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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저를 만난 분들은 알지만, 공학을 전공했고 첫 직업은 항공기 엔지니어였습니다. 헬기와 전투기의 구조와 동역학(dynamics) 설계를 했었습니다. 항공쪽은 미국이 맹주인지라, 인치와 파운드로 대표되는 임페리얼 단위계를 씁니다. 중력가속도는 32.2 ft/sec^2이고, 같은 파운드라도 질량의 파운드와 힘의 파운드를 잘 구분해서 쓰지 않으면 계산이 틀립니다. 학교 때는 단위 변환을 계산기로 하다가, 직장에서 일 할 때는 단위 변환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주변 모든 실물을 인치와 파운드로 이해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기도 했습니다. 탁 보면 소수 첫째자리까지 인치로 맞출 수 있도록 연습했었습니다. 그런 감이 없으면 혹시 계산이 틀렸는데 감도 못 잡을까 걱정해서죠. 아마 저 뿐 아니라, 많은 비 미국계 엔지니어들..
장면 1. 당신은 여행 중입니다. 작고 낡았지만 유럽의 멋이 잘 살아있는 호텔에 체크인 하고 들어왔습니다. 저녁 비행기로 도착해 방에 들어오니 11시라 깜깜합니다. 방의 불을 켜려고 하는데, 스위치가 어딨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스위치를 켜니 천장의 팬이 돌아갑니다. 더듬더듬 겨우 램프를 찾아 줄을 잡아 당겨 불을 켰습니다. 추워서 히터를 켜야하는데 등불보다도 난이도가 높습니다.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피곤하니 나중에 찾기로 하고 따끈한 물로 씻으려 샤워부스로 갔는데 찬물 더운물이 어느쪽인지는 나중 일이고, 일단 물 나오게 하는 일 조차 어렵습니다. 하아.. 집 떠나면 고생이구나 생각합니다. 장면 2. (심사하러 가면 자주 목격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중요한 데모데이입니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이 되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의 초기작 '살인의 추억'은 꽤 오랫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았었기에 관심을 모으기 좋은 스토리였고요. 어떻게 그런 연쇄살인범이 잡히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 봉감독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범인과 시대의 갭(gap)이었다." 원한이나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병적인 심리로 사람들을 상하게 하는 연쇄살인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선진국형 범죄입니다. 살인의 추억 당시엔 아직도 우리나라 경찰에선 그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봉준호 감독은 꽤나 명료하게 표현했습니다. 한편, 이런 사회구조적 변화를 읽으면서 미리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윤외출과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이지요.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프로..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생 10대 사건을 설문해보면, 평균 여섯 개가 15세에서 30세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개인마다 편차는 있지만, 첫 키스, 첫 캠퍼스, 첫 직장, 결혼과 아이의 탄생 등 엄청난 순간들이 그 시기에 이뤄지지요. 그 뒤로는 그런 인상적 순간은 간격이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물리적 시간과 달리, 인상과 의미의 시간은 후딱 간다는 결론입니다. 실제로 기억은 감정으로 물든다는 게 뇌과학의 핵심 발견이기도 합니다. 처음의 생경함, 설레이는 불확실성이 기억을 강화하는거죠. 그런 면에서 설레임은 시간을 순간으로 쪼개고 세월 속에 박제하는 중요한 호르몬 작용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설레임은 오래 사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느리게 가게 ..
매우 오래된 책이며, 제가 좋아하지 않는 햄버거 브랜드인 맥도널드의 이야기인데다가, '파운더'라는 영화에서 대략 접한 내용입니다. 읽지 않을 많은 요소를 갖췄는데 우연찮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책을 어떻게라도 팔아야 하는 출판사의 꼼수 덕입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와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가 '인생의 바이블'로 여기고, 몇번을 읽었다니, 왜 때문인지 도저히 궁금증을 배겨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원래 자전적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미화하는 인간의 습성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결과를 놓고 해석하는 후견지명의 성향을 띄기 때문입니다. 즉 성공패턴을 분석한 글처럼, 지난 결과의 설명과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만, 성공의 재생산을 위한 레시피에는 ..
