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노마드 투자자 서한 본문
1️⃣ 한줄 평
내가 이 책을 35세 이전에 읽었다면, 내 직업은 바뀌어 있었을거다
♓ Inuit Points ★★★★★
건조하게 설명하면, 전설적 투자 펀드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포트폴리오의 선정이라는 관점으로 장기투자의 씨앗 고르는 법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간적으로는 투자자의 인내심과 세상 모든 지식을 펀드 매니저로서 받아들이는 방식을 배울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의문에 세상이 답하지 못하고 불화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답을 얻은 점에 별 다섯 꽉 채워줍니다. (주의: 별점에 속지 마세요. 투자나 경제학적 설명이 기술적입니다. 주제나 지식면에서 연관없는 분에겐 세상 가장 따분한 글이란 점을 미리 알려드려요.)
❤️ To whom it matters
- 주식시장의 유통주식 거래가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분
- 가치투자의 진화된 모습이 궁금한 분
- 잇쇼켄메이(一所懸命) 스타일의 삶이 아름답다 느끼는 분
🎢 Stories Related
- 책은 노마드 투자클럽에서 조합원들에게 보낸 연간 서한의 모음집입니다.
- 펀드가 출범한 2001년부터 청산한 2013년까지 반기말과 연말, 두 번씩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 노마드 펀드는 13년간 누적수익률이 열 배 넘는 경이적 성과를 보였습니다.
The full collection of Nomad Investment Partnership letters to partners
Nick Sleep, Qaiz Zakaria, 2021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노마드 투자조합에 대해 예전에 언뜻 들은 적 있습니다. 아마존 초기에 투자해서 큰 돈 번 몇몇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지요. 그냥 초기에 운 좋아 잘 찍은 사람들 정도라 막연히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완전 오산이란걸 책 읽고 알았습니다.
우선 투자자 서한집이라는, 1년에 딱 두번 * 10년 넘게 발행한 문서들이 갖는 숨은 힘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을 줌아웃 할때만 보이는, 성장과 변천 과정이라는 창발적 정보입니다.
초기 노마드는 가치 투자를 표방합니다. $1 회사를 $0.5에 사는걸 목표합니다. 슬립과 자카리아, 두 GP가 영민한 이들이라 밸류에이션을 잘 산정하여 초기부터 성과가 좋습니다. 이때까진 버핏의 2중대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몇 가지 깨달음을 얻습니다. 포트폴리오였던 유타빅스 강제매도 때 즈음 같아요. 좋은 주식 잘 골라서 들고 있는데, PE가 매수 들어옵니다. PE딜이라면 저가 매력이라는 뜻이므로 노마드는 매도 거절을 하지만, 투표권이 약해 강제 매도 당합니다. 물론 수익은 꽤 났지요. 하지만 좋은 주식 잘 고르는 걸론 안된다는걸 느낍니다.
그래서 경영진과 이야기할 수 있고 조합의 이야기가 먹힐만한 지분 보유를 목표합니다. 10%이상이죠. 그리고, 주식의 장기수익률은 18개월 이상 보유할 때 나온다는 점을 직시합니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으로 투자적합한 회사를 재정의합니다.
창업자가 주도 && 자본재배치
추후엔 '고객과의 관계에서 의미있는 차이를 만드는' 기업을 추가하되 딱 이 범위로만 좁혀서 살핍니다.
그래서 슬립과 자카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인 '규모의 경제 공유(scale economy shared)' 위주로 모읍니다. 코스코나 아마존이 대표적이죠. 규모의 경제 효과를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단단하게 간다는 논리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이들은 아마존을 초기에 운 좋아서 주운게 아니라, 코스코의 성공사례를 학습했고 변주하고 확장해서 능동적으로 찾은겁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테스트해서 건전성을 확인합니다. 그러다 기회 있을때 더 사죠. 심지어 그런 말도 서한에 써있어요.
어떤 주식을 장기보유한다는게 한 번만 일하고 몇 년 편히 쉰다고 생각하시죠. 아닙니다. 장기보유한다는건 매일 팔지 않을 결정을 이어가는겁니다. 본능과도 싸워야하고 선입견과 싸워야하는 어려운 작업이죠.
결국 그들 펀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마존은 슬립과 자카리아의 혜안과 노고에 대한 행운적 보상일 뿐이죠. 아마존이 아니었어도 유사한 상승률을 들고 있었을거라 전 생각해요.
서한집이라서 재미난건, 이들이 세월을 지나면서 성품이 그윽해진다는 느낌입니다. 초기엔 똘똘한 펀드매니저 느낌이었다면 후기엔 성찰이 깊어진 제다이 같아요. 마케팅과 펀드 규모 확대에 들이는 시간을 1% 이하로 제한하고 신규출자자도 모집하지 않습니다. 돈에 휘둘리지 않게 자발적으로 운용보수를 깎고, 성공보수도 적립했다가 성과 안나는 해에는 반납하지요.
결국 노마드의 철학과는 반대로, 자본시장의 통념에 복무하는 규제가 생긴 이후 새로운 규칙에 맞춰 펀드매니저로 투자하는건 즐겁지 않다며 펀드를 접습니다. 규모를 버리고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싶은곳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삶과 의미에 충실하기를 택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특유의 영국식 유머에 녹여 적어냅니다. 썰렁하고 자기 비하적이면서도 문득문득 영민함이 빛나죠. 세상 재미없는 투자 실적 보고서를 문학과 교과서의 중간지점처럼 쓰다니요. 이건 글솜씨나 재능 덕이 아니라 절제와 열정일겁니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 의미를 좀 적어둡니다.
전 엔젤투자자이지만 출신이 경영이니 사고방식도 뼛속까지 사업가, 경영자입니다. 그래서 유통주식이라 불리우는 상장 이후 주식에 대해 별 의미를 못느끼고 있습니다. 축구경기와 상관없는 토토 같이 느껴져서요. 경기 결과를 맞춰 큰돈 버는 사람들이 특출난 재능이 있는건 맞습니다. 경기 분석도 열심히 해야하고, 베팅과 회수에도 절제심이 있어야하며 미묘한 신호와 흐름에도 촉을 날카롭게 유지해야하죠.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경기장 안에서 뒹굴며 살아온 제겐, 경기의 결과에 덧댄 장외의 승부 맞추기는 의미를 못 느낍니다. 반면, 엔젤같은 초기 투자는 같이 시합 준비도 하고 물도 떠다 주고 거들게 많으니 적성에 맞습니다.
그래서 슬립과 자카리아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들은 경영자의 피가 들어간 투자자입니다. 태생이 그렇진 않아도 세월을 지나면서 내면의 색깔이 강해진듯 해요. 그래서 회사의 비용에 대한 관점도 자본시장이나 회계관점이 아니라 경영자 관점으로 봐요. 같은 마케팅 예산도 무의미한 비용이 되는 행위와 자산이 되는걸 구분해서 봅니다. 또한 불황에 자본지출을 늘려 수익성을 더 해치는 경영자를 높게 봅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회사에 옳은 방향이니까요. 저자는 은근히 전문경영인과 액티브펀드매니저를 대리인간의 결탁이라고 깔 정도죠. 마지막 서한에서 자기들의 성공은 오로지 창업자라는 파도에 잘 올라탄 운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경영자라면 이런 FI는 정말 고맙고 힘이 될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관점은 제게 신선한 통찰이자 자극이었습니다. 창업자와 정렬된 투자자도 있을 수 있다는 블랙스완을 본것도 좋지만 제가 투자할 때도 자본세상의 중력에서 훨씬 자유로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한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