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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cana trip (2): 두번째 화살은 맞지 않기

Inuit 2025. 7. 25. 12:00

이탈리아는 좋아하지만 이탈리아 시스템은 싫어합니다.

 

예전, 가족 여행 황당한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대중교통이 파업해 점찍었던 여행 지점을 포기하고 종일 걸어 다녔다든지, 당연한 기차표 환불을 안해 줄만 두어시간 서고, 날리고 마음까지 상했다든지, 로마 패스 사는 곳을 물어보면 열이면 열명이 모르면서 아는 알려줘 한시간 반을 떼르미니 돌아다니며 시간 낭비했다든지 등등이죠.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질과, 엉성한 시스템 덕에 이탈리아 여행의 기억은, 아름다운 풍광 진땀나는 경험입니다. 이탈리아 재방문 생각도 없었죠. 그러나 이번 여행은 한달 살기 하는 형님 누나네 방문하는 목적이라 목적지는 토스카나 산골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피렌체로 들어가 1 , 볼로냐 가서 1, 다시 피렌체로 돌아온 지미냐노로 이동하는 여정입니다.

간단한 여정도 쉽지 않습니다.

 

걷기보다 느린 트램

볼로냐 이동하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이동하는 아침입니다. 걸어도 25분인 짧은 거리지만, 짐이 있어 트램을 탔습니다. 점점 느리게 가더니 아예 중간에서서 가지 않습니다. 무슨 고장인지 차장 아저씨가 뒤로 가서 막대기 가져다 어찌저찌 조치를 해서 트램이 다시 움직입니다. 걷는 것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다행히 기차시간은 여유가 있습니다.

 

기차는 캔슬되고

역에 도착해서 커피한잔 후딱 마시고 기차 시간에 여유있게 대합실로 갔습니다.

Cancelled. Cancellato

취소된 9416 편

지연도 아니고 기차 취소라니?

예전 여행의 트라우마가 돋으며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펼쳐질 일이 훤히 보이니까요.

어쩌지?

문제의 15번 창구

일단 창구로 갔는데 이미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차편 아니라 여러 차편이 취소됐습니다. 무정하게 창구는 달랑 두개 열려 있고, 창구는 명의 인도인이 30분은 잡고 있습니다. 나머지 창구 하나도 직원끼리 수다 떨고, 손님하고 수다 떨고, 매우 매우 느립니다. 한국인은 현기증납니다. 처리 속도로 대기 순위를 대충 계산해보니 서너시간 걸려도 창구에 도착할지 말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처럼 오래 줄서고도 결국 환불 못한다고 막무가내 창구직원을 만나면 어찌하나 걱정이 됩니다.

 

고민해봤자 이왕 벌어진 , 대충 줄서서 기다리다 너무 오래 걸리면 버스 타고 가야겠다 편하게 마음 먹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동하는게 중요하니, 기차표 값에는 연연하지 않기로습니다.

 

몇분 지나자, 돌연 희망의 빛이 보입니다. 창구가 하나 열리고, 인도인이 일을 마쳤습니다. 창구 세개가 돌아가니 속도가 제법 빨라집니다. 한시간 정도를 기다리니 차례가 왔습니다. 기적 같은건, 다음 차편이 지금부터 한시간 뒤에 있고 그걸로 대체해 주겠다는 겁니다. 기차만 있다면 입석이라도, 늦은 시각 차라도 무조건 콜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상당히 기뻤습니다.

고속철이 막힐 줄은

간신히 볼로냐는 갔지만, 다음날 피렌체로 돌아갈 있을지 우려가 되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전날은 베네치아 기차 파업이 있어 베네치아가 최종 목적지인 기차가 사라졌고, 많은 관광객이 낭패를 봤더군요. 오는 날은 파업이 없어 정상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나 쉽게 갈리 없죠.

앞차가 막혀 늦는다고 공지한 기차가 하염없이 있습니다. 고속철이 막힌다는건 상상이 안갑니다. 결국 40 거리를 80 걸려 피렌체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는 어디에

전날 알아본 , 피렌체에서 포지본시행 버스로 갈아타는데 1시간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차가 40 늦은 바람에 버스터미널로 허겁지겁 갔습니다. 표가 없으면 낭패인데 다행히 표는 구했습니다.

버스는 제시각에 오지 않고, 플랫폼 안내가 아무데도 없어 승객들 모두가 고생했지만, 틀에선 매끄럽게 탑승했고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길 떠나서야 보이는게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 처럼 시스템이 딱딱 돌아가지 않는 유럽을 여행할 때는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생깁니다. 여행비용은 숙박비, 교통비, 식비에 더해 불확실성 비용이 추가됩니다. 그 말은, 집떠나서 먹고 자고 이동하는데 추가의 비용이 없을거라 생각하는 자체가 무리란거죠. 불확실성 비용을 미리 마음에 예비해두면 아니지만, 비용을 없다고 가정하니 동전 몇닢이 추가로 나가도 화나게 됩니다. 시간이 추가로 들어도 그렇고요.

 

체감 , 유럽에서 불운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1/6 주사위 확률이라 이탈리아는 반반 동전 확률입니다.

알고 갔기에, 이번 여행은 마음 수련 하는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붓다가 말했다죠.

같은 화살 두번 맞지 말라.

첫째 화살 맞는 건 불운입니다. 

허나, 거기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다 두번째 화살까지 맞는건 태도와 선택이라는 겁니다.

 

기차가 캔슬되건, 다음 연결편이 조바심나게 차가 막히든, 좋은 일이 생기면 생각했습니다.

'오키, 첫번째 화살..'

평정심을 유지한 , 다음 화살 안맞도록 고요히, 현명히, 적절히 행동하면 되는거죠.

 

이렇게 마음 먹으니 여행의 모든 순간이 재미집니다.

진땀은 나지만, 어떻게든 되도록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집니다.

안전에만 문제 없다면 비뚤빼뚤 구겨진 일정은 애교고 나름의 추억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이 태평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시스템이 불비해도 어떻게든 길은 나 있고,
없다면 길을 내면 되고,
그래도 아니면 말지 뭐.

 

반추하면, 어딜가든 표정이 밝아 행복해 보이는 이탈리아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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