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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수수께끼

Inuit 2009. 8. 15. 13:18
의대생이 각지의 뇌과학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독특한 사유를 정리한다.
그리고 철학과 컨템포러리 문화를 접목해서 경쾌하고 발랄하게 전개해 나간다.

이 정도면 책의 컨셉치고는 꽤 괜찮지요. 서점에서 들척이며 직접 내용보고 고른 책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꽤 자주 실패하지만, 왠만해서 오프라인 선택을 실패한적은 없지요. 하지만, 이 책이 바로 그 대표적 실패작입니다.

Shannon Moffett

(원제) The three pound enigma: The human brain and the quest to unlock its mysteries

소재가 나쁘냐, 그렇지 않습니다.
  • 뇌수술실의 모습
  • 기억상실증
  • 의식의 작용
  • 수면의 생리학
  • 다중인격 또는 빙의
  • 신경윤리학
  • 초월현상
이런 내용들을 포괄합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냐 그렇지 않습니다. 내용에 대해 꽤 깊이 과학적 사실을 궁구하며, 이리 저리 철학과 문화를 크로스오버하면서 다양한 설명을 시도합니다. 최소한 꼼꼼하고, 게다가 열성으로 여기저기 쫓아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요. 글쎄,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너무 지루했습니다. 지나치게 수다스럽습니다. 나름 재미를 추구한다고 하는 곁가지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고, 줄거리에서 한참 멀리 벗어납니다. 읽으면서 제발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 달라고 소망하면서 읽었으니 말입니다.

어찌 보면 아는걸 다 써야 직성이 풀리는 성벽 때문일거고, 달리 보면 마이클 크라이턴 류의 소설을 많이 본 '겉멋'이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뇌 관련 책들은 개인적 흥미도 있고 해서 후딱 후딱 읽었는데, 이 책은 자그마치 8주를 끌었네요. -_-

사전을 읽어도 리뷰는 가능하다는 소신대로, 이 책 읽으면서 생각해 볼 거리는 물론 있었습니다.

  • 신경윤리학 (neuroehtics):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그에 따르는 윤리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관점은 가장 크게 배운 부분입니다. 예컨대, 뇌의 기질과 기능이 더 많이 파악될수록, 범죄 행위를 뇌의 특정구역 문제로 보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런걸 따져보는 학문이 필요합니다. 정신병자의 범죄행위가 병증으로 참작된다면, 내안의 다중자아가 저지른 일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인정할만한 시대가 온다면, 과연 어떻게 증명할까요.
  • 학습은 거대한 다운로드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현대로 갈수록, 지식이 다양해질수록 앞선 결과를 다운로드 받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그래서 우리가 학교 다니는 기간이 길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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