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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Inuit 2007. 2. 19. 12:38
사정상 요즘 띄엄띄엄 블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중독적으로 들어가던 올블로그도 이젠 거의 들르기 힘들고, 들러봐야 5초정도 제목만 훑고 나오는 정도. RSS 리더에는 산처럼 많은 피드가 쌓여 있습니다.
블로그 관리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주말 포스팅도 힘에 겹고, 매일 10시 넘어 퇴근하다 보니 '매일 댓글에 답하기'라는 원칙도 차츰 깨져가고 있습니다.
제 시간의 기회비용이며, 창작물의 잠재수익 등을 생각한다면 결코 금전적으로 남는 장사도 아닌데, 저는 왜 이리도 힘든 블로깅을 끊지는 못할까요?

블로그란 과연 무엇일까요?
정의야 뻔하니 쉽게 모아진다 쳐도, 의미는 각자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이는 유행감각이 있는 홈페이지라 생각하고, 어떤이는 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 SMS를 포괄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여길테지요. 어떤이에게는 지인과 교분을 나누는 게시판일테고, 또 다른이에게는 자료를 퍼다 모으는 저장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상업적 활용도가 있는 광고의 새로운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Robert Scoble & Shel Israel

원제: Naked Conversations: how blogs are changing the way business talk with customers

위에 언급한 바로 맨 마지막. 블로그의 상업적 활용성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엮은 책이 바로 이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입니다.
이 책을 더 잘 이해하려면 마케팅적 맥락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블로깅은 어떤 마케팅적 맥락에 기반할까요?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이 점차 발달하면서 대중에게 소구하는 마케팅 개념이 대두되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성공 공식은 매우 간결했습니다. 광고(AD)에 의한 mass communication과 잇따르는 대량 생산 (mass production)과 대량 소비 (mass consumption)지요. 따라서 자본만 있다면 돈벌기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산업은 산업자본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TV가 미디어의 핵으로 자리잡게된 일등공신이며 은밀한 제휴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확실한 공식이 생겨나자 모두가 같은 방식을 따르게 되고 광고의 전달에서 대량 소비까지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투입대 산출의 양이 불명확해지면서 효율이 떨어진거지요. 너도나도 광고를 하니 혼돈스럽고 무차별해졌습니다.

무작정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워서 생긴 마케팅 기법이, 흔히 말하는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라는 방법입니다. 모든 소비자를 커버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제품의 컨셉에 맞는 소비자 계층을 선별하여 집중 공략하는겁니다.
이러한 segmentation 자체도 그 이전에 비해서 세분화되었다고 볼지언정, 대량 살포의 철학은 비슷하므로 좀더 효율적인 스킴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몇백만 가구에 도달하여 몇 퍼센트가 읽고 그중 몇 퍼센트가 구매의사를 표할까의 문제라는 소리입니다.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광고, 또는 크게 보아 마케팅에서도 근원적 변화의 기미가 보이게 생겼습니다. 바로 온라인 광고이지요. 'Traffic is the King'의 시대입니다. 기존 대량광고의 철학을 승계하여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광고를 하면 결과적 도달수가 많아진다는 논리입니다. 포털 또는 메일 등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고 한번 온 고객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lock-in (속박) 전략이 웹 설계의 핵심으로 자리잡던 시기입니다. 요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따지는 식으로 치면 web 1.0 시대지요. 이때는 꼬치꼬치 캐묻는 복잡한 가입절차와 현란한 배너 그리고 짜증 유발의 팝업 등이 특색이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좀 나아진 광고 방식이 구글의 문맥 맞춤형 광고인 애드 센스류지요. 여기에서 비롯된 롱 테일 개념이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했던 요즘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광고의 공통된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끊임없는 노이즈(noise)입니다. 통상적으로, 성공한 광고의 도달율을 2% 정도로 잡습니다. 바로 지긋지긋한 spam의 경제학이 여기에 기반하고 있지요. 받는사람이 지겨워하든 말든 2%만 주목하면 대성공이라는 심산입니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98%'는 그 브랜드, 그 메시지에 대해 매우 안좋은 감정을 키워가게 됩니다. 과연 한탕하는 spam업자도 아닌 영속하는 기업이 이런 마케팅을 해야 할까 의심스럽습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구전 마케팅이니 direct marketing등 여러 기법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누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블로그는 탁월한 마케팅 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 바로 이 책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입니다.
이야기가 애초의 의도보다 많이 옆으로 샜지요? -_-

