
전 경청만 잘해도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리라고 답을 달았습니다.
경청해라, 잘 들어라 많이 이야기 듣지만, 그 말은 얼마나 귀기울여 듣나요?
인간관계에서 경청처럼 중요한 스킬도 없습니다. 단지 듣기만 하면 되는데 말처럼 쉽지 않지요.
제가 생각하는 경청은 3단계의 수준이 있습니다.
Level 1: Listen to your sound
Level 2: Listen to your mind
Level 3: Open to your mind
1단계는 상대의 말을 글자 그대로 귀기울여 듣는겁니다.상대을 집중하여 보고, 불필요한 잔동작을 없애고, 진지하게 몰입하는 겁니다.상대가 내 경청을 느끼도록, 지나가는 사람도 뭐 그리 재미있을까 한번더 돌아볼 정도로 들어줍시다.고개도 끄덕이고, 네에~, 그렇군요.. 추임새도 넣어줍시다. 이를 '몸으로 듣기 (visual listening)'라고 불러도 좋습니다.해보면 이도 쉽지 않음을 아실겁니다.2단계는 상대의 진정한 의도와 심중에 빠지는 겁니다.말 들으면서 속으로는 다음에 이런 말을 해야지, 이건 틀린 소린데, 메모리에 저장하고 사이드로 CPU 돌리지 말고 무아지경으로 듣는겁니다.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말하는 이유까지 새겨 듣습니다. 제리씨가 말하는 roman column은 이 상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몰입은 상대도 느끼고, 대화를 더욱 멋지게 만듭니다.3단계는 정말 어려운 단계입니다.정말 상대의 말이 맞다면, 내 신념을 바꿀 각오를 하고 듣는 겁니다.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은 사람은 대개 2단계까지는 잘 구사합니다.그러나 3단계의 경청은 배우자에게도 쉽지 않을겁니다.하물며 적에게도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만일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천하를 얻든, 벗을 얻든, 매일 매일 진보하는 삶을 살 것입니다.
2005,
Bush,
Clinton,
Do not run unless you get the ball,
Fight or Flight,
It's the economy,
Jerry Weissman,
Paraphrasing,
roman column,
Topspin,
visual listening,
경청,
물의 화법,
불의 화법은 무슨,
시간을 응축해야 할 순간,
커뮤니케이션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빌 클린턴(Bill
Clinton)이 아버지 부시 (George H. Bush)에 맞서 대선에서 격돌할 때의 슬로건입니다. James
Carville이 만든 이 구호는, 걸출한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의 이슈인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상대의 약점을 예리하게
파고 들면서, 간결하고 심각하지 않아 좋지요. 저도 포스팅에서 한번 패러디를 했습니다만.이 구호의 모티브는 부시씨가 직접 제공했습니다. 슈퍼마켓 연합회 모임에 참석했다가, 나온지 10년도 더 된 바코드 인식기를 처음 본듯 신기해 하는 모습을 보인거지요.뿐
만 아닙니다. 리치몬드에서 열린 타운홀 토론에서도 심대한 실수를 합니다. Marisa Hall이란 여성이 국가 부채가 후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물었을 때, 부시씨는 결정적으로 상황판단 안되는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고, 치밀한 토론 태도 준비로 그와
명확히 대조를 이룬 클린턴 씨는 대선고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세상 살다 보면, 한순간에 많은 시간을 응축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 삐끗하면 기회는 멀리멀리 달아나지요. 여러분은 그 순간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습니까?
Jerry Weissman
(원제) In the line of fire: How to handle tough questions.. when it counts빨간 표지와 흥미를 끄는 한국어 제목으로 인해 사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책 소개에서 받은 인상과는 다른 책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인생에서 한두번 올까 말까 하는 그 시점에서 어떻게 유효하게 대응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지침입니다. 그런 면에서
영어제목은 리듬감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내용을 설명합니다. (뭇 사람의 시선과 질문의 집중 포화를 받는) 사선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터프한 질문을 다루는 법..
책의 얼개는 단순하고, 설명은 세밀합니다.상황일반적인 프리젠테이션도 해당은 되나, IPO 투자 유치설명회나 정치 토론 등이 어울리는 상황입니다. 한순간에 많은 내용을 함축해서 보여줘야 하고, 실수는 치명적입니다. 실패터프한 질문에 당한 결과는 세가지로 분류됩니다.1. 방어적 태도 (Defensive): 계속 그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설명과 변명에 급급한 모양입니다.
2.
회피 (Evasive): 질문의 핵심을 빗겨가거나, 자리를 피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매우 잘 구사한다고 알려진
딴소리 하는 '사오정 전법', 의사당에만 들어가면 IQ가 50씩 낮아져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메멘토 전법'도 다 해당입니다.
