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본문
호불호가 갈리는 하라리입니다.
저는 긴 시간축에 인간을 올려 놓고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의 글을 좋아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생물학적 종 중 유일하게 진화적 성과를 거둔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그 기반하에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미래를 상상한 '호모 데우스'는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지만 꽤 기발한 상상이었지요. 호모 데우스를 읽으면 호모 사피엔스는 후작을 대비한 101 교재였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title) 21 lessons for the 21th century
21가지 '교훈'이라는 원제를 왜 전혀 다른 뉘앙스로 멋대로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과거와 미래를 다룬 이전 두 편의 사이 지점인, 인류의 현재를 다룹니다.
왜 트럼프는 당선되고, brexit은 가결되었을까요. 아무리봐도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의 이유는 뭘까요. 하라리는 기발한 착상을 합니다. 정보 혁명(IT)과 생명기술 혁명(bio)으로 인류의 일부는 초인간을 향해 나간다고 가정합니다. 미래 시점에 모두가 초인간, 호모데우스가 되지는 못합니다. 뒤쳐지고 진부해질 평범한 인간들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껴 본능적으로 일으킨 소리없는 폭동으로 읽는게 하라리의 해석입니다.
촘촘한 논증을 거칠게 요약하면, 과학자, 기업, 정부가 인간의 두뇌를 해킹하는 시대란거죠. 그렇다면 작금의 자유화는 대중을 제물로 소수 엘리트에게 힘을 건네는 매질이 됩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 대한 관점은 전작에서도 다뤘지만, 곱씹을수록 의미있는 지적입니다. 즉, 인간이 AI에 의해 1:1로 대체되고 소외되는게 아닙니다. 평범한 인간집단 대 AI grid의 대결이고 네트워크대 네트워크의 경쟁이라는 요지입니다. 자동차가 나왔을때, 마부 일부는 택시기사라도 되지만 말은 거리에서 퇴출되었듯, 어느 종류의 인간은 생산 측면에서는 아예 쓸모가 적어지고, 그 비중은 절대 다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지요.
꽤 아픈 비유가, 의사와 간호사 중 AI에 대체되기 쉬운건 의사란 점입니다. 과학적 전문성이라 패턴화하기 쉬울 뿐더러, 아직 고비용이라 기술혁신의 과실이 달콤하기 때문이란 점은 섬찟합니다.
AI라니 그래도 먼 미래라 생각되나요?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온전한 완결성의 시점이 아닙니다. 인간보다 조금이라도 낫기만 하면 그 시점부터 대체는 시작됩니다. 특이점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고요.
그래서 하라리는 미래 헤게모니의 핵심을 데이터로 간주합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늘 핵심자원을 가지고 투쟁을 했습니다. 중세까지는 토지였고, 현대는 생산수단이었다면, 근미래는 데이터에 대한 투쟁입니다. 미국이 화웨이를 때려잡는 뉴스가 나오는 요즘, 이 말이 순수한 상상만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하라리가 제안하는 미래 교육은 서늘하게 와닿습니다.
- Critical thinking
- Communication
- Collaboration
- Creativity
의 4C입니다. 여기에 저는 실행력(Carry out) 하나를 더해 5C가 우리 아이들을 버티게 해줄 유일한 교육이란 생각을 합니다. 진리를 교조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동료인간과 연대하여 사피엔스 종의 힘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개체.
책의 후반부도 재미를 이어갑니다. AI와 결탁하는 초인간이 지배할 근미래를 걱정할 여유조차 없이 종교와 세속주의, 테러리즘과 전쟁 등 자기파괴적 구조속에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현시대 인류입니다. 이 각각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합니다.
개별적 깨달음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깨달음이 공명해야 그나마 좋은 세상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겠지요. 하라리 류의 긴 시간 지평으로보면 인간이 꼭 생존하고 번성하는게 맞느냐는 허무주의적 자성도 생깁니다만.
Inuit Points ★★★★★
전작들에 비하면 지향점이 불분명한 나열식 이야기인 이번 책입니다만, 읽는 내내 즐거웠기에 별 다섯 줍니다. 서구 아카데미즘의 합리적 인간’은 상류층 백인 남성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에서 볼 수 있듯 신랄한 비판은 읽는 내내 재미납니다. 라이온 킹과 바가바드 기타의 구조적 유사성을 비롯해 세상 종교적 교의들과 고정관념에 대한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 놓는 탁월한 이야기꾼 하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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