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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르누와르 전

Inuit 2009. 8. 10. 00:10
시립 미술관에 다녀 왔습니다.

요즘 휴가철이라 사람이 좀 덜 할듯 해서 더운 날이지만 길을 나섰지요. 전에 클림트 보던 날처럼 사람 속에 묻히지는 않았는데, 점심 때 돌집 들렀다 갔더니 약간 붐볐습니다. 한시간만 빨랐어도 좀 더 쾌적했을지 모르겠네요.

르누아르는 그야 말로 인상파였습니다. 화가의 격정과 감정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한 눈에 보여줬지요. 하지만 빛의 표현 자체가 후학의 방법론이 되어 버렸으니, 지금 시절에 보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당시에는 꽤 논란이었겠지만 말이죠.

어찌보면 인상파는 사진학의 프론티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감각의 스냅샷을 인상으로 표현한 정황은 물론, 빛에 매우 민감해서 심상적 노출을 조절하여 오브제의 표현을 매우 다채롭게 가져갔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아웃포커싱으로 배경을 날려 인물을 살리는 기법이나 팬 포커싱으로 인물화와 풍경화를 한 폭에 담은 장면은, 목적의식에 경도된 중세 작품들의 고전적 엄숙주의와 단호한 획을 긋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파리 오르세와 오랑주리 미술관의 주요 작품을 두루 전시했다고 합니다. 우리 딸아이는 보고 싶었던 '이레느 깡 단베르 양의 초상화'나 '보트놀이에서의 점심'이 없어서 서운했다지요. 곁다리로, 인상파의 거장 끌로드 모네, 그리고 마네 조카딸의 초상화도 보다 보면 나옵니다.

모든 아름다움의 인상, 특히 여인의 아름다움에 탐닉했던 르누아르의 숨결을 가까이서 맛보는 기회라면, 큰 기대 없이 아이들과 나들이 삼아서 다녀 와도 좋을 전시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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