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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설득학 본문
A: 우리 이번 휴가는 바다로 갈까?
B: 저번에도 당신이 바다로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바가지 쓰고 고생만 했잖아요.
A: 그때 당신도 흔쾌히 동의했잖아!
B: 그야 당신이 좋아하리라 생각해서 그런거죠.
A: 그럼 그때 장소 선정 잘못한게 다 내 탓이란 말이야?
B: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요. 지금 나한테 오히려 따지는건가요?
A: 따지는게 아니라.. 책임을 나한테만 미루고 있잖아!!
B: 당신 나한테 소리지르고 있는건가요?
A: 소리지르는게 아니라, 답답해서 그런거지!
B: 소리지르는거 맞네요. 날 사랑하긴 하는건가요?
B: 저번에도 당신이 바다로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바가지 쓰고 고생만 했잖아요.
A: 그때 당신도 흔쾌히 동의했잖아!
B: 그야 당신이 좋아하리라 생각해서 그런거죠.
A: 그럼 그때 장소 선정 잘못한게 다 내 탓이란 말이야?
B: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요. 지금 나한테 오히려 따지는건가요?
A: 따지는게 아니라.. 책임을 나한테만 미루고 있잖아!!
B: 당신 나한테 소리지르고 있는건가요?
A: 소리지르는게 아니라, 답답해서 그런거지!
B: 소리지르는거 맞네요. 날 사랑하긴 하는건가요?
바다로 가고 싶었던 A, 어디로든 그와 함께 분명 가고 싶었던 B였습니다. 둘은 그 목적을 이뤘을까요?
서
Jay Heinrichs
부제가 '실전에서 배우는 전설의 설득기술'입니다. 뭐 그리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읽어볼만 합니다. 설득에 필요한 여러 기법을 적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수사학적 설득입니다. 앞 글에서 적었던 중뇌에 호소하는 설득이 메인 테마입니다. 논리를 통한 설득도 몇개 챕터에 걸쳐 나오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논리학이 수사학의 시녀입니다. 수사학을 좀 더 강하게 하기위한 논리 보강이지요.
제가 가장 크게 배운 부분이자, 이 책의 보석같은 가치는 두 가지 교훈입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제와 설득도구입니다.
1. 시제
- 과거: 책임의 소재
- 현재: 가치의 이슈
- 미래: 선택의 논의
시제 개념을 명확히 머리에 넣고 있으면 저런 상황에서 재빨리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어 그래. 작년에 당신이 동의해줘서 꽤 즐거웠었어. 당신도 그렇지? 이번엔 당신이 좋아할만한 남해바다로 가볼까? 아니면 아예 산으로 가볼까? 당신은 어떤게 더 낫겠어?
나도 바다 보는건 좋은데, 비용이 비싸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럼, 당신 이모님 사시는 전주로 갈까? 거기에 자리잡고 근처 바다로 당일치기 하면 되잖아. 당신은 오랫만에 이모님 방문도 겸하고.
당신.. 이모님 안 좋아하잖아요. 괜찮겠어요?
어, 난 상관없어. 당신만 좋다면.
나도 바다 보는건 좋은데, 비용이 비싸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럼, 당신 이모님 사시는 전주로 갈까? 거기에 자리잡고 근처 바다로 당일치기 하면 되잖아. 당신은 오랫만에 이모님 방문도 겸하고.
당신.. 이모님 안 좋아하잖아요. 괜찮겠어요?
어, 난 상관없어. 당신만 좋다면.
마치 미로를 벗어나는 지도와도 같지요? 너무 단순해서 별 내용 아닌듯 보입니다.
그러나 저도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 시제변환의 개념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많이 보았습니다.
2. 도구
- Logos: 논리를 바탕으로 한 주장
- Ethos: 인격을 바탕으로 한 주장
- Pathos: 감정에 기반한 주장
시제와 마찬가지로, 세가지 도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게 첫째고, 그 조합을 적절히 이루는게 둘째 과제입니다. 이를 잘하면 설득의 귀재가 되는겁니다.
총평
이 책의 고갱이도 이 부분에 담겨 있습니다.
로고스, 에토스가 파토스를 깔봐도 결국 모든걸 차지하는건 파토스다.
그 파토스를 담당하는건 수사학이다.
수사학은 진리를 다루는게 아니다. 그건 논리학의 영역이다.
수사학은 승부를 목적으로 한다.
그 파토스를 담당하는건 수사학이다.
수사학은 진리를 다루는게 아니다. 그건 논리학의 영역이다.
수사학은 승부를 목적으로 한다.
결국, 제가 말한 '설득의 3계층' 중 중뇌에 호소하는 설득이라 보면 됩니다. 책에 나오는 무수한 곁가지는 어떻게 수사학적 (때론 논리적) 도구를 사용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까를 적어 놓았습니다. 자문자답법, 교차대구법, 고조법 등 실전에 쓸만한 도구도 있지만, 개별적 도구를 배우기엔 교훈의 함량이 진하지 못합니다.
특히, 지겹도록 반복되는 심슨이나 자기 아이들 사례는 이 책의 전문성마저 의심하게 만듭니다. 쉽게 접근가능한 길잡이라기 보다는, 장난감 칼 같은 인상입니다. 이 책의 풍미는, 오로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재료 자체의 고농축에 기댔다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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