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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DMB는 방송인가?

Inuit 2008. 1. 27. 16:55
갑자기 생뚱맞은 질문이지요. 하지만 의미있는 화두입니다.
요즘 신제품 테스트 차 DMB 단말기를 갖고 놀다가 드는 생각을 정리합니다.


DMB는 방송이다
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라는 이름에도 나와 있듯 엄연한 방송입니다.
그것도 세계 모바일 방송 기술의 4대축 중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모바일 방송 4대 천왕 (Inuit Version)
1. DVB-H: handset용 표준. Nokia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지지. EU 권장 표준. DVB-T (유럽 지상파)가 근간
2. DMB: Eureka147의 산물인 DAB (디지털 라디오)에 H.264로 영상을 실어나르는 규격.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독일 등 일부 유럽에 채택. 아류로 S-DMB (위성, by Tu Media)가 있고 대개 T-DMB (지상파)로 운영.
3. Media FLO: Qualcomm의 규격. 성능은 우수한 편이지만 퀄콤의 과거 이력 때문에 미국외 지역으로 확대 난항중.
4. 1-seg: 일본규격. ISDB-T 13세그먼트 중 모바일용으로 1 세그(먼트)를 사용.

기술적인 우수성보다 투자효율성이 있어 가장 순조롭게 상용화한 T-DMB입니다. (이하 DMB로 칭합니다.)
하지만 작년 7월에 전국서비스가 되어야 하는 국내 사업이 계속 지연되어 올 4월이나 되어야 가능하다는 소식입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사업성입니다. 작년 수도권 6개 사업자가 얻은 광고 수익이 60억원이라고 하지요. 회사당 10억원은 손익분기를 넘기 힘든 구조입니다.

DMB는 방송이 아니다
우리나라 DMB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엔 원죄와 업보의 스토리가 있지요. 애초에 디지털 지상파 규격 논쟁이 거칠어지자, 정부는 원안인 ATSC(미국 디지털 규격)로 밀어 붙이되, 이동성은 DMB가 담당한다는 미봉안을 냈습니다. 그런 이유로 DMB는 국가 기간망의 이동수신성을 담당하는 과한 의무를 지고 태어났지요.
그 결과는 절대 무료 정책입니다. 기간망은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DMB 사업자들은 수신료 과금이 안되는 상황에서 여러 고육책을 냅니다. 초기에 휴대폰이 단말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 착안했습니다. 유료 서비스로 3,000원 정도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과금하려 했으나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궁여지책으로 DMB의 킬러 서비스인 교통실시간 정보를 위해 TPEG 과금으로 진행중이나 사업자간 규격 통일 문제로 날만 샜지요. 물론 TPEG은 현재 물망에 떠오르는 DMB 사업자의 유력한 구원투수입니다.
결국, 국내 DMB는 PMP 형태의 무료 수신 단말기를 통해 엄청난 보급 실적을 올립니다. 2007년말 기준으로 T-DMB 800만 가입자에 월 수입 1억미만이라는 외화내빈의 기형구조가 고착화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사업자는 수익없이 방송하게 되고, 방송제작에 투입할 자원은 빈사상태입니다. 방송 품질은 좋을리가 없고 시청자는 전혀 주목을 안합니다. 하나의 무료 서비스로 생각하여 부담없이 보기도 하고, 그냥 기기에 탑재된 채 사장되기도 합니다. 어느 광고주도, 어느 시청자도 지갑을 열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젠 기존 방송의 컨텐츠를 이용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재송출을 담당하는 허접한 재활용 매체로 전락하였습니다.

