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음악소설집 본문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2024
1️⃣ 한줄 평
앤솔로지의 좋은 예
♓ Inuit Points ★★★☆☆
글쓰기 선수들 다섯이 각자 스타일로 글을 풀어냅니다. 주제는 하나, 음악입니다. 저는 처음 세 편을 읽도록 음악 앤솔로지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네번째인 은희경에 가서야 '아, 맞다.' 생각 났습니다. 음악을 소재로 쓰되 절묘하게 숨겨두고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듣다보니 글에 선율이 느껴지는 묘한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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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낸 프란츠 출판사는 대표가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서적을 내려 만든 출판사라고 합니다.
- 어느 정도 출판으로 자리잡은 후, 음악을 씨앗으로 한 책을 구상합니다.
- 책과 음악에 열정이 있는 편집자라 작가의 선정 뿐 아니라, 설득도 남달랐다는 후기입니다.
- 애호가의 뜨거운 열정과 편집자의 차가운 꼼꼼함이 잘 묻어난 책입니다.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반전 요소에 좌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완전한 재미를 위해 핵심 소재나 줄거리는 최대한 건들지 않고 적습니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답답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통의 답답함은 연인 간에도 가족간에도 늘상 따라붙게 마련입니다. 마치 한국어 '안녕'이, 첫머리와 끝자락에 모두 사용 가능한 단어이고, 진뜻은 오로지 상황으로 판단해야하듯 말입니다. 소설은, 외국어 공부하는 상황을 통해 하고 싶은 말도 표현이 다 안되는 답답함을 오선지 삼아 소통의 미묘한 마찰, 그래서 더 외로운 사람들을 보여 줍니다.
김연수의 <수면 위로>는 인트로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아직 기진이 살아 있던 시절, “또 아침이야? 지겨워 죽겠네"라고 말하며 잠에서 깨어날 때가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강렬한 문장에 이끌려 조바심내며 읽다보면, 공황장애와 우울증, 환대와 냉대, 시간여행자와 오무라이스 등의 이야기가 휘리릭 펼쳐집니다. 그리고 맥이 탁 풀리게 멈춰세우는 문장들.
'우울증 같은 상황에서, 반복되는 느낌의 지루한 일상이 시간여행자와 같은 상황 아닌가, 무언가 놓고 온것이 있어 순환하는것 아닌가'라는 아프고도 희망적인 말에서 묘한 위로를 얻습니다.
윤성희의 <자장가>는 말미에 울어버렸습니다.
어느 학교에 짝짝이 양말을 신고 등교하는 재미난 문화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학교 앞 꽈배기 이모로 넘어갔다가 다시 그녀의 학창시절 별명인 스크루바까지 가더니, 홱 돌아 이야기가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그리고 마지막 자장가를 들을 무렵엔 눈가가 촉촉해져 버리죠.
은희경의 <웨더링>은 소설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글입니다.
왜 은희경인지 단박에 느껴지죠. 이 글은 구스타프 홀스트의 음악, '행성'이 중심 소재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글 읽다가 '아, 음악 앤솔로지였지'를 깨달았었죠.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 불편하게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네명이 짦은 시간동안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노인이 펼쳐 든 연주곡 행성의 악보를 기점으로 각자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하나의 음악이 어떤 이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술술 풀어냅니다.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의 네명이 함께 한 한시간 반의 여정에 꼬깃꼬깃 압축해서 각자의 서사를 보여주는 솜씨, 소설 첫머리의 단서적 에피소드까지 꽉 짜맞춘 이야기가 천의무봉같은 재주였습니다.
마지막 편혜영의 <초록 스웨터>는 잔잔한 미소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의 은밀한 갈등과, 어른처럼 넌지시 풀리는 화해의 이야기가 좋습니다. 이 이야기는 뜨개질 중인 초록 스웨터가 중심축이 되며 선율같은 실을 타고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앤솔로지니까, 핵심 소재를 어찌 사용했는지 짚어보는것도 재미납니다.
김애란은 첫머리 연인간의 대화에 노래 'Love hurts'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I'm young을 안녕으로 잘못 알아듣는 오해에서 출발해 소통의 어려움을 에피소드로 풀어갑니다.
김연수는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과거의 기억으로 플래시백하는 트리거가 됩니다. 그러면서 오무라이스 맛이 떠오르고 모종의 시간여행 느낌도 나죠.
윤성희는 특정한 음악이 아닌, 자장가라는 형태의 음악 소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커서, 눈물이 날 지경이죠.
은희경은 자명합니다. 홀스트의 <행성>. 작가는 아예 작정해서 글 썼다고 말합니다. 노래를 선정하고 덕질하듯 공부했다고 해요. 그 노래를 인물에게 던져주고 각자 인생을 살게 한 후, 한자리에 모아 글로 정리한듯한 글입니다.
편혜영도 특이합니다. 이야기 주인공들의 중심 인물인 '엄마'가 학생시절 부른 노래의 '테이프'가 나옵니다. 이 소재를 통해, 인물간의 친밀도나 엄마의 몰랐던 부분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으며 하나하나 온결하고, 그럼에도 묘하게 결이 같아 한 교향곡의 다섯 악장을 들은듯한 그런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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