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가족이 함께 외출하게 되었습니다. 딸 아이는 친구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해야 했지요. 못 나간다고 문자를 보내고 가볍게 따라 나섭니다. 전 놀랐습니다.
I: 그게 다니?
D: 네.
I: 전화 해야지? 나중에 보자고.
D: 문자 보냈으니 됐어요.
들어보니 딸아이 친구들도 다 그런답니다. 요즘 아이들 쿨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문자는 전화 통화가 어렵거나, 이미 이야기된 일을 확인하거나, 매우 간단한 메시지를 보낼 때 쓰는 거란다. 혹시나 무슨 일로 문자를 확인하지 못해서 약속을 미룬걸 모르면 친구는 엄청나게 실망하게 되잖아. 약속의 취소나 변경은 반드시 통화를 해야하고, 못 하게 되면최소한 답문자 확인을 해야 네 할 일을 다 한 거란다.
사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난히 가벼워지는 소통입니다. 우리 애들만 그런게 아니지요. 2006년 케빈 페더라인(Kevin Federline)은 브리트니 스피어스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이혼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소 건조한 서구의 소통만 그런게 아닙니다. '이혼이야 (Inti talaq)'를 세 번 외쳐야 이혼이 성립되는 이슬람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두 번의 이혼 통보를 문자로 하고, 세번째에서야 만나서 한번 이야기하고 트리플 탈라크 요건을 마치는 사람들이 많아져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지요.

몸소 말하듯, 장문의 편지를 보내든, 다른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든 직접 말을 전하는 예전의 소통보다 훨씬 다양한 소통의 방법이 많은 요즘입니다. 휴대폰 문자가 그 대표고, 이메일과 심지어 트위터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수단이 많아질수록 표현이 풍부해야 옳지, 가장 쉬운 소통의 기술 뒤로 숨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일은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귀중한 단서가 현장에 있듯, 사람 사이 일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 역시 대면 했을 때 알게 됩니다. 입으로 노(no)를 말하지만 실낱 같은 가능성이 있는지, 거의 예스에 가까운 노인지 어찌 원격에서 알겠습니까. 만일 그런 방법이 있다면 해외 출장은 거의 필요가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사례처럼 대면 접촉을 피하는건 사회의 대세입니다. 이유는, 대면 접촉의 상황에서 생기는 감정적 불편함을 견디기 어려워서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대면 접촉의 기피는, 기피를 정당화해주는 많은 정보기술로 인해 다시 대면 접촉의 기회를 줄입니다. 결과로 더욱 대면 접촉에 불편한 감정을 증가시켜 다시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순환에 빠져 들지요. 한 조사에서 스스로를 수줍어 한다고 평가한 사람이 1985년 85%에서 2000년 93%로 늘었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우린 모두 수줍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서 소통 잘하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은 대면 접촉에 충분한 훈련을 쌓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제) Face to face

말이 길어졌는데, 이런 취지에서 대면 접촉의 길잡이를 자처한 책입니다. '일단 만나.' 제목부터 상큼하지요. 저자는 대면 접촉의 구도를 쉽게 도식화합니다.

small talk -> bridge -> big talk

결국 가벼운 스몰 토크에 저자는 무게를 많이 둡니다. 스몰 토크에서 감정적 유대와 아이스브레이킹이 끝나면, 목표와 정렬된 브리지 토크를 통해 본론인 빅 토크(big talk)으로 들어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빅 토크는 각각의 주제마다 방법론이 있을겁니다. 그래서 책은 스몰 토크에 방점을 찍고 있지요.

스몰토크의 비법으로 책은 OAR를 제시합니다.

Observe: 상대와 주변을 관찰하여 소재를 찾는다
Ask: 적절히 질문하라
Reveal: 관심사와 솔직함을 드러내라

이 중 질문은 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니까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재가 가벼워 스몰토크일 뿐, 실제로는 경청이 필요합니다. 경청의 방법은 제가 세가지 수준의 경청에 대해 정리한 바 있습니다.

책의 나머지는 식사 대화법, 전화 통화, 세대간 이성간 대화, 온라인 대화 등인데,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친절한 세부지만, 꽤 자잘해서 사족 느낌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에 익숙지 않은 분께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배운 한가지 큰 교훈이 있습니다.
Be a host.
전체를 관통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느 자리에 가든 그 자리를 주최한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하면 적절하며 효과적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익숙지 않은 스탠딩 파티에 가면 누가 말 걸어주고 소개해 주면 참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비단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온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느끼는게 당연하지요. 그래서 먼저 나서서 그런 매개와 호스트 역할을 하는 이는 그 존재가 더욱 빛날 겁니다.

정리하여 말합니다.
  • 전에도 한번 말했지만, 직접 얼굴보고 못 할 말은 이메일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 직접 만남에 능통한 사람이 소통의 달인이 됩니다.
  • 항상, 현장에 직접 나서서 체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 그리고 그 시작은 스몰 토크의 연마입니다.
  • 나머지는 당신의 말하기 재능이 알아서 인도할 것입니다.
일단 만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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