방송법에 의한 공영방송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개별계약에 의한 수신자 포함)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송신하는 것
방송법 제 1장 2조(용어의 정의) 1호
돈도 없고 볼 사람도 별로 없으니 기획과 편성권이 의미가 없지요. 방송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새로운 매체
저는 방송의 강점을 그 매체 효율성이라고 봅니다. 음성이든 데이터든, 통신이 점대점 (point-to-point)의 개별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방송은 일대 무한대의 저렴한 일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그 이유로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우수해 보급이 많고, 그 보급 기반에 근거한 파급력도 나옵니다. 상업적으로는 대량 생산(mass production) 시대의 대량 소비를 조장하는 mass communication을 담당하게 되었구요. 광고주가 지갑을 여는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방송은 그 기술적 존재가치를 전적으로 달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Mobility & Sticking
우선 이동중 수신가능하다는 이동성은 고정형 수신에 비해 새로운 차원을 제공합니다. 수신 장소와 시간에 따라 컨텐츠가 차별화 되면 소비자 가치가 높습니다. 출근길 지하철과 퇴근길 버스, 점심시간 사무실에서의 미디어 소비패턴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동성은 하루종일 소비자를 따라 다니는 신체고착형 미디어라는 새로운 가치를 생성합니다.
눈치 빠른 분은 알겠지만 모든 광고주가 소망하는 바로 그 기술이 구현된 겁니다.

Personalization & Information
인접기술이긴 하지만, 대개의 모바일 단말기는 uplink라는 양방향성을 부여하기 쉽습니다. 휴대전화는 EVDO든 HSDPA든 인터넷이 가능한 상태이고, 멀티미디어 단말기는 Wi-Fi 또는 WiMAX (WiBro) 계열의 기술이 수용가능합니다. 따라서, DMB의 잉여대역 (음성 또는 데이터 영역)을 활용한 모사적 환경에서의 맞춤 서비스(emulated customization)가 가능합니다. 낯선 지역에서 계절별 맛집이나, 시내 사고구간 등의 정보는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이 건당 또는 기간별 사용료를 낼 용의가 생기는 근거가 됩니다.

Economy
물론 위의 서비스는 HSDPA 또는 WiBro와 같은 3.5G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서도 내심 노리는 수요입니다. 하지만, 서두에 말했듯 방송은 방송만의 탁월함이 있습니다. 공중에 전파를 뿌린 후 잊어버리는 저렴한 매체란 사실이지요. 원가 구조상, 이통이든 유선망이든 인터넷 업체가 방송을 따라오기 힘든 장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교하지 않아도 유용한 정보와 서비스가 언제 어디서든 공급된다면, 그것도 월 5,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가능하다면, 4G 가기 전까지는 매우 우월한 위치를 갖습니다.

Day Dream
하지만, KT, SKT는 DMB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위에 말한 이상적 진화는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예전부터 저의 이런 우려와 대안을 업계에도 많이 이야기 했었습니다. 광고만 염두에 두던 KBS DMB 담당자를 비롯해 말입니다.
저런 근사한 기술이 가능하려면, 채널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가 하나의 비디오 채널로 같은 시간대를 공략하면 효용성 떨어지는 유사 컨텐츠만 보입니다. 다양성의 훼손은 전체 시스템의 실질적 축소와 효용성 감소로 이어집니다. 게임 상황(Game situation)이라 조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사업자간 합병이 자연스레 이뤄져야 하는데, DMB는 사업권 (license) 비즈니스지요.
또한, 아무도 관심없는 모바일 방송을 공영이라 규정하여 사업성을 취약하게 만들고 애먼 전파와 자원만 낭비하느니, 기조를 만족하는 상태에서 사업자의 과금 및 기타 수익모델을 촉진해야 합니다.

결국, 정부의 근본적인 시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존 공영 방송의 변용이 아니라, 뉴 미디어로 간주해 최소한의 규제위에 다양한 시도를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DMB는 우리나라가 어렵사리 성공시킨 플랫폼 기술입니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 채택 중에 있기도 합니다. 응용기술의 세계 선두를 달리는 우리나라입니다. 갖춰진 인프라위에서 성공한 상용모델을 만들어야 그 노력의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합니다.

블로거 여러분은, 요즘 DMB 재미있게 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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