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원

Biz/Review 2008.10.26 11:21
경제학은 틀렸다.
충격적인 선언이지만, 마음을 열고 들어보면 분명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멀리 복잡한 이야기 할 필요 없이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를 봐도 그렇습니다. 유수의 석학들이 정립해 놓은 수많은 공식으로 예측 불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단지 몇 만년에 한번 일어나는 우연일까요. 재수없어 87년, 97년에 이어 10년마다 또 이런 걸까요. 아니면.. 경제학의 공식이 틀린건 아닐까요?

Eric Beinhocker

(원제) The origin of wealth: Evolution, Complexity, and the Radical Remaking of Economics

 
부의 기원이라함은, 경제학이 추구하는 궁극의 명제이자 사유 가능한 인류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 부의 기원을 따져 보겠다는 야심찬 책입니다. 부의 미래를 찾는 과제보다 더 심오하고 본원적이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를 정리하는 만큼 규모가 큰 의문입니다. 사실, 이런 황당한 제목은 믿지 않아 거들떠 보지 않다가, buckshot님 포스트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장 한장을 끄덕이며 보다가, 약 1/4 읽은 지점에서 선언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은 베스트 북이다.
다 읽지도 않은 책을 올해 최고로 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시각과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책이기 때문입니다. 내쳐 읽고 다시 정리하며 또 읽은 책입니다. 한 학기 경제학 강의를 들은 바에 비견할 정도로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통상처럼 한권을 베어내는 리뷰보다는 책의 관점이 녹아있는 분석이나 글들이 추후에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면 이렇습니다.

  • 진화는 최고의 검색 알고리듬이다. 그 구성요소는 차별화, 선택, 그리고 증식이다.
  • 전통경제학은 수학이 자리를 잡아가던 19세기 시절 균형이론을 차용한 결과일 뿐이다. 이론이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한편 더 좋은 수학적 도구가 나왔다면 그를 수용하는게 옳다.
  • 현실은 비선형 동적시스템(nonlinear dynamic system)이므로 적절한 도구란 진화이론이고,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로 모델링하는 복잡계 경제학이 대안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완전하든 제한적이든 합리적 인간(rational human) 모델을 포기하고, 추론적 인간으로 모델링한다. 더 현실적으로.
  • 또한, 하부특성의 총합으로 시스템의 특성이 나오는 창발성(emergence)을 허용하므로 재앙적 금융위기 등에 대한 고려가 가능하다.
  • 결국, 진화론적 부의 창출은 물리적 기술(PT), 사회적 기술(ST) 그리고 시장(기업)이라는 요소를 통해 이뤄진다.
  • 따라서, 부란 에너지 사용을 통한 엔트로피 감소다. 쉽게 말해서 적합한 질서의 창조이다.
  • 적합한 질서란 행복의 함수이고, 진화론적 유전자의 복제전략이기도 하다.
  • 부의 기원은 지식이다. 그리고 진화는 지식을 창출하고 학습하는 최선의 알고리듬이기도 하다.

매우 방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핵심만 말해서 이 부분만 읽으신 분은 다소 뜻이 안 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맛은 느낄 수 있을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잡계 경제학의 신선한 시각하나만 소개하고 마칩니다. 영속하는 기업의 특징은 경영학의 화두입니다. 'Built to last'나 'Good to Great' 나 '실행에 집중하라'에서 아무리 좋은 기업의 특징을 분석해서 따라해도 급변하는 환경으로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복잡계 경제학은 명쾌하게 말합니다.
그 시기에 살아있는 기업이 승자다.
처절하도록 단순하면서, 음미할 거리가 많은 철학적 명제이기도 합니다. 환경에의 적응성이라는 화두로 치환하고 나면, 전략과 조직도 매우 놀라운 통찰이 생기겠지요. 특히, 요즘 같은 경제환경에서는 생존 자체를 화두로 삼아도 무리가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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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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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읽고는 있지만 아직 끝내지는 못한 책입니다. 책두께만큼의 보람이 있는 책이죠. :)
  2.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해 주신 부분만 보면 제목과 약간 다르게(?) 복잡계 경제학 책인 것 처럼 보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복잡계 관련 책들을 읽으며 항상 궁금한 것들이 있습니다. 복잡적응계에서 하부 특성의 총합으로 창발이 일어나지만 어떠한 창발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 창발이 일어나는지도 설명이 어렵구요. 첫 불릿에서 정리해 주신 내용은 유전 알고리즘과도 비슷한데 역시 '선택', '교차', '변이', '대체' 등의 룰을 이용해서 해를 도출하지만 역시 왜 그러한 답이 나오는지는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환경에의 적응성을 말씀하셨는데, 적합도가 높은 조직이 환경에 잘 적응하겠지요. 그런데 환경에 높은 적합도가 무엇일까요? 어떻게 미리 알고 기업이 적용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약 복잡 적응계로 이번 금융 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금융위기의 원인은 클린턴 정부의 대출 정책, 은행들 간의 경쟁으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서브 프라임 대출, 신용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복잡계 경제학으로 어떤 결론이 나왔을 지 궁금합니다.

