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책쓰기 작업한다고 주말마다 집에 들어 앉아 있었기에 어디 가고 싶어 좀이 쑤십니다. 그러나 비오는 토요일. 다행히 오전이 끝나갈 무렵 비가 잦아듭니다. 어딜갈까 생각합니다. 가평, 청평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산에 가자는 아내의 제의에 청계산으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가깝지만, 언제 가도 좋은 산입니다.

걷기 한 30분. 쉼터에서 온 식구가 뻗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교통사고로 운동 못한지 한달. 게다가 전 어제 밤 노닥거리다가 네 시간 정도 잔 상태라 극도의 저질체력입니다. 다들 지쳐서 정자에 누워 헉헉대는데, 누군가 부릅니다.
"애기 엄마.."
한 초로의 아주머님이 자긴 밥먹고 와서 배불러 음식이 남을거 같다며 한사코 음식을 건네 주십니다. 맛난 식빵에 사과, 포도, 요구르트까지. 정성껏 준비한 음식입니다. 식구는 음식을 좀 먹으면서 기운을 차렸고, 고마움을 다시 한번 전하려 아주머님을 찾으니 홀연 사라졌습니다. 딸아이는 우리 수호천사가 아니냐 합니다. 정말 무슨 보살을 만난 기분입니다.

힘 내서 다시 오르는 산길. 쪼끄만 다람쥐 한마리가 높은 나무을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걸음을 멈추고 그 재롱을 한참 봤습니다. 입을 오물거리는 모양이 TV에서 보던 그 모양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속은 애기인 딸이, 덩지는 엄마만합니다. 직접 우유먹이고 씻기고, 손에 공기처럼 갖고 놀던게 그리 오랜 일이 아닌데 언제 저리 컸나 싶습니다. 나이는 모르겠으나 세월이 설풋 느껴집니다. 젊어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도 건강히 나이들고 싶은 생각은 많이 듭니다.

오늘 오른 코스는 옥녀봉.
능선에 오르니 길도 평화롭고, 마음도 부풀어 오릅니다. 길가다 다리 팍팍하면 쉬고, 땀나면 땀식히고 가을의 산과 공기를 한껏 즐깁니다. 힘들지만 정상을 오른 성취감은 최고입니다.

아들은 내려 올 때까지 기분이 마냥 좋습니다. 마침 느지막히 올라오는 가족이 있었는데, 어린 여자 아이가 힘들어서 헉헉 대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아들, 오만하게 한마디 합니다.

"햐, 쟤는 뭐 그리 힘들어해. 나보다도 젊으면서!"

아, 그게 젊은거냐. 어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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