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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이번 바르셀로나 출장이 여느 출장과 달랐던 점은, 제가 스페인어를 배운 후 처음 간 현지라는 점입니다. 물론, 전에도 영어만 가지고 잘 지내다 왔지만, 그래도 현지어를 사용하는 강점은 분명 뚜렷합니다. #장면 1 어디든 숙소를 정하면, 근처의 슈퍼마켓을 찾아야 합니다. 물과 간단한 보급이 필요하니까요. 바르셀로나는 유럽 다른 도시보다 시내 곳곳에 상점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쉽게 생각하고 나섰는데, 금방 안 찾아집니다. 조금만 다리품 팔면 금방인 일이지만 다리가 시원찮은지라, 비닐 백에 물건을 사가는 중년 부인에게 묻습니다. "Excuse me. Can I.." "¿Como?" 아차.. "Hay un supermercado cerca de aquí?" 순간 환히 웃는 아주머니. 라틴 특유의 상..
달리의 집(Casa Dali)은 까다께스 해변에서 되짚어 나와 언덕하나만 넘으면 됩니다. 1km가 채 안 되니 15분이면 충분히 걸어갈 정도입니다. 하지만, 길찾기가 그리 녹녹하지는 않습니다. 관광객도 없어 이 길이 맞는지 혼자 의구심도 품고, 정 안되면 지도도 보고, 헛갈리면 길가 아저씨에게 맞는지 물어도 보며 쉬엄쉬엄 갔습니다. 중간에 아담한 교회가 있는데, 어찌나 영성이 충만한지 길가는 객이 잠시 들렀을 뿐인데도 마음이 촉촉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달리의 마을 까다께스라면 영성이라기 보다는 감성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닻에 철사로 얼기설기 엮은 예수가 세세히 조각한 예수상보다 더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마을이니까요. 달리의 집은 멀리서 봐도 단연 눈에 띕니다. 계란을 얹어 놓..
천신만고 끝에, 피게레스 버스 터미널에서 까다께스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가까워 보이는 길인데도 한시간 반은 소요됩니다. 구비구비 산을 넘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싶은 정도의 조바심이 날 무렵 버스는 무심히 멈춰섭니다. 마지막 산 모퉁이 돌 때부터 생긴 비현실적 느낌이 현실과 마주합니다. 사실, 정말 별 정보도 없이 그냥 아름답다, 그리고 달리가 살았던 집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찾아간 곳입니다. 그런데 시공간 속에서 길을 읽은듯 기묘한 비현실감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바닷가 마을이라는데 바다는 보이지 않고, 하지만 그리스 해변 어디쯤 되는듯한 하얀 집이 빼곡히 언덕위에 흩뿌려져 있습니다. 그나마 스페인스러운 붉은 지붕이 없었으면 현기증이 더욱 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처 표지판의 관광지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