    유전 알고리즘에서는 문제에 대해 이미 알려져 있는 좋은 알고리즘이 있는 경우에는 유전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이 큰 이점이 없다고 합니다. 해를 구하는데 시간만 더 들 뿐이고, 구한 해가 최적의 해에 가깝기는 하겠지만 최적의 해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전통 경제학자들이 추구하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복잡적응계를 시뮬레이션하면 비슷한 답은 구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경제학자들에게는 설명이 가능하면서 손쉽게 (컴퓨터의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고도) 예측 가능한 이론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이라고 설명한다면 경제학자와 통계학자 혹은 컴퓨터 과학자들 간의 차이가 무색해 지겠지요.

    복잡계 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이 고전 경제학에 대한 보완 이론으로 활발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논의가 진행되어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해 주신 글을 보면서 머리 한 구석에 있던 의문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권해주신 책을 보면서 다시 곰곰히 씹어봐야겠습니다. 책 권해 주셔서 감사해요!
    • 포스팅에 준하는 긴 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성심껏 답을 하겠습니다. ^^

      1. 네 복잡계 경제학에 대한 책입니다. 경제학의 궁극적 숙제가 부의 기원을 찾는거고, 복잡계 경제학으로 접근해서 제목이 그렇습니다.

      2. 저자도 복잡계 경제학이 setup 과정임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창발을 예측하고자 시도하지는 않습니다. (카오스에 비선형 동적시스템이라 예측도 안되지만.) 다만, 창발 자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데서 전통경제학과 선을 명확히 긋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3. 복잡계 경제학에서 보는 적합도 함수는 '시장'으로 발현됩니다. 시장의 너머에는 국가별 특성, 정책, 문화 등의 변인이 간접적으로 얽혀 있구요.

      4. 문제는 전통경제학이 의존하는 수학적 tool이 확정성의 시절, 균형이론에 치중한 점입니다. 이것의 함의는 설명 불가능한 부분을 가정과 제한사항으로 때운다는겁니다. 결국 누더기 방정식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유전 알고리듬이 효율적이라기 보다는 효과적이라 보고 있습니다.

      5. 복잡계 경제학은 고전경제학의 대안으로서 뚜렷이 선을 긋습니다. 현재까지는 말이죠.

      제가 질문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모르겠고, 책도 제 이해하는 한도내에서 답을 적었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길잡이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
  3. 추천 감사합니다~
    한번 도전해봐야 겠네요~^^
  4. 작년에 넘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이제 슬슬 또 읽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inuit님께서 부의 기원을 읽으셨으니 이제 이 책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입니다.. ^^
  5.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학 지식이 전무해서 읽기는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겠습니다. :)
  6. 이 책 너무 좋은 책이고, 또 방대한 책이죠. 내용이 너무 방대해 제 머리로는 도저히 정리되지 않아 블로그에 리뷰도 못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도 비슷한 부류였는데, inuit 님께서 잘 정리해 두신 덕을 톡톡히 봤는데, 이번 "부의 기원"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7. 책이 두꺼워 무겁다면, 해외 배송비의 압박이... ㅠ.ㅠ
  8. 음~~~
    일담 목침이라 하시니 전 pass 임당..
    님이 해 주시는 요약만 욜심히 이해할랍니다.
    그래도 되죵?^^ <--안 된다 하심 새댁이 급 실망하여 좌절함!!
    전 오늘 드뎌 설득의심리학 시작했답니다...언제 끝날라나..ㅋㅋ

    좋은 밤 되세요~~~/^^*♡
  9. 안녕하세요 ~ 좋은 소개글 잘 봤습니다
    글을 너무 흥미롭게 표현해주셔서 마구 '도전'의지가 올라가네요 ~ _~
  10. 아마존에서 살까 말까 해서 들었다 놓았다 (?) 한 책입니다. 근데 두께가 목침만하다니 꼭 번역판으로 사야겠군요. ㅠㅜ 전 영어로 읽는 게 한글로 읽는 것 보다 서너 배가 더 걸리거든요. :)

    꼭 보고싶네요.
    • 저도 영어책은 속도가 안나서 가급적 삼가고 있습니다. ^^;;;
      음.. 쿨짹님, 공부하시기 전에 일독을 권하고 싶네요.
      관점을 더 풍부하게 세울 수 있을겁니다.
  11. 비밀댓글입니다
    • 네. 폐만 끼치는게 아닐까 오히려 제가 걱정입니다.
      걱정말고 시험 잘 치르세요. ^^
  12. 항상 좋은책 소개 고맙습니다. 일단 보관함에 담아두었다가 읽어봐야 겠습니다.
  13. 올해 읽은 책중 베스트 북이라는 말을 듣고 강한 느낌이 와서 읽어보고 있는 중인데 눈을 떼기가 아까울 정도로 신선한 관점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 페이지수는 보통책의 두배인데 저자의 글솜씨가 너무 탁월한 관계로 읽기에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 같네요.번역도 깔끔한 것 같고요...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 맞습니다.
      저자가 뛰어납니다.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니까요. ^^
  14. 오~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책인듯 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15. '그 시기에 살아있는 기업이 승자다' 요즘 같은 상황에 너무나 어울리는 말이군요. 저도 꼭 사보겠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