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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여행 5일차는 포르투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포르투는 제가 매우 가고 싶어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처음 이유는 단순히도 포르투 와인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이래 저래 많이 맛 봤지만 포르투 와인을 접한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스페인의 셰리주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품격이 있더군요. 아쉽게도 포르투 와인은 물량이 많지 않아 굳이 찾지 않으면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파두를 보러 포르투갈 가면 포르투는 꼭 가보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포르투 풍경이나 문물이 나올때 눈여겨보다보니 도시 자체에도 매료되어 있었지요. 포르투는 포르투갈이란 국호가 생긴 근원이기도 한데, 뜻은 항구(port)에서 나왔습니다. 그럼 포르투갈은 항국(港國)인건가요..? (하나도 중요하지 않지만 말나온김에 적어..
벨렝에서 하루 자도 좋다 싶을 정도로 감흥이 많았던 하루입니다. 그래도 숙소로 복귀는 해야하기에 나타를 더 사서 리스본으로 복귀합니다. 트램은 줄이 길어 멋스러운 이동은 포기하고 줄이 짧은 버스를 탔습니다. 대신, 재미한번 더 느끼고자 소드레 역에서 내려 바이후 알투로 올라가는 케이블 트램, 아센소르(ascensor)를 탑니다. 이건 바이후 알투를 걸어 다니던 중, 우연히 올라오는 트램을 봐두었던건데, 벨렝의 산뜻한 전원적 풍경에서 다시 복닥한 시내로 오는 모드 전환에 좋은 아이템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알파마보다는 덜해도 길이 네모반듯하지는 않은 시아두 거리를 구글 맵따라 잘 찾아서 아센소르 정거장에 들어섰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올라가는 트램과 유사합니다만, 규모와 풍경은 나이아가라 폭..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강쪽으로 조금 가면 '발견의 탑(padrão dos descobrimentos)가 나옵니다. 제가 기대를 많이 한 곳이지요. 무슬림이 중동을 장악하고 기독교도의 동방 출입을 통제한건 종교보단 경제적 이해다툼이었습니다. 길이 끊겨 동방무역이 된서리를 맞게 되자 바다의 나라 포르투갈엔 기회가 열렸습니다.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루트를 개척하고, 이어서 바스쿠 다 가마가 아프리카에서 인도양을 횡단해 고아에 도착한 후, 황금의 땅 인도와의 해상 루트를 확보합니다. 계속 동진한 포르투갈은 말라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중국의 마카오를 거쳐 유라시아의 극동인 일본까지 갑니다. 일본에 미친 영향은 우리가 고스란히 알지요. 빵은 포르투갈 말 그대로고, 뎀뿌..
리스본 셋째 날은 벨렝 가는 날입니다.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외곽에 있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때 왕가가 화를 면하게 된 곳이기도 합니다. 공주들이 벨렝의 수목원이가를 가고 싶다해서 왕은 벨렝으로 이동했습니다. 벨렝의 성당에서 미사를 하던 중 발생한 지진에서 벨렝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왕실도 안전했습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은 벨렝이 암반 위에 있어 지진에 강하다고 합니다. 이런 우연으로 왕이 건재했고, 멘탈은 무너진채 카르발류에게 리스본 재건과 개혁을 일임해서 포르투갈은 몰락을 면했습니다. 왕이 죽고 도시와 경제가 파탄에 빠진채 왕위계승 전쟁이 나고 민심을 수습한다고 혹독한 종교적 구심점이 되는 왕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오늘날 포르투갈은 매우 다른 모습이었겠지요. 전날 미리 사둔 리스보아 카드를 사..