왜 블로그가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될까요?
긴 이야기지만 제 관점대로 짧게 줄이자면, 블로그의 플랫폼적 특성 때문입니다.

1. 시간을 함축한다
블로그는 로그(log) 방식으로 글이 쌓입니다. 따라서 새로 열린 홈페이지에 비해 역사가 농축되어 있고, 그 과정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으며 방문자에 의해 검증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 자체로 가상의 정체성 (virtual identity)를 보유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텍스트와 이미지 모음인 홈페이지나 일과성 메일에 비해 파워풀한 신뢰를 제공하는 검증지향적 플랫폼이 됩니다.

2.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늘 말씀드리지만, 신문에서 런던 테러로 50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할 때와 동영상으로 사고현장의 참담함을 볼 때는 몰입과 관여의 정도가 다릅니다. 저는 visual의 즉자적 특성에 주목하기보다는, 맥락과 함의의 디테일을 전하는 스토리텔링의 능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풍성한 스토리텔링은, 설사 오디오나 텍스트일지라도 같은 정도의 감정 전이가 가능하니까요.
블로그 역시 그러합니다. 1인의 시각을 전제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단체의 정체성 속에 숨지 않고,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미숙하더라도 인간적인 냄새가 납니다.

3. 소통에 기반한다
게다가, 블로그는 소통의 기본 도구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블로그 방문자들은 댓글과 트랙백 등으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결과적으로 일반광고와 다르게 정보를 자발적으로 소비하고 부가적으로 소중한 시장 반응을 피드백하는 통로까지 제공하게 되지요.

4. 검색 친화적이다
마지막으로 블로그가 마케팅 도구로 최적이 되는 기술적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의 등장에 따른 검색 친화력입니다. 링크 기반이라는 블로그의 소통방식과 잦은 업데이트가 가리키는 활동성에 따라 블로그는 검색의 상위 랭킹을 차지하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마케터로서 천금을 주고도 사려는 검색 상위를 쉽게 달성하기도 가능합니다. 마케터에게는, 내가 정보를 뿌려 걸려든 한 사람보다 제발로 걸어온 한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자발적이기 때문에 정보의 수용성이 높고, 능동적이므로 더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 모든 블로그 특성의 합은 어디를 지향할까요?
바로 신뢰입니다.
블로그는 역사적, 개인적인 신뢰감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기업의 선전물이 아니라 기업의 소통의 장이라는 마음가짐만 유지한다면 훌륭한 광고, 홍보의 툴이 됩니다. 그러므로, 기업은 예전보다 다루기는 어렵지만,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새로운 고객과의 소통 수단을 갖게 되었다고 봅니다. 광고 이전과 이후의 산업양상이 달라지듯, 블로그 이전과 이후의 마케팅 양상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읽어보면 쉽게 이해되는 사례입니다.
MS가 evil하다는 일반의 인식을 깨는데도 채널9이라는 블로그가 큰 역할을 했고, 세계의 양복을 맞추는 재단사 스토리 등 개인이나 SMB의 성공, 실패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저는 책에 나온 사례들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습니다. 미국이라는 특정 문화의 2000년대 초반이라는 특정시간에서의 샘플일뿐이니까요. snapshot일지언정 해부도는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로깅 자체에 대해서는 개인적 소통 다음 차원에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었습니다. 의미있는 관점의 이동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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