전에 돌반지 포스팅에서 수면 관련해 물어본 분이 있었는데, 주말에 갑자기 생각난 김에 적는 글. 수면 추적 앱은, 아이폰 초기부터니까 꽤 많은 종류를 오래 써온 셈인데, 2020년들어 애플워치용 앱으로 교체. 폰이 아니라 워치의 센서를 사용해서 더 풍부한 데이터를 얻지만 자는 동안 시계 차고 자야는게 단점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거부하다가, '모든 걸 다 바꾸고 새로 배우자'는 neoteny 다짐에 위배되는 고집이란 생각이 들어 며칠만 워치를 차고 자도록 습관을 바꿔보기로 했다. 안맞으면 원복하지 마음. 그 뒤로 새 세상이 열렸는데.. 숨쉬기에 대해 느끼고 있듯, 내가 그동안 잠에 대해서도 몰라도 참 많이 몰랐다는 생각. 잠들어 누워 있는 시간보다 deep sleep 포함한 'quality sleep ti..
' 내 mother tongue은 C언어에요' 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랍어 같던 COBOL, 그리스어 같던 FORTRAN으로 복잡한 프로그램 짜던 시절, '매우 현대적'인 C를 배운 첫 세대였습니다. 학원도 선생도 없을 때라 외국 서적 몇 개 놓고 코드 짜 가며 시행착오로 독학해야했지요. 이젠 현대 언어인 java나 python 를 보면 C는 라틴어 같습니다만. 아무튼 C로 생각하고 C로 표현하며 제가 짰던 코드 중 최고 난이도는 구조해석, 그 중에서도 유한요소법(FEM)이란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에서도 복합재료의 손상예측을 목적으로 만들었고, 박사 선배의 도움으로 세계적 저널에 논문도 실렸던 기억이 납니다. TMI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구조를 사랑한 한 저자의 인생..
주문한 돌반지가 도착했습니다. 선물용이 아니고 내 것이에요. 이 나이에 돌이라니? 발단은 '100세 인생'이란 책입니다. 그 전부터 '생각보다 오래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책을 통해 깊이 있고 함의 풍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더 진해졌습니다. 지금 이후의 삶이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기승 중이라 아직 전결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린다 그래튼이 제안하는, 100세 인생에 대비하기 위한 세가지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Productivity Vitality Transformation 다 중요하고 부족한게 많지만, 저는 특히 vitality에 신경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관련해서 유형성숙(neoteny)란 말이 나오는데, 아이의 마음을 갖..
왠만한 사람들에겐, 특허는 남의 일이지요. 하지만 상표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으로 넘어오면 조금 더 와 닿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특허나 지재권이라고 하면 기업에서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한 멀리 느껴집니다. 특허 괴물에게 물리지 않은 이상, 경영자나 사업 임원도 마찬가지죠. CTO 정도에게 일임하기 십상이죠. 그 이유 중 하나는 특허 자체가 원래의 취지를 지나 스스로 고립된 점도 있습니다. 초기의 특허는 좋은 취지였습니다. 멋진 발명이 나와도 국가에 자동귀속되거나 바로 카피캣이 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요. 발명자의 노고가 보상이 되지 않고, 창의와 혁신이 사장되는 시대였습니다. 발명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특허 자체가 실은 기막힌 발명이었지요. 하지만, 점차..
지금은 재무와 조직에 좀 더 무게중심이 있지만, 제가 초년 시절부터 깊이, 오래 공부한 분야는 전략입니다. 자연히, 경영 전략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드러커나 포터 같은 명사부터 시작해서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번갈아 읽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덕질로 바뀌면 동서양의 전쟁사를 읽다, 동양 고전까지 손 대고, 필연적으로 손자까지 닿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전 그 언저리에서 멈춘듯 합니다. 볼 책이 더 없어서라기보다 그만하면 족하니까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손자 전쟁론의 스케일도 크지만, 동양 사상의 뿌리가 유사해 세부를 제외하면 비슷비슷하기도 하고요. 뜬금없이, 전략한다는 사람이 육도-삼략도 안 읽어서야 되겠나 싶어 집어 든 책입니다. 먼저 밝힐 점이 있습니다. 육도 삼략은 위작으로 간주됩니다. 유명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