파두 박물관을 나와 아름다운 알파마의 골목을 통해 리스본 대성당에 갔습니다. 여기 뿐 아니라 포르투도 그런데 그 도시 본당을 포르투갈에선 그냥 쎄(Sé)라고 하더군요. 저는 라틴 감성이라 그런지 성당 가면 마리아가 제일 좋습니다. 모성과 가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라틴 계 나라는 어디나 마리아 성당이 가장 성대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브라질과 스페인이 그랬듯 포르투갈도 그렇네요. 특히 대성당의 마리아는 미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파란 배경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는 입체적 레이아웃은 넋놓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상한 이유는 단지 진도가 높아서만은 아닙니다. 하필이면 대지진 날은 리스본에서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
요리시간이 길어 생각보다 매우 긴 점심식사를 하고, 파두(Fado) 박물관에 갔습니다. 제가 처음 파두를 들은건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였을겁니다. 심야에 라디오에 온 신경을 내어주던 시절, 갑자기 심장 고동 같은 북소리(이번에 가서 보니 기타 두드리는것이었음)와 함께 영혼을 끓여 내어 부르는 노래. 이 별세계에서 온듯한 곡이 무언가 귀기울여봤더니,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검은 돛배(barco negro)'라고 합니다. 노래를 들으며 이름도 낯선 포르투갈은 어떤 나라인지 꿈꾸며 잠들곤 했습니다. 이종환 씨가 세계음악 치곤 꽤 자주, 몇달에 한번 정도, 검은 돛배를 틀어줬던것 같습니다. 당시 느낌에, 분명 외국 곡인데도 우리나라 정서와 매우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십여년 후, 베빈다라는 프랑스에서 ..
포르투갈 전통음식의 특징은 해산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아주 잘 맞습니다. 포르투갈 여행 중 식당에서의 주의점은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자리 앉으면 빵과 버터, 올리브를 내오는데 이게 유료입니다. 어느 나라를 가든, 관광객 대상으로 사기치는 몇 명 식당 말고, 처음 세팅된 거에 돈받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포르투갈은 이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있다고 해요. 해산물 요리가 주문 후에 요리를 시작해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실제 주문해보니 최소 30분 어떤데는 거의 한시간 가까이 소요됩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입맛 다시며 빵과 올리브를 먹는게 현지인의 습성인데, 타국의 관광객과는 문화코드의 충돌이지요. 맛나게 먹고 계산해보니 별도 계산이 거의 10유로 추가되면 기분이 나빠지니까요. 저희가 ..
둘째 날은 밝았고 제일 걱정이 되는 날입니다. 예보상 비 가능성이 높았는데 다행히 아침 예보에 비는 없습니다. 다만 종일 흐린 상태에서 해가 감질나게 나왔다 들어가는 날씨이고, 나가보니 실제 온도보다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원데이 교통카드를 사고, 트램을 탔습니다. 리스본의 트램은.. 정말 정서적입니다. 언덕을 오르내릴때는 샌프란시스코의 느낌과도 비슷하지만, 유럽의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을 헤집고 다닐때는 테마파크에 더 가깝습니다. 리스본 여행자들의 수호신 28번 트램은 주요 관광지를 죄다 커버해서 유명한데, 페소아의 100년전 책에도 나오는것이 신기합니다. 어쩌면 도시로서 시간속에 박제된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그 덕에 수도의 산업적 기능에는 제약이 있었겠지만, 그 세월 견디고나니 세상 어디에도..
리스본은 일곱개 언덕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불리웁니다. 실은 로마가 일곱 언덕위의 도시로 유명한데, 리스본도 그렇답니다. 로마와 비교하자면 리스본은 훨씬 밀집된 상태란 점이 차이입니다. 모퉁이를 돌면 바로 가파른 언덕이 나오고, 오르락 내리락이 여느 도시보다 심한 편입니다. 지도상 봤을때는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일지라도 언덕을 내려와서 다시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스본의 주요 지구를 알아두는건 여행자로서 유용합니다. 일반 여행지는 의미상 구분이라면 리스본은 지리상 구별이기 때문입니다. 리스본의 기본이 되는 중심축은 바이샤(baixa)입니다. 호시우 역과 광장에서 꼬메르시우 광장까지 직선 도로와 이를 가로지르는 도로들로 이뤄진 지구입니다. 낮은 지대란 뜻인데, ..
이어지는 여정은 호까 곶 (Cabo da Roca)입니다. 여긴 제가 무척 가보고 싶던 곳입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품은 이스탄불도 봤지만, 징기스칸이 그토록 닿고자 했던 서쪽의 땅끝은 왠지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바로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이란 점 하나로 유명한 호까 곶입니다. 원래 유럽에서 유명한 포인트는 땅끝이라는 이름 그대로 피니스테레(Finisterre)입니다. 포르투갈 북쪽 스페인 땅인 갈리시아에 있지요. 그 유명한 까미노길의 종점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성당에서 서쪽으로 더 걸으면 나옵니다. 중세와 현대의 순례자들이 들르기도 했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시차를 두고 주인공들의 상황 전환이 이뤄지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발견의 시대 전에는 피니스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