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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몽 카페 (Mon Café)

Inuit 2026. 9. 26. 10:46

1️⃣ 한줄 평

쌉쌀한  커피 맛과 퀴퀴한 파리 뒷골목 냄새가 겹쳐지는 글

 

♓ Inuit Points ★★★☆☆

2,30십대를 파리에서 산 저자가, 카페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살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국 독자 보기엔 현지인인 저자, 파리살던 한국인 입장에선 이방인이었던 저자가, 오랜 기간 카페라는 지점을 이리 저리 지나가며 겪었던 에피소드는 묘한 편안함이 있습니다. 적당히 이국적이고 적당히 짠내나는, 여행과 생활의 물리적 배합이 화학적 결합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좋아요. 무엇보다, 장식을 절제했음에도 곳곳에 빛나는 문장이 지루함 없이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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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카페 소사이어티'라는 기획물의 3편이네요.
  • 지금까지 총 5권 나왔습니다. 뉴욕-서울-(파리)-도쿄-뮌헨.
  • 카페란 카테고리에 관한한, 이 중 파리가 상징성이 큽니다.

부제: 파리에서 마주친 우연의 기록

신유진, 2021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파리는 이중적이지요.

아름답고 더럽고, 낭만적이며 잔인하고, 사랑 넘치며 외롭고, 오래 됐으면서 참신합니다. 그리고 음료 이름이 업종 이름이 된 카페는 파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제겐, 파리 카페하면 화장실이 떠올라요.

파리에 여러번 갔지만, 출장과 가족 여행이었습니다. 단기 체류니 주로 식당 위주로 가고, 커피 자체를 목적으로 카페 갈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카페는 여러 번 간게, 화장실 때문이지요. 다니다 급해지면, 1유로 에스프레소 한잔 시켜두고 화장실 다녀와서 팍팍한 다리를 좀 쉬던 기억들. 런던의 더러운 유료 공중화장실에 비하면, 카페는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에 커피까지 제공하는 멋진 화장실이란 생각도 했었어요.

 

파리 거주자에게도 마찬가진가봐요.

카페가 갖는 의미는 우선 화장실, 그리고 담배 피우는 곳이었습니다. 저자는 말해요. 아름다운 파리의 센 강변에서 술을 마신다면 절대 맥주가 아니라 와인이다. 이유는 화장실 한번이라도 덜 가기 위해서라지요. 그리고 니코틴과 카페인은 왜 그리 궁합이 좋은지. 십수년전 실내 금연이 법으로 정해졌지만, 파리의 거리 풍경하면, 야외 테이블에선 애연가들이 연기를 풀풀 피우며 커피 한잔 각자의 속도로 마시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커피죠.

집집마다 개성이 다른 커피들. 그리고 그 잔 앞의 고독 아니면 커피 넘어 이어지는 사람들과 대화들, 관계들이죠. 역 앞 카페에서 싸우던 커플, 다정하게 이야기하던 연인들, 다양한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는 공간이 카페입니다. 특히 저자가 이방인에 가깝던 시절, 카페에 홀로 앉아 뭘 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그 '퍽이나 자유로운 고독'이야기는 수없이 오가는 말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파리의 이중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지점 같았어요. 그래서 저자가 나만의 카페, 몽 카페(mon café)에서 남편될 사람을 만나 우리의 카페(notre café)를 찾아보는 이야기는 반짝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문화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파리에 절대 안어울릴듯 하고, 실제로 오픈 할 때 파리사람들 반대도 심했던 스타벅스가 의외로 잘 된다고 합니다.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우선 시원한 여름 음료 옵션이 있어서입니다. 여행자에겐 낭만인 전통적 커피, 고집 세게 뜨겁고 진한 커피가 현지 젊은이들에겐 고루한 보수성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상상 못했어요. 또 하나 이유는 오래 책 보거나 노트북 켜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해요.

 

'스벅은 파리의 보톡스다.'

저자는 이렇게 봐요. 파리의 늙은 얼굴의 주름살이 지저분한 골목에 자리잡은 고루한 카페라면, 이를 밝게 펴는 시술이 스타벅스 아닐까 상상해요. 좋고 나쁨의 이야기가 아닌 그저 형상적 관찰일겁니다. 왜냐면, 저자의 마지막 챕터 제목이 이렇거든요. '파리는 오래되었고, 우리는 젊었으며'.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는 늙고 파리는 영생하는 얼굴을 할 거에요. 그게 보톡스 덕일지, 재건술 덕일지 아니면 긴 세월 시각으로 보면 도시란 전혀 다른 노화의 속도를 겪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요.

 

문장이 좋아요.

카페나 커피 이야기만 줄창 나오지 않고, 사람들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그걸 그려내는 말들이 영롱합니다. 멋부리지 않아도 멋나는게 딱 파리지엔느의 패션 같아요. 예컨대, 페르 라셰즈 묘지가 미로같아 영락없이 길 잃고 헤메는 길인데, 그게 딱히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니까요. 저자는 이 묘지가 '방문객에게 훔친 시간으로 만드는 영원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또 카페에 앉아 시덥잖게 플러팅하며 귀찮게 한 낯선 사내 떄문에, '내 시간이 다쳤다'고 말합니다. 평이한 단어들이지만 관점과 함축이 독특해 글맛이 좋았어요.

 

책읽다보니, 지겨워 가기 싫던 파리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카페 보단 이중적이 파리의 분위기를 다시 느낄 때가 되었나 싶어요. 물론 카페는 결국 1유로 동전들고 종종거리고 가겠지만요. 어쩌면 이렇게 일기를 쓸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파리는 나만 늙어 버린 채 오랜만에 온 동창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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