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본 실용서를 싫어합니다. 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권 씩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서 그렇지요. 예컨대, 제가 포스팅 하나로 설명한 PREP법도 일본에서는 책 한 권이 되더군요.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얼마나 기막히던지. 

물론, 좁은 범위의 각론을 다룬 책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대개가 컨셉의 책들입니다.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란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 상업적 논리를 새로운 면으로 보게됩니다. 의미있는 핵심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시장으로서의 출판 시장입니다. 내가 재미난 아이디어가 있고 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어떻게 돈을 지불하고 아이디어를 전달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에 담아 파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저자의 주장만 이해하는 쪽으로 목표를 낮게 잡음도 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항상 남지요. 세상 모든 책이 그러면 그러려니 하지만, 미국의 블록버스터들과 견주면 영 빈곤합니다. 고딘이나 글래드웰파운드스톤하포드 등이 육즙이 진히 배인 스테이크라면, 일본 책들은 초밥 같습니다. 허기에 빈젓가락만 빨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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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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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에 시간관리/스케츌 관리에 대한 일본 실용서를 읽어본적이 있습니다.
    읽으면서... 참 쪽바리스럽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긴 했는데요...
    나름 만족스러웠던 것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을 여러 각도와 예를 들어서 비즈니스에서 시간관리라는 '각론'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책이 얇고 작아서 가격이나 양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구요^^;
    • 맞습니다. 얇고 적당한 분량은 어찌보면 미덕이지요.
      그리고 무척 꼼꼼한 점은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디테일에 천착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지요. ^^
  2. 일본책들은 좀 차갑다고 해야할까요?
    맥루헌이 만화와 영화의 차이를 설명한것으로 비유가 가능한것같습니다.
    일본책의 경우, 차갑습니다. 마치 만화는 부족한(?) 또는 덜 상세한 그림을 제공하지만
    그 그림을 통해서 사람이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반면 미국책의 경우 매우 꽉차있습니다. 빈틈하나 없는 서양화와 비슷하죠.
    서양화는 그자체를 재현하는데 모든힘을 쏟았으니까요.

    일본책의 경우, 부족한 뭔가를 제시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스스로 느끼고 실천할때 효과가 극대화되지만,
    미국책의 경우, 그런 용도보다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밀도높게 시각적으로 묘사해내는데 목적이 있더군요.

    그 목적에 맞춰서 읽다보면 일본책도 꽤나 읽을만하더군요 :)
    • 일본책도 쿨한 미디어인게로군요. ^^
      흥미로운 구분으로 다른 측면을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3. 저도 일본의 실용서나 처세술에 관한 서적은 굉장히 싫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서점에 가면 항상 원했던 것 이상을 얻어올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불필요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설명하거나 그냥 지나쳤던 작은 포인트를 가지고 책을 만들어 내기도 하니까요. 엄청난 출판물의 양과 종류가 사실은 부럽습니다.
    • 맞습니다.
      일본은 책들이 워낙 종류가 많은지라 틈새를 잡기 위한 컨셉화가 많이 이뤄지지요.
      그래서 하나의 책은 시시할지라도 모아놓으면 방대한 지식이 될터입니다. ^^
  4. 저는 일본의 실용서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설명이 정말 친절해서요. 정말 이것대로만 하면 실패는 하지 않을지도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성을 담아 쓴 내용은 그것대로 하고 성공했을때 감격까지 느껴질 정도 입니다.
    • 네. 눈높이와 친절함은 인정할만 해요. ^^
      그리고, 꽤 실용적일 때가 있지요.
      그런데 제 경험은 거의 '뽑기'같아요.
      꽝이 많이 섞여 있는.. ^^;
  5. 비밀댓글입니다
  6. 내용이 좋으네요. 링크해도 괜찮겠지요?
  7. 저랑 의견이 같네요. 저도 일본도서 특히 경영에 관련된 책들은 싫어합니다.
    저자의 신념이 알알이 박힌 내용이 아니라 생각때문입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서양의 출판물들을 보면 여러 상황들을 치료할 수 있는 해법을 제공하지만, 일본물들은 저자가 설정해 논 그 상황에만 치료될 수 있는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inuit님의 글 중,
    "미국의 블록버스터들과 견주면 영 빈곤합니다. 고딘이나 글래드웰, 파운드스톤, 하포드 등이 육즙이 진히 배인 스테이크라면, 일본 책들은 초밥 같습니다. 허기에 빈젓가락만 빨게 되니까요."이 부분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 저도 실용서하고 썼지만, 주로 경영관련 실용서를 염두에 뒀습니다.
      도감이나 핸드북 종류는 꽤 꼼꼼하게 잘 되있지요.
  8. 저도 지금 일본 실용서를 하나 읽고 있습니다.
    역시 말씀하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컨셉보다는 디테일이 강한게 일본 실용서적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9. 일본 실용서는 아직 많이 접해보지 않았네요..
    inuit님 말씀대로 초밥인지 스테이크인지.. 기회가 닿는데로 느껴봐야겠습니다 :)
    • 라멘도 있을겁니다. ^^;
      가끔 서점 가보면, 참신한 주제나 유혹적인 제목들이 참 많지요.
  10. 일본에서 나온 실용서의 대부분은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하지만 작은 부분을 책을 엮어내는 그 기술(?)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관점을 맞추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입니다. 또 읽는 시간도 1~2시간이면 족하니까요?
    저는 그것보다는 국내 저자를 양성할 생각을 하지않고 그럴싸한 사탕발림으로 번역서를 책을 팔려하는 출판계가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읽고 선정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제목만 보고 게약을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쓰고 계시는 좋은 양서를 빨리 읽기를 바랍니다...
    • 맞습니다.
      틈새를 포착하는 능력은 대단하지요.
      그러다보니 제목이 낚시 스러울때가 많아요.
      국내 출판사는 거기에 묻어가는 경향도 보이구요. ^^

      제 책은... 그러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죠. ㅜ.ㅠ
  11. 비밀댓글입니다
    • 저도 많이 배우는걸요.
      서로 가르쳐주면서 더욱 깊어지면 좋겠지요.
      그나저나 참 센스가 좋으십니다.
      다 찾으셨네요. ^^

      고맙습니다. 여러모로 신경써 주셔서.
  12. 저도 일본산 실용서를 그래서 좀 꺼려하는 편입니다(캐공감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문화 자체가 장중함이나 진중함, 중량감 같은 면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쉽고 가볍고, 예뻐서 확 끌리지만, 오래도록 음미하기엔 안 맞는... 요새 잘 팔린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작가의 '일본 소설'을 봐도 그렇고, NT소설이야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픽은 수려하지만 오로지 단선적 진행 밖에 안되는 '일본식 RPG'도 그렇고...(다 깨면 끝!) 물론 다름대로 중량감이 느껴지는 일본 문화도 있긴 하지만요.

    여튼 그런 기질이 실용서에서는 말씀하신 형태로 발현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3. 저도 일본 경영서적 몇권을 읽어는데..
    그 다음에 책 제목에 끌려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면 책을 안사곤 합니다..
    제일 불만은 콘셉이전에 주제를 증명하는 레퍼런스가 너무 얇팍하다는 느낌에
    저자에게 신뢰가 안가더군요..
    암튼 저만 그런 느낌을 가진건 아니로군요..^^
    • 동감입니다.
      어쩌면, 일본 책이 하도 많은점, 번역출판사가 제목으로 낚시를 시도한다는 점 등이 복합적인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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