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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리더 간의 갈등 관리

Inuit 2009. 12. 18. 21:12
당신, 남은 인생 동안 계속 설탕물(sugar water)만 팔고 살거요?
이 한마디로 스티브 잡스는 펩시콜라의 존 스컬리(John Sculley)를 영입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행복한 동화지만 이후는 비극의 반전입니다. 둘은 반목을 거듭하고 결국 스컬리의 손에 의해 잡스는 자신의 육화인 애플을 떠나게 됩니다. 이는 전략의 문제도, 시스템의 문제도 아닌, 단지 리더간 갈등이 전사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입니다.

Diana McLain Smith

(원제) Divide or conquer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매우 유니크한 책입니다. 일단 주류학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갈등의 문제를 리더간 갈등으로 좁혀서 기업 맥락으로 들였으니 재미난 주제입니다.

하지만 책은 내용이 그리 실하지 않습니다. 사람간의 갈등은 학술적으로는 그 난이도가 '권력' 급입니다. 복잡하고 인과관계가 모호하면서 전개양상이 심리적 수준의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니터 그룹의 컨설턴트 답게, 저자는 프레임워크의 건립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깊이가 부족한 탓인지 사례가 적은 탓인지, 아니면 문제의 본질이 그런 것인지, 구조적이긴하지만 다소 허무합니다. 마치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3단계를 보는 느낌입니다. 프레임에 따른 상황의 통제가능성은 고사하고 그대로 재연이나 될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명료하지 않습니다.

책의 주장은, 양자택일의 이슈를 관계중심으로 재조명하고 변화를 노려보라는게 핵심입니다. '대화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갈등 대화와도 유사합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함으로 치유의 힘을 얻는다는 건 동의할만합니다. 그러나, 갈등 당사자의 상호작용 패턴 분석으로 들어가면, 거의 프로이트 시대의 세계관을 차용합니다. 어려서 어떤 아버지 밑에 자라서 어떤 반응을 보인다는 식이지요. 놀랍게도 꽤 합리적인 서구의 지식인들이 프로이트에 매몰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매우 재미나면서 협소한 주제라, 꽤 많이 배울것을 기대했던 제 상상은 깨졌습니다. 특히 출판의 관점에서는, 컨설팅 사 특유의 난삽한 번역이 한 몫 한것도 틀림없습니다. 국부적으로는 말이 통하는데 책 전체는 무슨 모양인지 알아보기 힘든 공동작업적 특성 말이지요. 게다가, 도입부는 내내 스티브 잡스 이야기, 그리고 나머지 2/3는 지겨운 댄과 스투의 사례로 꽉 차 있어 매우 지루합니다.

하지만, 참신한 주제를 선정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했던 저자의 내공은 무시하지 못합니다. 전체 맥락이나 프레임워크는 허접해도 부분 부분의 문장들은 꽤 강합니다. 깊은 혜안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수십개입니다. 몇 개는 트위팅으로 갈무리해 놓았습니다.

우리는 조직내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관계속의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시각을 왜곡시키고 오히려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반대로 한발 떨어져서 상호작용의 패턴에 집중해야 한다. -D.M. Smith

If you have a good cooling system, you'll be reflective. If you have only hot system, you'll be reflexive. Relationship starts here.

What is believed to be a pure fact is often turned out to be an interpretation, with high level of abstraction.

그나마 이런 문장들 보는 재미로 지루함을 겨우 넘긴 책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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