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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Inuit 2021. 3. 27. 07:07

저는 공학을 전공했고, 항공우주 관련한 기업에서 헬기와 전투기 설계를 담당했었습니다. 이후에, 다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그뒤론 경영을 했습니다. 전략,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이 주된 분야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제일 막막한 상황은 첫번째 회사, 잘나가는 공학기술 기업을 관두고, 전공분야도 떠나서 경영쪽으로 새로이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년배 기준으로 문과나 경영학과를 나와 바닥에 뛰어든 경우와 비교하자면 거의 10 차이가 나니 걱정이 없을 수 없지요.

"이제 다시 시작한다고? 따라잡을 있을까."

Range

(부제)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

 

매우 영롱한 내용의 책입니다. 성공의 비결은 레인지(range) 있다고 말합니다. 레인지는 폭넓은 경험과 관심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엡스타인은 방대한 연구결과와 레인지가 넓은 분야별 사례를 꼼꼼히 짚어가며, 우리가 갖고 있는 거대한 미신과 환상을 깨뜨립니다.

 

예를 들어 조기교육의 효과를 보죠.

최대한 어릴 때부터 능력을 개발하는게 도움이 된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은 상식처럼 통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부모의 공포와 피상적 주관에 명분만 주었지요. 만시간 법칙의 오용에 대해, 원조 연구자 에릭센까지 나서서 글래드웰의 해석은 틀렸다 강변해도 믿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글래드웰이 우릴 세뇌해서라기 보다, 우리가 믿고 싶은 사실을 적었기 때문일겁니다.

 

엡스타인의 레인지 관점 조기교육은 반직관적이지만 명쾌하고 귀기울일만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기교육이 효과를 보는 사례인 체스나 골프는 상징적이고 직관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오히려 예외에 가깝습니다. 교육환경은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친절한(kind) 환경 사악한(wicked) 환경입니다. 친절한 교육 환경은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반복가능하며,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있는 경우입니다. 체스나 골프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우리의 삶은 사악한 교육환경입니다. 인과관계도 명확치 않을 뿐더러, 피드백이 타임 느려서 무엇이 좋은 행동이고 나쁜 행동인지 명쾌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사악한 환경에서 조기교육을 시키는 경우 잘못된 습관을 들이기만 좋지요. 다시 말해 잘못된 습관을 일찍 교정해서 좋은 사례는 스포츠나 단순성이 강조된 게임에서 그친다는 점이죠. 이건 모부신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조기교육과 관련해 가장 반직관적인 사실은 정상급 인재가 단박에 재능을 찾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성공을 거둔 영재 과학자, 천재 연주자, 정상급 운동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샘플링 기간을 충분히 거쳤습니다. 뭐가 적성에 맞는지 이것저것 목적없이 놀아보던 끝에 가장 적합한 분야를 찾고, 거기 몰입하여 성취를 이뤘다고 합니다. 예컨대 연주자의 경우 세번째로 배운 악기가 지금의 악기인 확률이 가장 높다지요.

 

직업과 관련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국 내에서도 학제가 다른 영국이 의도치 않게 좋은 실험이 되었습니다. 전공을 빨리 선택하는 잉글랜드 및 웨일즈 출신이, 학제상 상대적으로 나중에 정하는 스코틀랜드 졸업생보다 빨리 전직을 한다는 매우 일관된 결과가 있습니다. 저자의 비유처럼, 16세에 만난 사랑과 결혼을 해버리는 상황과 견줄만하다는 겁니다.

 

결국, 성공은 인생 어느 시기든 다양한 호기심으로 레인지 넓은 시도 끝에 최상의 적합도를 찾는데서 온다는 게 결론입니다. 최소한 1만시간 법칙만을 신봉한다면, 당신의 아이는 행복하지도 않을뿐더러 성공가능성 마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Inuit Points 

책을 읽다가 깨달았습니다. 성공은 아닐지라도 제가 지금의 성취를 이룬 이유에 대한 힌트말입니다. 여러 분야를 했음에도 성공한게 아니라, 여러 분야를 거쳤기 때문이란 점이지요.

 

그런면에서 책의  제목은 매우 불만족입니다. 레인지(range)라는 제목이 한국 독자에게 불친절할 뿐더러, 매력적이지 않을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릿(grit) 나왔는데 뭐가 무서웠을까요. 그래도 책을 '늦깎이' 포커스 맞춘 건 편집자의 최대 실수 같습니다. 타겟 고객군이 어딘지 대략 짐작은 갑니다만 아쉽습니다. 왜냐면 핵심 주장이 '늦어도 괜찮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호기심과 시도가 없다면 늦을수록 불리한건 그대로입니다. 책의 지혜는 어릴수록 적용의 혜택이 큽니다. 되려 늦어도 괜찮아보단 '바꿔도 괜찮아'에 가깝죠.

 

책은 매우 배울점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깨달음과 팁도 많이 얻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섯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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