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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Inuit 2008. 11. 15. 12:20
영업팀장이 어려운 의사결정에 대한 고민을 물어 왔습니다. 동남아 국가에 신규 영업을 진행 중인데 충돌이 있다는 겁니다.
  1. A사는 우리나라의 KT 같은 지위를 가진 최대 국영기업입니다. 현재 물량은 작지만 향후 성장성이 있고, 레퍼런스로서 의미가 크다고 합니다.
  2. B사는 같은 비유로 SKT 같은 지위를 가진 최대 민간기업입니다. 최근 접촉 시작했고, 제시 물량은 매우 큽니다. 한가지, 조건은 A사와 거래하는 업체는 쳐다도 안보겠다는 것입니다.
  3. A사는 상대적으로 오래 이야기가 진행되어 왔는데, 갑자기 쌩하고 돌아서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A사 진행때문에 B사가 날아가는건 너무나 아까운 일입니다.
  4. 시간을 끌어보면 좋은데, 엎친데 덮친격입니다. SI업체인 국내 S사가 우리사와 함께 A사에 진행하고 싶다고 전합니다. 1주일내로 같이 할지 안할건지 답을 달라고 합니다.
영업팀장은, 규모의 원칙에 따라 아깝지만 A사를 포기하고 물량과 기회의 기대값이 큰 B사를 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신뢰의 원칙을 좇아 근간에 생긴 B사는 없었던 일로 하고, A사와 관계를 유지하여 더 큰 사업을 일궈가는게 나을까요?


Roger Martin

(원제) The opposable mind: Harnessing the power of integrative thinking

(부제)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Life is made of decision making
인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체입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했느냐에 따라 인생 여정의 각 노드에서 분기해 나갑니다. 궁극에는 비슷한 출발일지라도 다른 종착에 닿게 마련입니다.

의사결정은 다양한 기법이 있습니다만, 핵심은 각각의 대안을 평가하고 최적을 고르는 겁니다. 대개 최적은 어렵고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차선을 택합니다. 그래서 의사선택은 상쇄과정 (trade-off)라고 흔히 불리웁니다. 하나를 갖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과정, 작은 포기의 댓가로 더 큰 것을 얻는 최적화 과정으로 보는 견해지요.

The 3rd way, integrative thinking
하지만, 저자는 제3의 길을 제안합니다. 양자간 트레이드오프가 아닌 양자통합의 의사결정입니다. 이를 통합적 사고(integrative thinking)이라 부릅니다. 각 대안간 상충을 면밀히 살펴 각각의 장점을 취해 통합하는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말은 쉽지만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대개 그 상충은 공존하기 어려운 충돌이고, 쉬운 돌파구가 있으면 이미 실행단에서 선택했을테니까요.

저자는 다년간 50인의 의사결정자에 의해 이뤄진 탁월한 통합적 사고를 사례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수준에 이르기 위한 방법으로 세가지 요소를 꼽습니다.
Stance (입장)
기존 모델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상반되는 모델은 적극적으로 활용할 대상일 뿐이다. 더 나은 모델은 반드시 존재하며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Tool (도구)
generative reasoning: 연역논리와 귀납논리를 모두 활용하는 가추법(abductive logic)
causal modeling: 인과관계를 모델링. 환유(radical metaphor)가 효과적. 인지적 기중기
assertive inquiry: 대립모델을 적극적으로 탐구
Experience (경험)
기술(skill)과 감수성(sensitivity). 독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강화할 필요.
뭐 방법론이나 프레임이라 이름 붙이기 어색한 허접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구체적 훈련법은 눈여겨 볼만 합니다.

Not enough with EITHER, I want BOTH.
글이 길어지니 핵심만 추리겠습니다.
통합적 사고의 핵심은 내 모델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다른 모델의 충돌이 주는 긴장감을 이용함에 있습니다. 어찌보면 정-반-합의 구조입니다. 또는 진화론적 의사결정과도 맥이 닿습니다. 진화론에서는 전략을 가지치기 과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전략은 전략대안 가지가 무성한 트리입니다. 변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전통적 의사결정론을 공박하는 내용은 사실 반칙입니다. 주어진 대안 내에서 최적화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집어들고 끝내는 일입니다. 게임의 룰을 바꾸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의사결정방법론에게는 공정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실효성을 놓고 보면 의사결정론이든 결정학이든 아무 관심 없는 일입니다. 최선의 대안과 실행이 중요하지요. 따라서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새로운 창의적 대안을 생성하는 부분은 언제든지 효과적이고 결정적 의미를 갖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CEO에게 필수인, 제왕의 의사결정론이라 불러도 무방합니다.

결국, 서구적 의사결정의 한계를 긍정하는 이 책은 사실 동양적 사고방식과 닿아 있는 부분이 큽니다. 동양은 사물을 결정론보다 관계론으로 파악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대안을 객체가 아닌 유기체로 봅니다. 따라서 '나는 완전하지 않고 맥락에 따라 다른 대안이 가능하다. 찾아보고 생각하자.'는 논리가 체질화 되어 있습니다.

두가지만 명심하면 좋습니다.
1. 상충되는 모델은 내게 긍정적 신호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는 강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2. 차선에 만족하지 말자. 더 나은 대안은 반드시 존재한다. 내가 못 찾았을 뿐이다.

Integrative solution for my salesman
참, 앞의 영업팀장의 고민에 대해 저는 이런 답을 주었습니다.
  • 당연히 물량과 기대값이 큰 B사를 우선 진행한다.
  • 그러나, A사를 그냥 포기하는건 아깝다.
  • 다행히, SI를 책임지는 S사가 때맞춰 공조를 요청했다니 그를 활용하자.
  • S사가 전면에 나서고 우리는 디바이스만 S 또는 A 이름으로 공급한다.
  • 레퍼런스나 명분은 포기하되, A사 관련한 실리는 포기하지 않고 챙기는 것이다.
  • 비즈니스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히 보고 A, B사 어디에 all-in 할지는 향후 다시 결정하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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