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10년 전쟁 본문
눈 뜨면 격변해 있는 디지털 세상입니다. 기업의 전략 담당인 저 역시 고민이 많습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누워만 있어야 했기에, 거시적 관점을 보는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원래 미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능성 있는 미래를 다룰 뿐 불확실성의 통제는 어려운지라, 가뜩이나 변화가 빠르고 나비효과가 큰 IT 판의 미래학적 기술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읽어야 효과가 큽니다.
즉, 미래학자가 보는 주요 변화 동인과 변화 유발 환경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감하게 모니터링한다면,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빠른 적응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추론적 미래, 시나리오적 미래 자체를 놓고 심정적 애착이든 혐오를 보인다면 무당에게 삶의 터닝 포인트를 얻는 성공의 확률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책의 주된 포인트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링(business profiling)입니다. 즉, 범죄심리학자가 몇가지 단서로 범인의 마음을 읽어 행적을 추정하듯, 기업과 기업가의 마음을 읽어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책은 구글, 애플, 삼성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미래의 주된 변화상을 상상해 보고, 또한 같은 기법으로 각자 도메인에서 유사한 프로파일링과 미래 예측을 해보도록 가이드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꽤나 영리하고 적절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기업의 능동적 공세와 디지털 산업의 급변적 성격을 감안한다면 단순한 미래학 서적처럼 거시변수와 변화동인만 추적하는 수준에서 한발 나아가, 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기와 맥락에 대한 가중치를 높이는데서 미래 예측의 정밀도가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프로파일링 기법 자체는 아직 아카데미즘 수준에 머문다는 점은 짚어야겠습니다. 즉, 기업의 핵심 논리와 전략은 매우 정돈된 매너로, 의도를 반형하여, 신호와 잡음을 섞어 공론화합니다. 단순히 뉴스 클리핑과 어록 추적을 가지고 의도와 내부적 맥락을 추려내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물론, 실제 기업에서라면 이외의 다양한 루트를 동원하여 데이터를 보완할 수 있으니 큰 흠결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주니어 스탭이나 교조적 독자들이 곧이곧대로 시도하지는 않기 바라는 마음에 꼬리를 남겼습니다. 아마 저자도 이런 부분에서 미래 예측 컨설팅 사업을 염두에 두고 유치한 상태를 허용한 채 프로파일링 절차를 배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재미는 비즈니스 프로파일링의 개념이나 기법이라기 보다는 미래학자가 보는 IT 산업에 대한 독특한 통찰입니다. 예컨대, 페이스북을 서비스가 아니라 하나의 가상국가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하여, 미래의 비즈니스 전개양상을 현실국가와 가상국가의 충돌로 보는 관점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2010년 7월 5억의 인구를 가진 페이스북은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의 대국이고, 자체 통화(facebook credit)를 보유하며 30%의 세금도 징수하고 있지요. 또한 가상세계의 테러리스트 국가인 위키리크스는 이미 현실 국가에 몇차례 치명적 타격을 준 바 있습니다. 아직은 국가라기보다 씨족의 형태를 보이는 '나는 꼼수다' 역시 현실 국가에서 그 맹아를 자르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지요.
따지고 보면, 2010년 7월 5억의 인구를 가진 페이스북은 중국, 인도에 이은 세계 3위의 대국이고, 자체 통화(facebook credit)를 보유하며 30%의 세금도 징수하고 있지요. 또한 가상세계의 테러리스트 국가인 위키리크스는 이미 현실 국가에 몇차례 치명적 타격을 준 바 있습니다. 아직은 국가라기보다 씨족의 형태를 보이는 '나는 꼼수다' 역시 현실 국가에서 그 맹아를 자르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지요.
보다 실감나는 예언은, 10년 이내에 사라질 제품의 리스트입니다. 데스크탑 PC, 휴대전화, 태블릿 PC, TV, 검색엔진 등 지금 기술의 총아들이 망라됩니다. 반면, 유연한 디스플레이와 3D 등의 기술이 대종을 이루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너무 공상같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지금까지 계속 이뤄져 왔고 더 빨라진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마냥 코웃음 칠 일은 분명 아닙니다.
긴 지평을 놓고 경쾌하지만 진지한 필치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습니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