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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하나는 외롭고, 둘은 싸우고, 셋은 서열짓기다. -Inuit 최소한 산업에 있어서는 의미있는 명제일 것입니다. 허핀달 지수(Herfindahl index)로 수치화 되기도 하는 과점은, 산업이나 기업의 복리와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입니다. 모두가 독점을 원하지만, 시장은 독점을 흔쾌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랑받는 독점기업이라도, 가격과 고객 세그먼트 상 틈새가 항상 있기 때문이지요. 하다못해 공짜 경제학을 전면에 내세워 가격 차별화의 여지를 줄여 놓은 구글조차, 광고, 플랫폼, 서비스 측면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이 생겨나고, 도전하고, 무럭무럭 자라는 형국입니다. 결국, 산업별 최적의 양적 기준은 동태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하나의 강력한 사업자가 떠오르고 이에 도전하는 강력한 맞수가 생기고 ..
테헤란의 잠못 이루는 여성들 혹시 '오프사이드'란 영화 보셨나요? 2006년 이란 영화입니다. 전 EBS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가 그 미묘한 매력에 끝까지 보았고, 생각지도 않은 감동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는 무슬림의 독특한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여성은 축구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는 열혈 여성 팬들이 경기장 침입을 시도합니다. 남장을 하거나 몰래 들어가는 방식이지요. 여기까지는 의례적인 상상이 됩니다만, 영화는 그 스토리텔링이 치밀하고 정서적입니다. 무척 인상깊었던 것은, 집에서 중계로 봐도 충분한 것을 법규를 어겨가며 현장에서 보는 여성 팬의 그 강렬한 팬심입니다. 잡혀서 보호구역에서 중계를 들을지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정서와 닿아 있습니다..
돈 잘 버는 런던의 금융인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 팔며 경제의 새로운 면에 눈을 뜬다. 컨셉이 참 명료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미 플롯에서 반은 성공하고 들어간 책입니다. 이 책을 사 놓고도 아껴 두었다 휴가 때 비행기에서 읽었습니다. 세계라는 책의 배경과 캐주얼한 전개가 휴가 여행에 딱 맞겠다 싶었습니다. (Title)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보이지도 않는 거액을 모니터로 거래하고, 거대한 회사를 서류로 사고 파는 증권과 금융세계. 현대경제의 총아이면서도 지나치게 가상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2008년 세계를 광풍처럼 쓸어버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역시 실물 없이 파생상품이 꼬리를 물다가 거품처럼 주저앉은 현대 경제의 병폐를 드러낸 사..
로마 황제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네로로 상징되는 독선,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강력한 힘, 그리고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교황적 지위 등이 퍼뜩 떠오르겠지요. 많은 로마 황제 중 가장 독특한 이가 있었는데, 바로 철학자 황제, 아우렐리우스입니다. 로마의 16대 황제이자 로마 5현제의 막둥이입니다. 진리에 대한 탐구심이 강해서 4번 현제 하드리아누스는 그를 진리를 좋아하는 자, 안니우스 베리시무스 (Annius Verissimus)라 불렀을 정도지요. 심지어 명상록 자체도 로마어가 아니라 외국어인 그리스어로 썼습니다. 책은 '너'에게 귀감이 될말을 조근조근 훈계하고 타이르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그 대상은 황제 자신입니다. 즉,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경문(自警文) 성격이 강하지요. 권력의 정점..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때문에 꼭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대리석에 붓질을 했다는 평을 듣는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미켈란젤로 자신이 모세를 조각해 놓고, '왜 말을 안하는가?'라고 물었다니 할 말 다 했죠. 안 볼 수 없습니다. 쇠사슬 성당이 관광객 주요 루트에 있지 않은 탓인지, 파업 탓인지, 꽤나 한산한 교회에서 모세 상을 한참 바라 봤습니다. 머리에 뿔이 독특하다 했더니 아들이 설명을 해줍니다. "유대 말로 후광이란 말이 뿔과 유사한데 와전이 되었대요. 그래서 미술품에 종종 뿔을 넣은 경우가 많대요." "그렇군." 성당의 가운데에는 베드로를 묶었던 쇠사슬이 있습니다. 그래서 쇠사슬의 베드로 성당으로 불리웁니다. 이런 유니크 아이템을 보면 신화적 종교에서 역..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 관광으로는 마지막 전일 일정입니다. 해도 9시까지로 워낙 길고, 줄 서는데 시간을 거의 안 쓰고도 중요한 곳을 대부분 봤습니다. 그리고도 하루 남았으니, 꽤 여유로운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운 애초 계획은 '선선한 마무리'였습니다. 그간 일주일을 아침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걸었기에 식구들 모두가 자잘하게 발, 무릎 등에 무리도 있고, 몹시 피곤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보겠다는 욕심 내지 않고 로마 패스를 이용해 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우선 순위는 낮지만 봤으면 하는 것들을 차분히 보려는 계획이었지요. 특히 저는 성당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로마 4대성당하면 Peter, Paul, Mary and John입니다. 즉 베드로, 바오로, 마리아 그리고 요한 성..
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
요즘, 스마트폰이 생활속에 들어오면서 더 이상 전화기는 하나의 기계가 아닙니다. 분신이기도 하고 감성이지요. 모든 데이터와 사회적 관계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고가입니다. 만일 아이폰을 버스에 두고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제 실제로 그런일이 발생했습니다. 딸과 함께 스페인어 학원이 있는 강남역에 갔을 때입니다. 보통 수업 시간보다 일찍 가서 차한잔 마시면서 숙제 등을 합니다. 어제도 평소처럼 도착해서 커피 값을 치루는데 딸이 전화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차에 두고 내린 겁니다. 딸이 즐겨입는 바지 주머니가 헐렁해서 몇주 전에도 택시 안에 전화기가 빠졌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바로 조치가 가능했습니다. 콜택시라 전화번호를 알아 바로 기사분께 전화해서 뒷자리 전화를 챙겨주십사 부탁을 했..
저희집 독서교육은 그 사상체계도 굳건하지만, 매우 빡셉니다. ^^; 지난 겨울 30권 읽고 난 이후 다시 또 맞은 여름방학. 이번에도 탑쌓기에 도전했지요. 이번 독서 프로그램은 또 새로운 의미가 있습니다. 짧은 여름 방학에 휴가까지 다녀온지라 목표는 10권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선정을 전적으로 아들이 했습니다. 아이와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고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읽은 책 중 아이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이유를 설명하며 추천하는 형식이었지요. 이제는 아이도 많이 컸고, 스스로 고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 고르는 실패도 경험이고, 생각보다 재미난 책을 고르는 기쁨도 교육이니까요. 물론, 주제가 편중되지 않도록 가이드는 주었습니다. 경제/경영, 리더십,..