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틀렸다.
충격적인 선언이지만, 마음을 열고 들어보면 분명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멀리 복잡한 이야기 할 필요 없이 지금 미국발 금융위기를 봐도 그렇습니다. 유수의 석학들이 정립해 놓은 수많은 공식으로 예측 불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단지 몇 만년에 한번 일어나는 우연일까요. 재수없어 87년, 97년에 이어 10년마다 또 이런 걸까요. 아니면.. 경제학의 공식이 틀린건 아닐까요?

Eric Beinhocker

(원제) The origin of wealth: Evolution, Complexity, and the Radical Remaking of Economics

 
부의 기원이라함은, 경제학이 추구하는 궁극의 명제이자 사유 가능한 인류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 부의 기원을 따져 보겠다는 야심찬 책입니다. 부의 미래를 찾는 과제보다 더 심오하고 본원적이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를 정리하는 만큼 규모가 큰 의문입니다. 사실, 이런 황당한 제목은 믿지 않아 거들떠 보지 않다가, buckshot님 포스트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장 한장을 끄덕이며 보다가, 약 1/4 읽은 지점에서 선언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은 베스트 북이다.
다 읽지도 않은 책을 올해 최고로 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시각과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책이기 때문입니다. 내쳐 읽고 다시 정리하며 또 읽은 책입니다. 한 학기 경제학 강의를 들은 바에 비견할 정도로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통상처럼 한권을 베어내는 리뷰보다는 책의 관점이 녹아있는 분석이나 글들이 추후에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면 이렇습니다.

  • 진화는 최고의 검색 알고리듬이다. 그 구성요소는 차별화, 선택, 그리고 증식이다.
  • 전통경제학은 수학이 자리를 잡아가던 19세기 시절 균형이론을 차용한 결과일 뿐이다. 이론이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한편 더 좋은 수학적 도구가 나왔다면 그를 수용하는게 옳다.
  • 현실은 비선형 동적시스템(nonlinear dynamic system)이므로 적절한 도구란 진화이론이고,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로 모델링하는 복잡계 경제학이 대안이다.
  • 복잡계 경제학은 완전하든 제한적이든 합리적 인간(rational human) 모델을 포기하고, 추론적 인간으로 모델링한다. 더 현실적으로.
  • 또한, 하부특성의 총합으로 시스템의 특성이 나오는 창발성(emergence)을 허용하므로 재앙적 금융위기 등에 대한 고려가 가능하다.
  • 결국, 진화론적 부의 창출은 물리적 기술(PT), 사회적 기술(ST) 그리고 시장(기업)이라는 요소를 통해 이뤄진다.
  • 따라서, 부란 에너지 사용을 통한 엔트로피 감소다. 쉽게 말해서 적합한 질서의 창조이다.
  • 적합한 질서란 행복의 함수이고, 진화론적 유전자의 복제전략이기도 하다.
  • 부의 기원은 지식이다. 그리고 진화는 지식을 창출하고 학습하는 최선의 알고리듬이기도 하다.

매우 방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핵심만 말해서 이 부분만 읽으신 분은 다소 뜻이 안 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맛은 느낄 수 있을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잡계 경제학의 신선한 시각하나만 소개하고 마칩니다. 영속하는 기업의 특징은 경영학의 화두입니다. 'Built to last'나 'Good to Great' 나 '실행에 집중하라'에서 아무리 좋은 기업의 특징을 분석해서 따라해도 급변하는 환경으로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복잡계 경제학은 명쾌하게 말합니다.
그 시기에 살아있는 기업이 승자다.
처절하도록 단순하면서, 음미할 거리가 많은 철학적 명제이기도 합니다. 환경에의 적응성이라는 화두로 치환하고 나면, 전략과 조직도 매우 놀라운 통찰이 생기겠지요. 특히, 요즘 같은 경제환경에서는 생존 자체를 화두로 삼아도 무리가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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