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인구위기 본문
1️⃣ 한줄 평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스웨덴의 설계도 느낌
♓ Inuit Points ★★★☆☆
우리나라 인구 문제에 관해 공부하다 보면 결국 선배의 경험을 구하게 됩니다. 일본이 인구위기의 터울 작은 선배라면, 북유럽은 까마득한 대선배죠. 스웨덴의 석학이 쓴 글이라 듣고 읽었는데, 제 생각보다 시차가 훨씬더 큽니다. 그래서 인구위기보다는 다른 텍스트로 읽혀요. 세상 공부하는 방법, 이론 정립하는 방법, 말하는 용기 같은거요. 인구정책 이외의 배움과 깨달음이 컸던 책입니다. 별 셋 줍니다.
❤️ To whom it matters
- 가족이나 교육의 의미를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고 싶은 분
- 사회과학의 좋은 예를 보고 싶은 분
- 100년전 사상계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분
🎢 Stories Related
- 저자인 알바와 군나르는 부부입니다.
- 부부가 다 노벨상을 탔습니다.
- 이태껏 부부가 노벨상을 탄 경우는 다섯쌍인데 대개 공동연구고, 다른 주제로 노벨상을 각자 탄건 이 부부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 아내는 82년 노벨 평화상, 남편 군나르는 7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Kris i befolkningsfragan
Alva Mydral, Gunnar Myrdal, 1934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국내 학자들의 저서에 간간히 언급되길래 읽었습니다. 자그마치 90년 전 책인지는 표지 들춰보기 전까진 생각도 못 했습니다. 막연히 70년대쯤 책이라 생각했었죠. 처음엔 이 책을 읽어야하나 고민했습니다. 한세기 전 이야기라면 기반과 저변이 너무 달라 동떨어질테니까요.
실제로, 인구 문제의 해법에 대한 통찰을 얻는 기대는 접는게 낫습니다. 그보단 격변의 시대, 학문의 맹아기 때 사상가의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일단, 저 시절 스웨덴은 우리가 아는 그 스웨덴이 아닙니다.
나라는 가난하고 위험하여 미국으로 수십만이 빠져나가고, 열패감에 휩싸인 빈곤한 스웨덴입니다. 지금의 북유럽과 다르게, 사회는 가부장적이고, 성(性)에 엄격하고, '정상가족' 제도에 강박적 태도를 취하던 시점입니다. 노동권은 고사하고 인권조차 겨우 태동하는 상황, 무지렁에 경제적 수단도 없는 농부와 도시빈민이 대종을 이루지만, 소수 엘리트가 독단합니다. 학문적 논지와 결론은 귀족과 부르주아 시각으로 정리되지요.
여기서 알바와 군나르의 '학문적 영민함과 용기'가 빛을 발합니다.
영국과 유럽의 '최신 학문'적 조류를 익힌 채, 방대한 스웨덴 데이터를 뒤집니다. 독립적 시각으로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견하며, 정책을 주장합니다.
골자는 청년실업 해소, 아동 영양 공급, 주거위생 확보와 여성해방 등 이야기인데,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땐 머리털 쭈뼛서게 급진적이고, 세상 망쪼들게 하는 위험한 주장이지만, 데이터와 통찰을 조합해 따박따박 이야기합니다.
인상적인 건 이거죠. 100년전인데도 뮈르달 들은 말합니다.
스웨덴의 인구는 망했다.
인구감소는 정해진 미래다.
받아 들이고 다음을 준비하자.
결국 이들의 제언은 정책에 녹아들며 지금의 복지국가, 강국 스웨덴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실로 대단하죠.
오래전 논의인데도 제 눈길을 끈 건 두가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가족과 교육인데요.
우선 교육에 대한 명쾌한 정의에 저는 공감했습니다. 저자는 말하죠.
학교는 적절한 시민을 길러내는 사회 적응 기관이다. 도덕이라는 사회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최적 모델을 고민해 그에 맞는 인간상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어야한다. 스웨덴의 경우, 개방성과 근면이다. (우리 스웨덴 사람은 너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도 아쉬운 점이 이건데 말이죠.
둘째, 가족에 관한 내용도 감명 깊습니다.
산업화는 가족의 해체를 조장할 것이다. 이전의 가족은 생산단위이자 소비단위였지만 산업시대엔 생산이 외부화되니 가족은 소비단위로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은 외부의 생산활동을 위해 이동성을 전제한다. 따라서 가족을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가족은 '주어진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서 어느정도 행복하게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조직의 한 형태'다. 이제는 동반자적 관계로 생각을 재고해야한다.
어느 정도, 행복, 공존, 사회조직의 한 형태.
와.. 더 포괄적인 사회적 관계의 틀을 고민하던 제겐 갈증을 풀어주는 듯한 정의였습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놓을 용기 (0) | 2023.12.09 |
---|---|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0) | 2023.12.01 |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0) | 2023.11.18 |
업스트림 (0) | 2023.11.11 |
어른의 문답법 (0) | 2023.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