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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홀릭

Inuit 2009. 10. 31. 22:22
검색시대의 소비자는 헛똑똑일까요. 그냥 질러도 될 일, 항상 이리저리 정보 모으고 비교해야 직성이 풀리니 말입니다. 마케팅에서 이런 사람들을 '가치 추구자 (value chaser)'라고도 하는데 스스로 현명한 소비자임을 자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는 탐색비용(searching cost)도 엄연한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정보 자체를 탐닉하는 경향이 있지요. 심리학으로 보면 이리저리 정보를 모으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므로 탐색비용에 견줄만한 무형의 효익이 또 생기긴 합니다.

멀리 갈것 없이 제가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사기로 마음 먹었더랬습니다. 토양이님이 번역하신 '자전거로 멀리 가고 싶다' 읽고, 자전거를 주말 운동으로 삼기로 했지요. 그러나, 가즈노리 씨가 이야기 한 로드바이크가 제게는 안맞아서 어떤 자전거를 살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책을 집어 들었지요.

김준영

국내 대형 커뮤니티인 네이버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 운영진이 쓴 책입니다. 자전거의 구매, 라이딩 기술, 부품 업그레이드, 자출 노하우, 자가 정비 등 다섯 꼭지를 적었습니다.

결론은, 아쉬움이 많은 책입니다. 두루 다뤄 딱히 빠진건 없어 보이는데, 읽고 나서 아 이거다 하는 느낌도 없고, 다양성은 애매한 깊이에 쓸려 난삽한 느낌마저 듭니다. 리뷰 쓰면서 다시 보니, 겉장에 '자전거 백과사전'이라는 선전문구가 있는데 여기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습니다. 제가 필요한건 자전거 사기 위한 자전거 분류와 장단점 등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원했는데 목차에서 상상했던 내용에 못 미치는 겉핥기 내용만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나머지 부분도 괜히 밉상입니다.

게다가 제가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 기기병 걸린 사람들입니다. 주로 디카 동호인 중 그런 사람이 있는데, 저자 자체가 그런 시각을 갖고 있어서, 제겐 군더더기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안장은 xx 제품이 최고야' 이런거. 자전거도 못고르는 사람 앞에서 안장과 베어링의 마이크로 레벨 등급분류를 논하니 머리만 복잡해집니다.

굳이 좋았던 점을 따지면, 바이커들에겐 이미 유명한 이야기겠지만
한강의 하트코스를 알았다는 점. 약 70km 되는 그 코스를 상상하며 고난의 자전거 구매를 인내심 갖고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정도..

아무튼, 자전거 고른다고 책만 사보면서 자전거값 날릴 것도 아니고, 계속 헤메다가 눈내릴듯 하여 질렀습니다.

Infiza ZH-500

문제는.. 다른 온라인 점포보다 좀 싸다 싶더니 기어가 세팅이 안 되어 있다는 점.
건드릴수록 기어위치는 꼬여만 갔고..
내일 샵에 가봐야겠습니다. ㅠ.ㅜ

그래도 주말 라이딩이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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