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OTL English: 영어 좌절금지 본문

Review

OTL English: 영어 좌절금지

Inuit 2008. 12. 7. 18:51
이해하기 힘들 이야기지만, 전 지금껏 살아오면서 영어로 스트레스 받아본 일도 없고, 영어를 따로 공부해본 적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대입을 위한 영어는 꽤 열심히 했고,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교재가 원서라 영어 해독은 많이 접한 편입니다. 청취 훈련과 발음 훈련은 팝송 듣고 따라부르기가 유일했습니다. 실은, 저만 그런게 아니라 소위 386세대가 대개 그렇습니다.

첫 직장이 항공회사라 외국 엔지니어와 이야기 할 일이 많았고, 말은 커녕 외국인 자체가 낯선 상황이지만 대충 뜻은 통하니 걱정 안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어찌어찌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니 또 편한대로 서바이벌 잉글리시만 몸으로 깨우쳤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과로 지금 제 영어 실력은 형편 없습니다. 읽기도 느리고, 발음은 강한 한국 억양에, 문법과 말하기 속도도 그냥저냥입니다. 그래도, 영어로 소통하는데 별로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간간히 포스팅에서 드러나듯, 전 업무 상 영어를 많이 씁니다. 출장도 많이 다니지만 비즈니스 협상, 기술교류 미팅에서 채용면접까지 영어로 이야기 할 일이 많습니다. 술먹는 영어, 밥먹는 영어, 따지는 영어, 캐묻는 영어 상황따라 적절히 씁니다. 밥벌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김현

이벤트
로 이미 제 블로그에 데뷔를 한 책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a77ila님이라 적극적으로 소개했지요. 전 영어책란 점 빼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이제 다 읽었고, 인정사정 없는 리뷰 들어갑니다.

제목을 돌려다오
이 책의 제목은 a77ila님이 원래 생각했다던 '영어 해킹'이 적절합니다. 시종일관 영어를 해킹한다는 목적으로 쓴 책이므로 해킹이란 키워드를 빼면 각 챕터는 산산히 흩어집니다. OTL 이란 철지난 유행어를 쓰는 감각은 또 뭘까요. 독자는 2009년에 살고, 작가도 2008년을 호흡하려 애쓰는데, 편집인은 2006년쯤 사는듯 합니다.
제목의 진부성을 말함이 아니라, 독자-주목-유인-컨텐츠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온전히 뒤틀렸음을 지적합니다.

얄미운 톤
a77ila 님 블로그에서 목소리와는 아예 딴 판입니다. (어차피 '김현'도 실명은 아닐진대, 제가 편한 a77ila님이라 부르렵니다.) 책에서는 시종일관 시니컬하고 오만방자합니다. 저는 처음에 깜짝 놀라 블로그를 다시 봤을 정도입니다. 읽다보면 유머가 산재한데, 대부분 냉소입니다. 전 그 문체가 지극히 매력적이지만, 아무리 봐도 영어선생 톤은 아닙니다.
바로 이 부분도 '해커'로 포지셔닝할 때나 의미있는, 시니컬한 선각자의 지분거림입니다. 반대로 좌절한 영어부진자들에게 대놓고 댁댁거리기엔 '엄친아'스럽습니다. 독자와 작자사이의 뚜렷한 선긋기로 작용합니다.
난 잘난 사람이고, 너흰 안 그런 사람인데, 이렇게라도 해보지 않으렴? 해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야.

뼈와 살
이 책에서 영어비결을 찾는건 건초에서 바늘 찾는 작업입니다. 한 절반을 읽도록 언제쯤 비밀이 나오지 설레며 읽었습니다. 이 책은 영어 잘하는 상황별 비결 33가지 따위를 세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핵심 구조는 딱 한가지입니다. 전 뼈와 살로 봅니다.
  • 뼈= 영어에 필수적인 세가지 구문 구성 (책에선 내 머릿속 도청장치로 표현)
  • 살= 나머지 영어화 과정은 어떻게 살을 붙이는가의 훈련 ('밤비 내리는 영동교'에서 '영어가 한국어가 아닌 진짜 이유'로 제목 바뀐 부분과 그 주변)
책은 이 핵심 내용을 변주하며, 처음에서 끝을 향해 점증합니다.

누구를 위해 책을 썼는가
이 책의 타겟 독자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합니다. 작가는, 출판사는 누굴 상상할까 궁금합니다. 어쩌면 어설픈 동의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영어를 이래저래 시도해봐도 실력이 잘 안 늘어나는 영어 중급 레벨의 시간소요자'들을 대상으로 하자 합의했다든지요.
하지만 독자의 status quo에 대한 합의는 불충분합니다. 목적의식을 기반으로 한 독자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책은 파레토 공부자를 일관되게 세그먼트화합니다. 20% 노력으로 80% 효과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그게 누굴까요. 토플 시험볼 사람, 곧 유학갈 사람, 외국 직장 취업할 사람, 그도 아니면 미국인 애인 사귈사람?
a77ila님 책인지라, 온라인 서점의 프로모션도 보고, 교보문고에 실물 진열된 위치도 봤는데 영어 초심자를 위한 대중서로, 어정쩡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공부론
제가 보는 이책의 최고 미덕은 공부론입니다. 목적의식을 갖고 현명하게 공부하면 효과가 크다는 내용 말입니다. 그런면에서 a77ila님은 엄친아 맞습니다. 이런 OS를 갖고 있으므로 영어가 아닌 스와이힐리어를 공부해도 금방 잘하실 겁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부분도 이 부분입니다. 전 이 책을 저희 애들 독서 교육 교재로 사용할겁니다.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라. 영어는 건너뛰어도 좋다!


Disclaimer
  1. 리뷰는 리뷰다워야 합니다. 제 포스트 리뷰가 항상 그렇지만, 보편타당하지 않은 제 주관을 마음대로 적었습니다.
  2. 책 내용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 있으므로 이 포스트는 일반화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3. 또한 제 관점 역시 시간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래 시점에는 수정된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4. 이 포스트의 내용은 이 블로그의 현시성에만 유일하게 근거합니다. inuit.co.kr 이외에 게재된 이 내용의 복사본은 제 관점과 동등하지 않은 효과를 보유합니다. 따라서 전산, 실물의 복사본은 소송과 법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5. 하고 많은 리뷰중 이 포스트만 이렇게 복잡한 꼬리표를 다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a77ila님이 변호사이기 때문이라능.;;;; 좋은 말 못써서 지송합니다.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북, NC10을 사용해보니  (22) 2008.12.14
Toyota 무한성장의 비밀  (12) 2008.12.13
위기 관리: 지속가능 경영의 절대조건  (10) 2008.12.06
3일만에 읽는 뇌의 신비  (16) 2008.11.23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감정의 비밀  (16) 200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