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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Inuit 2023. 10. 14. 08:00

1️⃣ 한줄 

사람들은 옳은 소리라고 듣지 않아. 좋아하는 사람 듣지

 

Inuit Points ★★★★☆

갈라치기하는 미디어와 인플루언서가 장악한 현대사회의 병폐는 대화없이 갈기갈기 찢어져만 가는 의견들이죠. 참담하고 답답한 마음에 읽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답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희망은 봅니다. 말이 통하는 상대와 대화하는 법이 많이 퍼진다면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요. 입장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법이란 주제를 실용적, 뇌과학적, 진화심리적으로 들여다본 책입니다. 문장도 흥미롭게 구성되어 읽히는 것도 강점입니다.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사회운동이라고 보일만한 대의명분에 직간접적으로 복무하는 분들
  • 진보진영 (제발!)
  • 애인과 말하고나면 항상 속상한

 

🎢 Stories Related 

  • 한글 제목은 약간 넘습니다.
  • 원제는 How minds change입니다. 어떻게 마음이 바뀌냐죠.
  • 한글 제목은 아주 공세적입니다. 이유는 알죠.. 그느므 므케팅...
  • 그래도 완전 사기는 아닌게, 마음 바꾸는 법에 대해 이야기도 살짝 나오긴 합니다.
  • 아이러니컬하게도 제목이 헛된 기대를 심었기에 별점 테러 심합니다.
  • 평이 하도 좋아 읽지 말까 하다 돈버릴 치고 읽었는데, 좋았습니다.

 

How minds change: The surprising science of belief, opinion, and persuasion

David McRaney, 2022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의 내용을 추리면 두가지 흐름입니다.

하나는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추적하고, 다른 하나는 실제 기법을 현실에서 적용하고 있는 액팅 그룹의 이야기를 합니다.

 

뇌의 입장에서 마음이 바뀌는지,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내용은 깨달음을 언어로 적은겁니다.)

큰 틀에선 뇌의 목적에 봉사합니다. 즉 원시 인류의 뇌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빙하시대 말기를 보죠. 간빙기와 빙하기가 오고가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생물학적으로 적응성이 좋아도 생존이 어렵습니다. 반면 유전적 진화이외에 별도로 현생에서 진화에 버금가는 적응을 할 수 있는 개체는 살아남기에 유리합니다.

, 인류는 하드웨어 이외에 뇌라는 펌웨어에 집중투자된 몸을 가져 한가지 우위를 달성합니다. 여기까진 호모 에렉투스도 유사하죠. 하지만 사피엔스부터는 언어라는 또다른 무기를 장착하죠.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진화학이 밝혀낸 이야기입니다. 맥레이니가 빛을 발하는건 얹어 내는 이야기들입니다.

 

크게는 학습과 주장입니다.

학습은 피아제까지 데려옵니다. 동화(assimilation) 조절(accommodation) 설명하는데, 에너지 최적화된 학습과 관련 있습니다. , 어떤 생경한 지식을 보면, 기존 알고 있는 지식에 어떻게든 맞춰서 해석하는 동화의 과정을 거치고, 차이가 너무 커서 기존 체계까지 흔들거리면 조절이라는 새로운 지식으로 학습을 한다는 거죠. 섣부른 대화는 동화작용을 부추겨 기존의 신념만 강화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주장(argument) 매우 독특한 관점이었는데요. 집단적으로 학습하는 원시 인류를 다시 상상해보면, 모두가 모든 답을 정성껏 추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 자기 경험과 지식, 에너지에 맞게 추론하고 서로 견주어 나은 추론을 택하면 집단은 성공적으로 생존확률이 높아집니다. 가설이 맞다면, 인간의 인지적 불완전성과 준거집단이 추론에 강력한 지배력을 보이는것이 설명 됩니다.

 

개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치관은 신념과 태도로 형성되는데, 태도는 집단에서 학습하게 마련이고, 신념 또한 외집단 학습 비중이 커지기 전까진 소속 집단의 가치관이 씨앗 역할을 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마음이 바뀐다는 것은 가치관에 호소해야한다는 , 하지만 가치관은 준거집단을 이해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 그리고 개인적 동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적용하는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책엔 캔버싱, 길거리 인식론, 스마트 폴리틱스의 사례가 나옵니다. 캔버싱은 가가호호 다니면서 ( 소수자 같은) 관점에 대해 여론조사와 토론을 거쳐 찬반의 마음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길거리 인식론은, 유튜버 같은 사람인데(디스코드가 본진) 길에서 한명을 인터뷰합니다. 그의 종교 같은 어떤 신념을 하나 택해서 그런 믿음을 가졌는지 대화를 나눕니다. 대개 자신이 근거 미약한 믿음을 가진것을 스스로 깨닫곤 합니다. 스마트 폴리틱스 역시 동기기반 인터뷰(motivational interviewing)기법을 통해 정치적 태도에 간여합니다.

 

재미난건 사례는 각자 개발된 것인데, 저자가 책을 쓰는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되고, 심층 구조가 매우 같아 놀라웠다는 점입니다. UI 다르지만 알고리듬은 같다는 거고, 그게 앞서 저자가 말한 진화심리학적 이유입니다.

 

결론입니다. 결국 책에 남의 마음 바꾸는 비법 이야기는 사실 없습니다. 아니 제목은 저자의 의도를 기만합니다. 왜냐면 저자는 남의 마음을 바꿔야 하는지부터 살피라고 하니까요. 그보다는 마음이 다른 사람끼리 대화하는 ,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배우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저자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사람들 만난 이야기 자체가 재미난 지적 여행기입니다. 핵심은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이 신념을 만드는 구조를 이해하면 대화의 가능성은 무궁하단 점입니다. 이게 가능해지면 잘못된 정보는 세균처럼 씻기만 하면 사회는 건전해진다는 저자의 주장을 수긍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의 사회 변화 이야기가 사실 제겐 중요한 목적이었는데 각자 순응 역치(conformity threshold) 있다는 , 네트워크가 임계상태만 되면 원자폭탄 없이도 산사태는 가능하다는 정도로 상당히 얕은 진술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혹여라도 저자가 부분을 깊이 파서 다음 책을 낸다면 얼마나 재미날까 생각했습니다.

 

글맛도 좋아요. 갑자기 꼴보수 동네의 게이 삼촌이야기를 하며 시작한 글은 최근 서문중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에피소드 자체로 재미나면서도 뒤이을 글들이 설레도록 기대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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