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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출사 배틀 본문

日常/Project L

아들과의 출사 배틀

Inuit 2008. 6. 23. 21:22
아이에게 사진을 찍게 하는건 의미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앵글을 통해 세상을 보는 훈련은, 매우 독특한 감성과 창의성 훈련입니다.
둘째가 애기일때 장남삼아 카메라를 쥐어줬다가 깜짝 놀란 바 있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시각으로 담아낸 세상은 정말 달랐습니다.
새 카메라가 생긴지라, 아이들에게 제 손때 묻은 카메라를 물려줬고, 아들과 함께 출사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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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진 찍기는 초보에 가까운 내공이지만, 그래도 아는만큼은 성심껏 가르치고 싶습니다.
시시콜콜 차근차근 말을 해줍니다. 모든 아비가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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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조건 셔터를 누르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거야.
마음속으로 네모를 그리고, 그 안에 사물이 담기면 어떨지 상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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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잡을 때는 왼손이 흔들리지 않게 굳게 쥐고, 오른 손은 부드럽게 셔터를 눌러줘.
반셔터로 초점을 멈추고, 네 숨도 멈추고 가만히..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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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선택한 그 부분이 사진이 되는거야.
모양이 예쁘건 색이 예쁘건 무엇을 찍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봐.
그리고 나중에 원하는대로 나왔는지 비교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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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규칙적인 모양을 잘 보면 멋진 패턴이 나온단다.
그 중에서 적절히 잘라내는데 핵심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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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빛의 예술이라고 한단다.
빛을 잘 다루는게 중요해.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안돼.
빛이 위에서 내리쬐는지 옆에서 오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 달라.
아이는 제법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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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개망초는 나라 망하고 핀 꽃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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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물이 두 종류에요. 앞은 고난이고 뒤는 평화에요.
뭐 그렇게 복잡한 뜻까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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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하늘에 큰 물고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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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회오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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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긴 너무 더러워요.
사람들이 깨끗이 썼으면 좋겠어요.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꽤나 호기심 많은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자주 산책하던 길인데, 카메라 하나만 쥐어주니 땅을 기고 둑을 오르며 새롭게 세상을 봅니다.

카메라가 익숙해지니까 점점 재주를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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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흔들린게 아니라 일부러 흔든거에요. 멋있잖아요.
어.. 시간을 표현하거나 속도를 표현할 때 일부러 흔들기도 한단다.
그런데 이거 일부러 그런거 맞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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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 아빠 이거봐요. 웃기죠? 광어가 990원 밖에 안해요.
어. 제법인데.
사진은 사실을 옮긴 것이지만, 네가 보여주고픈 것만 보여줄 수 있으니 이런 장난도 계획하여 만들 수 있는 거지.
이런걸 사진으로 하는 농담이라고 한단다.
안속네. -_-
9900원은 상식이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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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촛불을 표현한 거에요.
어.. 그래. 멋지네. 이제 슬슬 노을도 지나 밤이지.
밤은 사진찍기에 매우 어려운 시간이란다.
빛이 모자라.
빛을 모으려면 촛점 맞추기가 쉽지 않고.
대신, 카메라라는 기계를 이용하면 눈으로 볼 때와 다른 효과도 난단다.

지금까지의 400픽셀 사진들은 아이의 사진입니다.
누가 멋진 사진 찍나 대결을 벌이기로 했기에, 집에 와서 서로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겼습니다.

아빠의 리벤지 샷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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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교해봐도 아이가 백배 낫네요.
저는 관습적이고 식상한 구도밖에 없습니다.
고르고 골라도 진부합니다.
내가 졌다, 아들아.
배틀은 아이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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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장난과 순진함이 어울린 흥미진진한 세계였습니다.
아빠는 테크닉보다 더 중요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아이에게 배웠습니다.

사실, 삶은 가족이 함께 내딛는 여정이지요.
아이에게 길을 열어주듯, 아이도 듬직한 힘이 되어 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순진한 눈망울로 큰 깨우침을 주기도 합니다.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아이가 원하는 순간 늘 곁에 있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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