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극에 달하다 본문
1️⃣ 한줄 평
뭐지 이 뽕짝같은 내 마음이란. 진부한데 자꾸 마음이 가.
♓ Inuit Points ★★★★☆
누구든 사랑 한번 해 봤을 만큼 본원적이지만, 사랑들의 결과 질, 부피, 그에 따른 명명과 상상은 살짝 다를 수도 있습니다. 출간된 1996년 무렵의 사랑을 적은 시들에 이상하게 아릿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SNL 에서 90년대 서울 사투리 쓰는 X세대를 보는 그 아련함처럼요. 별 넷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시 버전 X세대 90년대 사투리를 듣고 싶은 분
- 추상적 시들에 질리신 분
🎢 Stories Related
- 시집에 별 넷 주기 쉽지 않은데 별넷 주었습니다.
- 찾아보니 김소연 시인의 전작 '수학자의 아침'도 별 넷 주었네요.
- 시집도 아니고 산문집도 아닌 저자의 다른 작품, '한글자 사전'도 재미납니다.
김소연, 1996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학살의 일부 7
나의 전생을 즙으로 짜 쭈욱 들이켜고 있는 남자
그런 남자가 있습니다
나의 체모를 모아 비를 만들어 마당 쓸고
나의 살가죽 벗겨 제방의 걸레질 연신 해대는
아주 깔끔한 남자가 있습니다.
..
그 남자
정갈한 방에서 담배 피우며 시집을 읽을 때
나는 부엌에서 살의를 양념으로 밑반찬 만듭니다
학살의 일부 1
내가 얼마나 고독했었는가를 쉽게 잊는것은
학살의 일부이다
병들어 행복합니까
일파만파지요 당신의 다녀감은
다녀가지 않음은 만파억파입니다만
..
나의 꿈이 너가 될까봐
전전긍긍하시길
학살의 일부 11
삶이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돌아 앉아 추억에게 먹이를 준다
혁명, 개인적인
한 남자가 잠깐 동안 임대한 세계가 나라는 사실에
만족하기 위해 많은 세월을 썼지만
헛수고임을, 나 여기 묘비에 적듯 적어두노라 가거라
멀리 가거라 머뭇거리지 마라
뒤도 돌아보지 마라
..
오늘도 빗물 튕기며 지나가는 차소리에도
마음이 울었고
내일도 그러하리라
'극에 달하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보려 몇 대목 옮겨적었습니다.
김소연이란 타임머신을 타고 본 예전 사랑은 더 미련하고, 더 설레고, 더 화내고, 더 저주하고, 더 부서지는 느낌입니다. 어째 찐득거리는 느낌도 나지만, 사랑할때 제대로 엎어지는 그 마음이 인상 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예전 사랑은 깊고 아팠던 것 같습니다. 치기 어림과 낭만이 뒤죽박죽 섞여있습니다.
요즘 시대의 사랑은 그보단 가볍고 쿨한 것 같지만 실상은 제 주관적 느낌일 뿐 딱히 다르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랑은 보편적 감정이니까요.
어쨌든, 지금을 살며 이전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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