3. 말싸움 (Contentious): 분노를 못이기고 바로 논쟁이나 말꼬리잡기로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터프한 질문을 받으면 위의 세가지 반응 중 하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말했듯 결과적 실패입니다. 핵심을
은근슬쩍 회피하거나, 된통 윽박지르면 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fight도 flight도 모두 실패
맞습니다.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신뢰를 잃고, 원래의 목적인 설득에는 실패했으며, 내용과 상관없이 미숙한 인간이라는 이미지만 영영 따라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앞서의 상황이 주로 해당된다고 한겁니다. 반복적으로 볼 일 있는 회사내 PT, 학술대회는 좀 다릅니다.)그럼 어떻게 이 실패를 벗어날까요.초식매우 간결하지만, 확실히 성공이 입증된 초식이 있습니다.1. 경청 (Listening)매우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오감을 동원해서 상대의 말을 집중해야 합니다.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그렇고, 경청함을 몸소
보여야하기도 합니다 (visual listening). 부시씨가 Hall 양의 질문에서 실패한 원인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모르면
물어서라도 질문을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터프한 질문이 나오는 상황은, 대개 질문자가 비논리적이고 불명확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2. 로마의 기둥(roman column) 찾기로마의 기둥. 말은 화려하지만 개념은 쉽습니다. 각 기둥별로 주제를 할당해 놓은 로마의 연설가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이는 파악해야 하는 상대방 말의 진의입니다. 질문의 이면입니다. 하지만, 경청하지 않으면 이 부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미식축구에서) 볼을 잡지 않고서는 뛰지 않듯, roman column을 확보하지 않으면 절대 대답을 하면 안된다고 할
정도입니다.3. 시간 끌기 (buffering)이 부분은 질문의 복잡도와 대답자의 준비상태에 따라 필요시 가져가면 됩니다. 저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단계입니다.4-1. 바꾸어 말하기 (Paraphrasing)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질문에서 로마의 기둥 중심으로 질문을 다시 진술해서 질문자에게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적의와 감정이
사라지고 중립적인 단어로 문제가 바뀌기 때문에 대답이 쉬워집니다. 또한 literal한 수사학과 궤변에 함께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 비결이기도 합니다.4-2. 키워드 환산 (keyword)질문이 그렇게 toxic하지 않는 경우나 간결하고 빠른 진행을 원할 때, paraphrasing하지 않고 핵심 개념만 언급하면서 바로 답하는 방식입니다. 달인의 경지에서 가능한데, 콜린 파월씨가 능하다고 합니다.5. 긍정적 인상 주기 (topspin)4단계까지 잘 되었으면 방어에는 성공했습니다. 여기에서 끝내지 않고, 논의를 이어서 답변자가 원하는 주장과 설득을 함께 실어 마무리를 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번에 읽으면서 한계효용성이 가장 높은 항목이었습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위의 기법은 특정상황에서는 매우 유용합니다. 저는 부분적이지만 실제로 적용해 보았고, 이론을 배우기 전에 몸으로 깨져가며 배웠기에 그 효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 외에 질문 컨트롤 하는 기법은 알고 있으나, 단상에 나가면 잘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훈련이 필요하지요.예컨대, 앞으로 세개의 질문을 더 받겠다고 공지하고 카운팅을 하는 부분은 시간과 신뢰를 다 지킵니다.
질문자에게로 다가가서 답하는 부분은 부수적 효과를 유발합니다. 클린턴이 위 사례에서 사용했지요.
우리나라에선 좀 힘들지만, 답변을 you-answer로 하는건 언제든지 마력을 발합니다.
단, 청중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하면 직칭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누군 Tom이라 부르고 누군 you라고 하는게 더 실례이니까요.
또한, 미디어 앞이라면 문장에서 아무리 논리적이라도 guilty를 인정하는 말은 하면 안된다는 점은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져있습니다. 앞 뒤 다 잘라먹고 그부분만 따다 쓰기 때문에 그렇지요.
전체적으로 사례도 재미있고, 답변의 상황도 긴박하여 잘 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쉽게 쓴 책입니다. 한권 내내 부시-클린턴 사례와 정치 이야기로 품이 많이 안 들었고, 상황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저술의 전개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입니다.게다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기법을 사용할 상황이 얼마나 많을까요. 물론 일부 테크닉은 중요하게 쓰이겠지만, 일반적인
프리젠테이션 기법에서도 커버해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을겁니다. 그러나, 큰 물에서 사자후를 토할 날을 꿈꾸는 사람은, 미리 송글송글 땀흘리는 기분을 맛보는 재미 때문이라도 볼 만합니다.어쨌든, 이 책에서 배울 내용은 결코 '불의 화법'이 아닙니다.
굳이 가르자면 물의 화법이지요. 남들이 불을 지를 때 불을 꺼나가고 흐름을 제어하는 물 말입니다.그래서 제목보면 할 말이 많습니다. '사선에서'를 '불의 화법'으로 지은 출판사의 상상력에는 그저 경탄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손자의 '손자병법'을 선 쥬 장군의 '전쟁의 기술'로 번역한 센스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대학 교수인 저자가 학생들 시켜 숙제로 모은건가요, 전공과목 이외의 주제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지 못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